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임태득 총회장의 총신대 발언에 대하여
2003년 12월 09일 (화) 12:00:00 [조회수 : 1] 기독신문
지난 11월 12일 총신대학교 채플 설교 도중 터져 나온 예장 교단 임태득 총회장의 ‘기저귀 발언’의 파장이 계속 번지고 있다. 그간 사건의 추이를 지켜보느라고 언급을 늦추었던 우리는 이제 견해를 밝힌다.
임 총회장의 말에 의하면 학생들을 한번 웃기고 지나가려고 조크용으로 던졌는데 예상과 달리 분위기가 얼어붙어 아차 싶었다고 한다. 우리는 누구의 발언을 성토하고 질책하기 전에 그 발언의 동기가 무엇인지 알아보아야 한다. 사단의 결과도 중요하지만 속셈은 그보다 더 중요하다. 살인범의 재판에 있어 굳이 살인의지 여부를 가리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처럼 임 총회장의 발언에 여성 비하의 의도는 없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임 총회장의 발언을 비호하려는 마음은 추호도 없다. 분명 그건 적절치 못한 표현이었다. 그 동기야 어쨌든 간에 그와 같은 발언이 여성의 인권을 깎아 내렸다는 판단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후 임 총회장은 총신대학생들 앞에서 사과했고, 학생들도 그의 충심을 받아들였던 것이다.
그런데 사태는 교계 안팎으로 번져 급기야 임 총회장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 당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교단 밖에서는 임 총회장이 총회장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아우성이다. 교단 내부에도 교단을 망신시켰다면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신중해야 하며, 포퓰리즘에 휘둘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포퓰리즘은 인민재판이나 마녀사냥 방식을 원용할 때가 있다. 그것이 쾌도난마처럼 당장에는 속시원할지 모르나 나중에 더 큰 문제를 야기하고 만다.
그래서 우리는 첫째로, 장본인이 잘못을 인정하고 충심으로 사과했는데도 자꾸 그것을 부풀려 물고늘어지는 건 기독교의 회개와 용서 정신에 위배된다는 사실을 지적하고자 한다. 과오 이상의 과오는 과오의 잘못된 처리임을 잘 알기에 우리는 작금의 사태 전개를 다른 차원에서 염려한다.
우리 사회는 걸핏하면 정도 이상의 책임을 물어 사람을 죽이는 경향이 있다. 그것이 본때 보이기든 정치적 조치이든 바람직하지 않음은 확실하다.
둘째로, 적법한 절차에 의해 선출된 임 총회장의 퇴임 여부는 예장 교단 총회가 결정할 일이지 교단 밖에서 간여할 일이 아님을 알기 바란다. 우리 사회의 유기적 관계를 아무리 중시한다하더라도 각 영역, 각 집단의 고유 권한이 침탈돼서는 안 된다.
그리고 셋째로, 이번 사태로 장본인은 물론 우리는 공인의 언행이 얼마나 중요한가, 지도적 교단을 향한 사회의 기대가 얼마나 큰가, 오늘날 상대주의가 성경해석에 있어서도 얼마나 만연되어 있는가 등을 배워야 한다. 이를 임 총회장 개인의 실수로 돌리고 돌 던지기보다 우리 모두를 돌아보는 경계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
|
0
17852
1191
986 
[사설] 교회 정치를 백안시 하지 말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