A Letter to Bishop’s Office (감독께 띄우는 편지)
높은 비상(飛上)의 양 날개가 되시길 바랍니다
박정찬 감독님과 정희수 감독님께 일선 목회자로서 편지를 써달라는 부탁을 받고, 처음에는 의미도 있고 재미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천하에 공개될 편지를 쓰려니 큰 부담을 느낍니다. 부담이 되는 것은 무엇보다 저도 언제 어떤 상황에서 감독님의 파송을 받아야 할 지 모르니 그것이 조심스럽고, 이제 나이도 중년에 이르고 보니, 말은 가능한 하지 않거나 줄이는 것이 몸에 좋은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지난 8월 “Leadership Summit 10차 대회”를 주관하는 빌 하이블 목사가 시작 설교부터 많이 울더군요. 하나님께서 그에게 ‘거룩한 불만’(holy discontent)을 주셨는데 “지역교회들이 문을 닫고 목회자들이 거룩한 소명을 잃어 가는 것에 대한 아픔이 있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는 “교회가 문을 닫게 되면 찾아가서 하나님의 아픔을 느끼며 운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의 말에 진실이 담겨있음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교회(local church)에 소망이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외치더군요. 저는 우리 교단의 감독님들도 그런 ‘거룩한 아픔’ 또는 ‘거룩한 불만’이 있기를 기도하면서 우리 한인감독님들이 교단을 거룩하게 변혁(transformation)시킨다고 할까요 아니면 갱신(renewal)하는 일에 지도력을 발휘하시기를 기대합니다.
나아가서 감독님은 그 어느 연회 보다 어려운 도전이 있는 지역을 맡고 계십니다. 지난해 교회성장 전문가 라일 쉘러가 “북일리노이연회 10년의 미래를 내다보니, 이대로 가다가는 곧 ‘파산’(bankrupt)할 것”이라고 말했을 때 먼저 걱정이 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하나님이 주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재정이나 교회 부흥에 있어서 그 형편은 뉴욕 연회나 다른 지역도 같은 어려움을 겪는다고 듣고 있습니다. 또한 두 연회가 한인인구 집중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한인연합감리교회가 약한 교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두 분에게 부담이 되지 않을까 주제 넘는 염려를 하기도 합니다. 북일리노이연회나 뉴욕연회는 교단이나 한인공동체에 매우 중요한 지역이고, 여러 면에서 같은 길을 가고 있기 때문에 두분 감독님에게 주어진 과제는 우리 모두가 함께 기도하지 않을 수 없는 ‘거룩한 부담’이라 믿습니다.
어느 분이 미연합감리교회(UMC)에 소속된 한인 목사들이야말로 ‘가진 실력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Under-Utilized) 집단’이라고 혹평을 했습니다. 한마디로 실력발휘가 안 된다는 것입니다. 한인교회 신앙전통의 장점이 UMC의 장점과 연결되어 시너지(Synergy) 효과를 내야 하는데, 서로의 약점이 결합되어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우선 한인교회들의 부흥과 성장을 위해 ‘우리 편’이 되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연회 안수사역부에서 경험하는 것인데 예전에는 한인교회나 목회자들을 하나님이 UMC에 주시는 ‘선교적 기회’(Mission Opportunity)로 여기는 것 같았는데, 얼마 전부터 부담만 되는 행정상의 뜨거운 감자’(Administrative Hot Potato)로 여기는 분위기입니다. 이렇게 한인교회와 목회자들이 설자리는 점점 축소되고 있습니다.
UMC가 이민교회와 소수인종/민족을 향한 선교의 열정과 개척정신을 잃고, 교단의 재산보호와 ‘기득권을 가진 성직자들의 노동조합’으로 전락해 버린다면 그리스도의 참된 교회이기를 포기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편’이 되어 달라는 부탁은 사실 이기적인 제안이 아니라 UMC가 사는 길이라 저는 믿습니다. 두 분께서 교단적인 차원에서 한인교회와 목회자들을 ‘선교적 차원’에서 보도록 눈과 마음을 바꾸는 일에 기여해 주시길 바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UMC교단 전체를 위한 여러 생각도 있습니다. 이미 감독으로 선출되셨기에 드리는 말씀인데 감독 선출을 위한 정치적인 선거제도를 없애고, 제비뽑기 제도를 도입하면 어떻습니까? 그리고 감리사들은 목회 경험이 많고 존경받는 목회자들 가운데 자원봉사로 하는 제도를 만드는 것도 상상해봅니다.
누구나 한마디씩 하는 것이지만 너무 많은 UMC 목회자들의 관심이 ‘목회’에 집중되지 않고, 제도적인 출세에 모아집니다. 이렇게 되니까 연회와 교단이 개체교회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개체교회가 교단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교단시스템은 지도자들이 자기 자리와 구조를 정당화하기 위해 비효율적인 모임들을 운영하며 목회자들을 너무 바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제비뽑기와 자원봉사를 하게 되면 교단차원의 회의비용과 에너지 소모가 많이 줄 것 같습니다. 작년 경우, 총회(General Conference) 두 주간, 지역총회 한 주간 그리고 연회 한 주간 거의 한달 정도를 소위 잘 나가는 교회의 목회자들이 교회를 비워야 했습니다. 게다가 평신도 지도자 대부분은 은퇴 이후 시간이 많은 분들 중심으로 구성되는 것 같습니다.
자연히 교단은 젊고 건강한 교회의 지도력이 자라나기 힘든 구조를 가지게 됩니다. 아마 회의로 소비되는 비용이 UMC만큼 많은 교단은 세상에 없을 것입니다. 지난 한해도 75,000여명의 교인을 잃었다는데 분담금은 자꾸 늘어만 가니 어찌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감독으로 선출되신 후 일선에서 어렵게 목회하는 목사님에게 전화를 해서 “형님, 형님이 그 동안 기도해 주시고 도와주셔서 제가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앞으로 부족한 저를 위해 더 많이 기도해주세요”라고 부탁했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 목사님이 제게 연락하시며 감독님의 한마디에 감동 받아 여전히 울먹이고 계셨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처음 시작하신 그 마음으로 교단과 우리 모두에게도 이와 같은 감동을 주시기 바랍니다.
두 분이 함께 감독에 선임되신 것을 보면서 하나님께서 만들어 가시는 역사에 저의 마음을 더욱 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감독으로 선출되신 후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해서 “내가 감독이 되면 몰라도 목사님이 감독되었다는 것은 하나님의 놀라운 코미디입니다”라고 우스개 소리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예전에 멀리서만 뵈었던 두 분은 조용하신 분들로 보았는데 저의 선입견과 예상을 뛰어 넘는 지도력을 가지신 것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한인으로, 연합감리교인으로, 한인연합감리교회 목사로서 자랑스럽고 감사할 뿐입니다. 앞으로도 두 분은 우리 모두의 자랑과 소망이 될 것입니다. 저와 저희 교회도 두 분의 리더십을 존중하고 기도함에 게으르지 않겠습니다. 한인연합감리교회가 함께 기도할 것입니다.
예전에 저를 지도하신 스승께서 “활주로만 도는 일 그만하고 하늘을 날아야 비행기가 비행기 아닌가?”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정감독님은 베드로처럼, 박감독님은 바울과 같이 우리 UMC와 한인교회의 거룩하고 아름다운 하늘 날음을 위해 활짝 편 양 날개가 되시길 기도합니다.
하늘이 높아지고 맑아지는 가을이 시작되는 날에,
김정호목사(아틀란타 한인교회)
‘A Letter to Bishop’s Office’ (감독께 띄우는 편지)는 한인연합감리교회 공동체가 교단의 지도자와 대화를 나누는 장이다. 이번 편지에 이어 박정찬, 정희수 감독의 편지도 연재될 예정이다. 제안사항이나 참여를 원하는 독자는 섬기는사람들로 연락하기 바란다. 문의전화 Tel. 615-742-5118 전자우편 kumc@umcom.org
기사입력: 2006년 1월 23일 오후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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