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충실한 ‘진지한 총회’ 만들자
김동청 목사(김포제일교회)
2007년 09월 10일 (월) 14:09:51 기독신문 ekd@kidok.com
▲ 김동청 목사
요즈음 사회적으로 뜨는 말 가운데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의 미학’이라는 말이 있다. 특히 문화적인 영역에서 이 말의 영향력은 지대하다. 어느 날 모 텔레비전의 개그프로그램을 잠깐 보다가 무엇을 이야기 하려고 하는지 거의 알 수없는 한 프로그램을 보고 황당했던 적이 있다. 개그맨의 표현대로 ‘개그가 없는 것이 개그’가 된다는 것을 그 때 알았다. 본질에 대한 진지함이라든지 목적을 향한 꾸준함, 그리고 진득한 끈기와 시간투자 등과 같은 말은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한 바탕 웃을 수만 있다면 대만족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인터넷 문화적으로는 ‘마이크로 블로그 서비스’가 국내 블로거들 사이에서 적지 않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무거운 주제에 대해 논리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을 지양하고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 느낌 등을 한 두 줄의 간단한 댓글 형태로 블로그에 올리고 이것이 곧바로 다른 회원들에게 공유돼 이와 관련된 댓글이 실시간으로 따라붙는 형식이 바로 ‘마이크로 블로그 서비스’다. 가벼운 것에 대한 선호가 지나치다 못해 사회 전체가 진지함을 상실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생기면서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책 제목이 자꾸만 머릿속에 떠오른다.
그런데 이런 가벼움 지향적인 사회 현상을 보면서 자꾸만 총회를 생각하게 된다. 필자는 이번 제92회 총회에 참석하는 총대로서 처음 개회 할 때부터 폐회할 때 까지 진지함을 가지고 총회에 참석할 생각이다. 아울러 이번 총회를 통해서 교단이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기를 간절히 소원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안타까운 것 중에 한 가지는 폐회 날이 가까워질수록 총대들의 수가 점점 줄어들고 정작 토의해야할 주요 안건들이 나중에는 가볍게 다루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 총회는 기본이 충실한 총회가 되기를 기도한다.
‘총회의 결의가 살아야 총회의 권위가 선다’는 말이 있다. 총회의 권위는 진지함에서 나온다. 정신적으로 피곤하고 육체적으로 힘이 들지만 깊이 기도하고, 진지하게 논의하고 고민한 흔적이 있는 결의는 권위가 있고 산하 노회와 교회에도 큰 영향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번 제92회 총회에 총대로 참석하는 목사와 장로들은 모두 해 노회에서 자격을 부여해 파송하는 분들이다. 그러나 막강한 권위를 부여 받은 총대들 역시 책임이 가볍지 않다는 것은 주지해야 한다. 따라서 의제들을 하나라도 가볍게 여기지 말고 간절한 심정으로 총회에 임하기를 당부한다.
지금 한국교회와 우리 교단이 처한 상황은 경미한 찰과상 정도가 아니다. 그렇다면 대답은 자명하다.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인식하고 분명한 목적을 세워 실천해 나갈 때 교단의 미래는 긍정적으로 바뀐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진지함이 있어야 할 것이다.
2007년 평양대부흥 백주년이라는 그 어느 때 보다 의미있는 해에 열리는 총회다. 그래서 이번 제92회 총회는 한국교회의 전환점이 마련되는 총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교회사적으로 18세기 영적 대각성운동을 이끌었던 죠나단 에드워드는 ‘하나님 앞에 자신이 서있다’는 임재의식을 체험하고 자신이 부흥의 씨앗이 되어 그것을 통해 자신이 섬기는 교회 뿐 아니라 전 사회까지 성령께서 새롭게 하시는 은혜를 체험하도록 했다고 증언한다. 한 사람의 진지함과 열심이 교회와 사회를 바꾸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이다.
이제 제92회 총회는 본격 시작됐다. 하나님의 영광과 교단의 미래를 위해 힘을 모으고 깊이 고민하는 총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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