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눈물의 섬 강화이야기
대한기독교서회·이덕주 지음
한국기독교문화유산 답사기 1편 출간
강화에 가면 이야기가 있다
최근 한국 기독교 문화유산을 잘 찾아갈 수 있는 잘 준비된 안내서가 나왔다. 이덕주 교수가 강화의 기독교 유적지를 답사하면서 보고, 듣고, 배우고, 느낀 것들을 글로 표현해 낸 것으로 ‘눈물의 섬 강화 이야기’란 제목을 달았다.
발로 하는 역사 공부
이덕주 교수는 그 동안 누구보다 열심히, 아니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처럼 한국 기독교 역사의 현장을 찾았다. ‘한국교회사는 발로 해야 한다’는 학문 연구 태도를 지녔기 때문이다. 그 자신의 고백대로 그는 책상머리에 앉아 “낡은 문서를 뒤지며 상상력만 의지”하여 글을 쓰고 교실에서 강의하는 것만으로는 과거의 역사를 되살릴 수 없다고 생각했기에 “침묵으로 세월을 지킨 유적들이 전하는 조상들의 이야기” 곧 신앙의 근원을 확인하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 어느 때는 연구 작업을 위해, 그 다음엔 학생과 교인들을 안내하기 위해, 때론 머리를 식힐 겸 혼자서였다.
역사 현장을 찾는 길은 무엇을 찾는다는 기대감으로 시작된다. 대개의 경우는 그 예상이 빗나가지 않아 새로운 것을 얻는다. 그러나 항상 그런건 아니다. 얼마 전까지도 서있던 건물이나 유적이 없어지는 황당한 일을 당하거나 증언할 수 있는 사람이 별세하여 좀더 일찍 찾았으면 하는 아쉬움도 경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사의 현장을 찾아가면 거기에는 옛날의 사건을 목격했던 유적이나 사람, 아니면 나무나 돌들이 있다. 그래서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역사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흔적조차 없어진 곳이면 역사를 지켜본 땅의 냄새라도 맡을 수 있다.
이런 현장 작업을 거쳐 발간된 ‘눈물의 섬 강화 이야기’는 어릴 때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들었던 것을 눈으로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제목에서 보듯이 이야기이기에 쉽게 읽을 수 있고, 어디를 펴고 읽어도 우선 재미있다. 깊고 담백한 맛을 느끼게 하는 이 교수의 필체 덕이다. 또 이야기를 생생하게 만들어주는 사진도 충분하게 넣은 예쁜 책이다. 책 곳곳에서 역사 현장을 되살리는 전문가의 해박한 지식과 경험, 기독교 문화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다. 글을 읽으면 강화 초기 교인들의 열정과 헌신 및 박해를 넘어서는 믿음을 발견할 수 있어 마음이 찡하다. 마치 사도행전을 읽는듯한 느낌이다. 그리하여 이 책은 기독교 문화유산을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를 단번에 알게 해준다. 강화를 백 번이나 발로 다녀온 한 역사학자의 힘이다.
볼거리 유적 답사
‘눈물의 섬 강화 이야기’는 믿음의 조상들의 자취가 생생한 곳 강화의 기독교 문화유산을 찾아가는 책이다. 이 책의 여행은 강화읍의 고려궁터와 용흥궁에서 시작해서 강화도를 한바퀴 돌아 다시 강화읍 합일학교와 더리미 순국터로 끝난다. 물론 섬 안의 섬 교동과 주문도도 중간에 포함되어 있다. 이런 찾아가는 이야기가 모두 8장으로 나뉘어 있다.
한국 기독교의 강화 문화 유산은 감리교와 성공회에 관한 것이다. 감리교와 성공회가 1893년 동시에 강화에 선교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교 방법이 달랐기에 각각 독특한 성장의 길을 걸었다. 당연히 ‘눈물의 섬 강화 이야기’에서도 한국의 ‘아이오나’(스코틀랜드 서해안에 있는 작은 섬으로 영국 선교의 거점이 되었다) 역할을 한 성공회에 관한 것과 한국 교회의 발전의 전형을 보이는 감리교회에 관한 것으로 크게 나뉘어 있다.
성안 상류층을 대상으로 선교를 시작한 성공회에 관한 문화유산은 볼거리가 많은 강화성당과 온수리성당이 있다. 두 건물 모두 한옥으로 지어져 있기에 ‘토착적 신앙’의 상징적 유적이다. 강화성당은 가끔 길 가던 승려들이 합장하고 지나갈 정도로 ‘절 같은 교회’로 성당이 자리잡은 터와 건물이 배치된 모양새가 큰 배 모양을 하고 있다. 1900년 11월 15일 봉헌된 성당 본체는 정면 4간, 측면 10간되는 장방형 2층 석탑 모양의 건물이다. 지붕은 팔작 지붕이고 청.녹.황.흑.백 5색의 단청을 칠했고, 내부는 전통 한옥 건축 자재를 쓰되 배치는 중세 서양 성당 건축 양식인 바실리카 양식으로 하였다. 건축에 쓰인 목재는 백두산 원시림에서 벌채한 소나무다.
온수리성당은 1911년 11월 30일 축성된 건물이다. 성당 정문은 우진각 지붕의 솟을대문 형태이며 지붕 아래 종이 달려 있다. 성당은 정면 3간, 측면 9간 도합 27간 규모의 일자형 전통 한옥이다. 지붕은 단층 팔작 지붕으로 공포 장식이 없고 단청도 칠하지 않았으며, 들보나 서까래에도 아무런 장식이 없어 소박함을 그 아름다움으로 한다.
귀로 듣는 문화유산
진촌교회는 주문도 교인들이 일인당 일원씩 헌금하여 지은것인데,당시 건축재료를 실어 나르던 황소 두 마리가 너무 힘들어 죽어 나갔다고 한다.사진은 진촌교회 측면
감리교의 선교는 성공회와 다른 방법으로 시작되었다. 그러기에 감리교회가 남긴 문화유산을 찾아가는 것은 성공회 유적을 찾아가는 것과 전혀 다르다. 성공회 유적 답사가 눈으로 하는 것이라면 감리교 유적 답사는 귀로 해야 한다. 볼 만한 유적을 남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제약도 ‘들을 귀’ 있는 사람 귀에 들려지면 이야기 속의 주인공을 만나게 되는 묘미가 생기는데 ‘눈물의 섬 강화 이야기’가 이야기꾼의 역할을 해주고 있어 부족한 것을 느끼지 못하게 한다.
감리교에 관한 이야기는 강화 북쪽 끝에서 달빛을 받으며 배 위에서 이루어진 세례식에서 시작한다. 양반들의 박해를 슬기롭게 이겨내고 한 여인이 세례를 받으면서 강화의 모교회인 강화교산교회가 형성된 이야기이다. 이 세례 사건과 이를 계기로 양반 문중도 믿게 되는 과정, ‘찬송 할머니’의 신앙은 복음의 위력을 확인하게 해준다.
이후 복음은 홍의교회와 망월교회를 거쳐 강화 전역으로 확산되었고, 다시 교동도 및 주문도 등 주변 섬으로 전해졌다. 특히 홍의교회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던져주는 의미가 크다. 그들은 두 가지 형태로 공동체 의식을 표현했다. 그 하나는 검은 옷을 입는 것이었는데 ‘검정개’라는 비꼬는 말을 들으면서도 그들의 하나됨을 밖으로 나타냈다. 다른 하나는 이름을 바꾸는 것이다. 곧 자신들의 이름 끝 자에 ‘일’(一) 자를 쓴 것으로 ‘한 형제’라는 기독교 의식을 한국의 고유 문화 양식인 돌림자 항렬로 표현한 것이다. 교동의 ‘신’(信) 자 돌림도 마찬가지의 예로 다른 지방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창적인 것이다.
감리교회에도 눈으로 보는 문화 유적이 있기는 하다. 개신교 예배당으로는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 할 수 있는 서도중앙교회의 옛 예배당이다. 험한 길로 목재와 기와를 옮기느라 달구지를 끌던 황소 두 마리가 죽었기에 ‘소 두 마리를 제물삼아 지은 예배당’인데 1923년에 전통 한옥 양식으로 건축하였기에 강화 교인들의 토착적 신앙을 엿볼 수 있다.
강화를 나오면서 마지막으로 돌아보는 곳은 민족운동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다. 강화 전 지역을 돌면서 ‘마을마다 교회 하나, 학교 하나씩을 세우자’고 호소한 이동휘나 ‘삼신운수 선박 타기 운동’을 벌여 결국에는 일본 배가 운항을 포기하도록 만든 최상현 등은 복음과 민족 구원을 일치시키는 ‘민족적 신앙’의 대표적인 경우이다.
반면 강화중앙교회의 김동수 권사와 그의 동생 김영구, 사촌동생인 김만수 3형제는 1907년의 의병운동과 관련하여 일본군에게 끌려가던 중 살해당한 것은 안타까운 경우이다. 더리미 해안에는 그들을 기념할 아무런 안내판도 없지만 이들의 희생은 교회 부흥을 가져온 ‘피의 세례’로 역할했다. 그들이 걸어간 길은 수난당하는 우리 민족을 대신한 ‘비아 돌로로사’였던 것이다. 그것으로 강화 답사는 끝난다.
조이제 목사(새누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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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우 주필님과 박정하 외 9인 이사님들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