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네파와 쿰란
에세네파에 관해서는, 쿰란의 발견 이전부터 필로와 요세푸스와 히폴리투스와 플리니와 디오 크리소스톰 등으로부터 일부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1947년에 사해 사본이 발견되고, 쿰란 공동체의 거주지가 발굴되면서 이들에 대하여 많은 정보를 얻게 되었다. 쿰란의 유대 종파와 고대 자료가 언급하고 있는 에세네파가 동일 집단임에는 거의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사야 사본이 발견된 쿰란 제4동굴의 모습
이사야 사본이 발견된 쿰란 제4동굴의 모습
에세네파는 하시딤 계통으로부터 발전하였다. 예루살렘 제의가 헬라화로 치닫고 있을 때 이에 저항해서 일어난 마카비 전쟁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하시딤들은 바빌로니아로 포로로 잡혀갔다가 훗날 유다로 돌아온 사제 계급에 속한 자들이었다. 사독의 합법성에 대한 그들의 집착은 대단한 것이어서, 사독 가문에 속하지 않은 마넬라우스가 대제사장에 임명되자 이에 강하게 저항하였다. 또, 마카비 전쟁으로 세운 하스모니안 왕조의 시몬이 사독 가문 출신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대제사장에 취임했을 때에는 명백히 왕조와 사이가 벌어졌다. 쿰란 문서에서 '악한 제사장'은 곧 시몬(또는 요나단)을 일컫는 말이었다.
1947년 베두인 목동에 의해 사해 사본이 발견된 동굴 가까운 곳에서 일종의 수도원 비슷한 그들의 거주지가 발굴되었다. 이는 기원전 2세기 중엽 예루살렘에서 박해받아 쫓겨난 이들이 선택한 일종의 도피처였는데, 이는 자신들의 종말론적 이상에 가장 어울리는 광야였다. 이 곳에서는 공동체에 속한 일원들이 공동으로 식사하는 식당과 양피지에 글을 써 텍스트를 만드는 필사실(筆寫室), 여러 개의 물 저장소와 수로, 창고, 작업장, 그리고 근처의 무덤 등이 발견되었다. 기원전 31년 지진으로 일차 멸망했다가 거주가 다시 시작되었고, 68년 로마에 의해 멸망한 것으로 보인다.
쿰란의 에세네 공동체는 자신들을 신의 진정한 백성으로 이해했다. 따라서 정결 예식은 가장 중요한 공동체의 의식(儀式)이었다. 공동체를 이끌던 '의의 교사'라 이름하는 이가 제의를 주도하고 성서 해석을 관장하였다. 공동체의 일원이 되려면 엄정한 절차를 거쳐 모든 공동체의 규칙을 준수하겠다는 서약을 해야 하였다. 공동 식사와 정결 예식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공동체의 비밀을 일체 외부에 발설해서는 안 되었다. 이들은 당시 유대인의 전통과는 달리 태양력 달력을 사용하였으며, 주요 절기와 행사는 안식일과 맞닿지 않도록 조정하였다. 이러한 공동체의 규칙을 『공동체의 규칙서』에 담았다.
정결 예식을 통해 언제나 정결하게 자신들을 유지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 까닭은 공동체가 종말론에 기초해 있었기 때문이다. 율법에 대한 그들의 충성심은 단지 종교적 보수주의로부터 기인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자신들이야말로 종말에 있을 '어둠의 아들들에 대한 빛의 아들들의 전쟁'에서 승리하도록 예정되어 있는 신의 진실한 선택된 백성이라고 믿었다. 언제 닥칠지 모를 종말론적인 전쟁을 대비해서 항상 몸을 정결하게 유지하였던 것이다. 신의 거룩한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준비된 거룩한 전사들이었다. 모든 재산은 공동체에 속하였으며 성관계, 자녀 출산 및 양육을 포함한 일체의 가족 관계를 거부하였다. 현재의 삶은 전적으로 미래에 약속된 신의 백성으로서의 삶의 일부일 따름이었다. 따라서 그들의 성서 해석은 대체로 종말론적이었다.
이들의 종말론은 바빌로니아 포로기 이후에 시작되어 그리스 시대에 무르익은 묵시 사상과 관련된다. 묵시 사상의 신학은 이원론, 결정적 운명론, 우주론 등의 특성을 지닌다. 이들에게 발견되는 독특한 사상 가운데 하나는 바로 메시아 이해인데, 이들에게 메시아는 종말론적 예언자, 다윗 가문에서 나올 메시아(왕, 아론 가문에서 나올 메시아), 제사장 등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묵시적 기대의 중심에 위치한 메시아의 다양한 이미지는, 여러 가지 면에서 초기 기독교와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 쿰란 공동체와의 연관성을 의심받고 있는 상황에서, '하나의 메시아(the Messiah)'의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는 초기 기독교 공동체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다.
에세네파는 70년 예루살렘 성전 멸망 직전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졌으며, 성전 멸망 이후 유대 공동체를 이끌어 간 랍비들은 에세네파의 가르침을 이어받지 않았다. 그러나 초기 기독교는 하시딤 전통에서 에세네파가 싹 틔운 종말론과 묵시 문학적 전통을 상당 부분 흡수하였다. 초기 기독교가 자란 토양은, 결코 어떤 사상, 종교이든지 간에 시대를 뛰어넘어 진공 상태에서 자랄 수는 없다는 일반적인 원리에서 벗어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에세네파와 쿰란 (이스라엘사, 2007. 9. 12., 최창모, 위키미디어 커먼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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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아협 정책토론회에서 강의안 요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