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뽑기 1년 연구' 배경과 전망 박만서 [조회수 : 6]
총회 부회장 선거가 불법 타락 금품 선거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있까? 제87회 총회를 앞두고 불거져 나온 부회장 선거 탈법 행위가 이번 총회를 계기로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 것인가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13일 폐회된 총회에서는 현재와 같은 선거 제도로서는 총회 선거 분위기를 바꾸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서울 강북 강원동 평양노회에서 헌의한 '추첨제(제비뽑기) 선거제도'를 허락하고 규칙부에 넘겨 1년동안 시행안을 연구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총회 규칙부는 추첨제 선거제도에 대한 규칙 개정안을 1년간 연구해서 다음 총회에 내놓고 결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번 총회를 앞두고 교단 안팎에서는 총회 부회장 선거가 불법 타락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지적된 바 있다. 특히 선거 운동의 막바지에 이르면서 분위기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혼탁한 양상을 띠었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과열 분위기는 제87회 총회 부회장 선거는 총회가 열리기 3개월 전인 지난 6월 7일 후보자 등록을 마감하면서부터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들 후보자들이 노회에서 추천받은 5월말부터 사실상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됐다.
이번 총회 부회장 선거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 문제는 현행 선거법으로는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불법선거 사례들을 처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
선관위의 한 관계자는 "불법 선거 운동에 대한 정확한 자료를 확보하지 않고서는 후보자에 대한 법적인 조치를 취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번 선거 과정에서도 몇 건의 고소 사건이 있었지만 막상 증거 확보를 위해 당사자를 만나면 한 발 뒤로 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어려움을 호소한다.
특히 선관위가 법적으로 보장 받을 수 있는 조사권이 없기 때문에 익명의 투서나 현실적으로 들어난 불법 사례들을 접하고도 이를 묵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제86회 선관위는 불법 선거 사례에 대한 고소 고발을 받기 위한 창구를 마련하고 후보자 등록을 마감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이어서 불법 선거 사례가 고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후속조치가 불가능했다. 이미 혼탁 양상을 띠고 있는 선거 분위기라는 것이 현실로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고발된 건이 미미했기 때문이다.
또한 언론 등을 통해 보도된 불법 사례들의 경우는 정확한 증거 자료를 확보하기가 불가능했으며， 후보자들 또한 이에 대해 전적으로 부인함으로써 더 이상 조사가 이루어 지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제86회 선관위가 출범 초기에 선언한 강력 단속은 현 선거법이 안고 있는 맹점으로 인해 실천이 원초적으로 불가능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가운데 부회장 선거가 진행되는 지난 9일 비총대인 최 모 목사가 특정 후보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총회장 밖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후보의 이름까지 거론하며 금품선거 사례를 고발해 파문이 일었다. 이 고발자는 같은 내용을 실명으로 총회 홈페이지에 마련된 불법선거운동사례로 접수하는 한편 언론에 이를 공개했다.
이에 대해 총회의 입장은 비총대가 고발한 사건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조사를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인 반면에 고발한 당사자는 이 문제를 뇌물수수 혐의로 사회 법정에 고발하겠다는 의지까지 보이고 있어 상처가 쉽게 아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 제87회 총회 부회장 선거가 마무리되고 4개 노회에서 헌의한 추첨제(제비뽑기)선거 방식이 허락돼 규칙부에서 1년간 연구과정을 남겨 놓았다. 이같은 결정은 현행 선거법으로는 표출되는 불법선거 사례를 예방할 수 없으며， 더 이상 이 문제로 기독교의 이미지를 실추시킬 수 없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총회는 이번 제87회기 중에 규칙부에서 선거법을 추첨제로 바꾸는 개정안을 연구해서 내년 총회에서 허락을 받는다는 일정을 제시하고 있어 제89회 총회 부회장 선거에서나 이 제도에 의한 선거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제87회 총회를 앞두고 진행된 선거운동은 근래들어 가장 과열됐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분위기를 잠재우기라도 하듯 지난해에 찬반 투표 결과 부결됐던 추첨제(제비뽑기) 선거 헌의안이 허락되는 결과를 낳았다.
총회가 끝나고 또 다시 시작되는 총회 부회장 선거에 대해 달라진 분위기를 볼 수 있을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 결과가 1년동안 연구될 추첨제 선거 제도에 대한 향방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은 자명하다.
박만서 mspark@kidokongbo.com
입력 : 2002년 09월 21일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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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이슈/ 정계ㆍ교계 뒤흔드는 혼탁한 선거문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