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욱 목사의 '세속적 성공주의'
학복협 주최 청년전도집회 첫번째 강좌 <존귀한 자>에서
입력 : 2000년 08월 22일 (화) 00:00:00 [조회수 : 1610] 이성규 ( 기자에게 메일보내기 )
(1) 강좌 <존귀한 자>의 존귀하지 않은 인간모멸
전병욱 목사가 청년전도집회에서 <꿈>이라는 대주제를 놓고 한 세 번의 강연 가운데 첫째 강좌 <존귀한 자>(역대상 4:1-10)편을 살펴보기로 하자. 그의 강연은 역대지상 4장에 등장하는 "야베스"라는 인물에 대한 기록을 중심으로 '고통'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그가 어찌해서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존귀한 자"로 들림을 받았는가에 집중해 있다.
이 강좌를 통해서 전병욱 목사는 오늘날 자신의 자아에 대한 자신감을 상실하고 현실의 난관을 극복하는데 용기가 부족한 청년들을 신앙적으로 격려하고 진취적 기상을 가지고 성공한 인생을 누리기를 바라는 의도를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다시 말해서 이 세상에서 무시받지 말고 누구에게나 존귀한 자로 인정받는 인생을 살라는 것이다. 이 점은 지난 번 그의 "글레디에이터 읽기의 오류"에서 지적했던 기본 줄거리와 거의 유사한 흐름이라고 하겠다.
오늘날과 같이 꿈을 잃고 방황하는 청년세대에게 꿈을 불어넣고, 어려운 일을 겪지 않아 날로 나약해져만 가는 젊은이들에게 강한 믿음으로 자신의 인생을 감당하도록 하는 것은 목회자만이 아니라 모든 선배세대에게 주어진 사명이기도 하다. 미래를 책임져야 할 세대가 흔들리면 역사는 희망을 잃고 만다. 따라서 전병욱 목사가 이들에게 존귀한 자아의식을 불어넣어 힘찬 기백과 자존(自尊)의 능력을 가지도록 하는 것은 그 의도에 있어서 외견상 일단 바람직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의도와는 달리, 만일 그 지향하는 바가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과는 배치되는 것이라면 이는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그럴 듯한 이야기로 포장한다고 해도 그러한 결과를 향해 가는 메시지라면 그것은 철저하게 배격해야 하는 '반(反)그리스도적 궤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신학적으로 자신을 제대로 방비할 수 없는 순진무구한 젊은이들이 전병욱 목사의 메시지에 사로잡히면 그 결과는 약한 인간에 대한 깊은 사랑을 갖지 못한, 매우 이기적이며 능력주의적이고 자기우월감에 빠진 냉혹한 인간으로 길러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심각하게 경계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의 메시지는 이 세상에서 강한 자, 능력있는 자가 되라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그런데 이는 경쟁주의적 세계관에 기초한 인간형이자, 그 지향하는 바의 가치에 대한 판단은 존재하지 않은 채 "믿고 하면 된다" 식의 개발독재형 밀어부치기에 뿌리박고 있다는 점을 주시한다면 그의 논리와 신학적 설파는 실로 위험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세상에 새롭게 창조하시고자 했던 인간형은 그러한 유형과는 완전히 대립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우선, 그의 강연방식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그의 인간관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그는 때때로 청중들 중 누군가를 표적삼아 공박하고 야비한 방식으로 몰아부친다. 그래서 그 대상을 청중의 우스개거리로 만들어 버리고 만다. 나름대로 동감을 표시하여 "아멘"하는 이들에게 자꾸 그러면 자기가 "힘이 빠지니까" 하지 말라고 타박하고, "가만히 있으라"고 다그치는 어조로 요구한다. 그렇게 자기 말을 듣지 않으려거든 아예 "나가서 들어라"고 위압한다. 아무리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청중이지만 청중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가 결여되어 있는 성숙하지 못한 인격을 드러내고 있다. 이것은 강연자로서 실로 자격이 없는 자세가 아닐 수 없다. <존귀한 자>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인간 하나 하나를 존귀한 자로 대하지 않는 오만한 강연자, 기본적인 모순이 아닌가?
게다가 그는 파격적 언어의 구사라고 스스로는 여기는지 모르나 교회에 "팔푼이 같은 놈"들 있다느니, 상처 같지도 않은 상처를 가지고 "상처가 있다고 호소하는 놈들은 그냥 밟아 뭉개버리면 된다"는 식의 말을 거리낌없이 한다. 어디 조직폭력배들의 집회도 아니고, 엄연히 청년 신앙인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어찌 이런 발언으로 강좌를 끌고 나가는지 그의 기본적인 인간관에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뿐만이 아니다. 한심하게 사는 인간들이 "예수 안 믿는 인간들이라면 그냥 그렇게 살다가 죽어버리라고 그래"라는 식으로 그의 언어는 대단히 폭력적이며 노골적으로 인간모멸의 감정을 담고 있다.
이 세상에서 무시 받고 살고 있는 자들에 대한 사랑이 없고, 도리어 세상과 함께 이들을 무시하고 경멸하고 있는 것이다. 십일조를 내지 않는 자들은 물론 농담조로 한 말이지만, "살려 두지 않는다"고 폭언한다. "종놈의 주제에 무슨 토론이냐 그냥 명령받으면 하면 되는 것이지" 하고 인간을 굴종적 존재로 비하시키고 있다. 이른바 군대에서 "까라면 까는 것이지" 식의 명령주의적 위계질서에 찌든 사고의 산물이다. 하나님께서 명령하신 바를 그대로 받들어 감당하기 어려워 하는 인간존재의 심연에 존재하는 딜레마와 그 도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성숙한 포용력이 없다. 이러한 태도는 자신의 말을 곧 하나님의 명령으로 대치시키는 매우 위험하기 짝이 없는 유혹에 빠지기 쉬운 함정이 되는 것을 전병욱 목사는 스스로 경계해야 할 것이다.
실로, <존귀한 자>라는 제목과는 완전히 배치되는 언어문화를 그는 가지고 있는 것이다. 성서에서 고통, 또는 고난의 자리는 하나님의 사랑과 온유하심이 은혜로 역사하시는 현장이다. 그 당사자에 대하여 결코 모멸감을 심어주는 방식으로 밀어 부치는 하나님의 역사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전병욱 목사의 언어는 인간이 직면하게 되는 갖가지 아픔의 자리에 대한 깊은 연민과 사랑에 찬 간구가 명백히 없다. "그까짓 것 가지고 뭘 그러냐"는 식의 경박하고 교만에 찬 다그침만이 있을 뿐이다. "꺼져 가는 등불과 상한 갈대를 돌보는" 절절한 마음을 느낄 수가 없는 것이다.
이것은 그가 인간의 상처와 고뇌에 접근하는 자세가 자기우월적 의식에 사로잡혀 있음을 드러낸다. 야베스라는 고통에 찬 삶을 산 한 존재가 하나님에게 다가가기까지의 뼈아픈 역정과 그 절절한 간구의 뜨거운 육성에 대하여 그는 영혼의 귀가 열려 있지 않은 것이다. 그저 그 야베스가 "존귀한 자가 되었노라"의 결론에 집중하여 야베스 성공담으로 성서의 메시지를 풀어가고자 하는 것이다. 아파하는 자의 영혼과 절룩거리는 육신에 찾아오셔서 그의 생명의 기력을 불러일으키시는 하나님의 그 섬세한 사랑의 마음결을 그는 청중들에게 전해야 하는 것이며, 그로써 이들 청년 세대들이 그러한 하나님을 만나는 기쁨을 누리도록 해야 하는 터에, 전병욱 목사는 다분히 위압적인 교권주의의 자세로 인간을 대하고 있는 것이다.
젊은 나이의 목회자가 벌써부터 그런 좋지 못한 습성에 빠진 것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칫 인신공격적 모독이 될까하여 주저되지만, 전병욱 목사는 청년들에게 <존귀한 자>라는 강좌를 하기 전에 스스로가 존귀한 자로서의 품성과 인격을 갖추는 노력을 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2) 세속적 야망을 향해
그의 강좌 내용에 들어가면 더욱 한심한 상황이 전개된다. 그는 비전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정작 그 비전의 내용은 없다. 그저 비전을 가져야 한다는 식이다. 이런 신학적 공황상태가 있을까 싶다.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최대 비전은 무엇인가? 그것은 하나님 나라의 의(義)가 이 땅에 이루어지고 그 의를 실현하기 위해 우리의 영혼과 육신의 지체가 쓰임 받는 것이다. 오늘날 현실에서의 무수한 불의가 자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독 청년들이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정의롭고 순결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노력을 기울일 때에 이 세상은 비로소 희망을 갖게 될 것이라는 웅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는 그런 문제에 대하여 완전히 침묵하고 있다.
오늘날 도처에서 고통받고 있는 이들의 삶과 그 현실에 눈을 뜨고 야베스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의 인권이 짓밟히지 않고 보호되도록 하는 일에 젊은이로서의 신앙적 양식과 헌신을 바치도록 하는 비전이 그에게는 없다. 오로지 자신의 야망에 대한 비전이 있을 뿐이다. 하여 이러한 그의 비전관은 곧바로 1등주의 또는 예의 그 대가론(大家論)으로 빠진다. 최상의 능력을 지닌 인물이 되어 세상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논리는 타당하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어떤 1등인가, 어떤 대가인가의 문제를 정리해야 한다.
그는 또 다시 <다보스 포럼>을 보기로 들면서 이곳에 세계의 대가들이 모여드는 바람에 별 볼일 없는 숙소가 제공되는데도 불구하고 1주일에 2만 달러나 지불하고라도 북새통이라고 강조한다. 1주일에 2만 달러를 쓰고 이곳에 모일 수 있는 사람들이 과연 누구인가의 문제만이 아니라, 그 대가라는 인물들이 도대체 어떤 종류의 사람들인지 그는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
전병욱 목사와 관련한 첫번째 글에서도 이미 밝혔듯이, <다보스 포럼>은 세계자본주의 체제의 지배세력들의 모임이다. 이들은 오늘날 세계자본주의 체제가 최대의 팽창을 통해서 이익을 누리도록 관리 경영하는 방식이 가진 모순, 즉 약소국이나 기타 제3세계 민중들의 삶이 그로 인해 어떤 피폐함에 이르는가는 전혀 상관하지 않는 자들이다.
하여 <다보스 포럼>이 열리는 현장에는 이들의 지배전략에 대하여 저항하는 시민단체들의 저항시위가 있어왔다는 점을 전병욱 목사는 의도적으로 외면한 것인지 아니면 알지 못했는지 언급하거나 고려에 놓고 있지 않다. 몰랐다면 무지한 것이고, 알았다면 그의 세계관이 지배세력의 승리주의에 빠져 있음을 뜻한다.
예수께서 <이 세상의 작은 자들>에게 어떻게 해야 한다고 가르치셨는가? 전병욱 목사는 바로 이 작은 자들을 교묘하게 억압하는 방법을 서로 교환하는 크고 강한 자들을 어처구니없게도 대가라고 칭송하고 있으니 그는 세상의 작은 자들과 함께 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와는 정면으로 대적(大敵)할 수밖에 없는 자리에 서 있다.
결국 그의 논리는 반(反)그리스도적인 세속적 성공 내지는 승리주의를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세속적 야망의 세계로 젊은이들을 끌어들이고 있으니 그의 강좌가 순수한 청년세대에게 얼마나 신앙적으로 해독(害毒)한가를 분명하게 직시해야 할 것이다.
<믿음>에 대한 그의 조직신학적 논리 또한 이러한 이기적 야망과 깊은 관련을 갖는다. 그는 믿음이 난관에 직면했을 때에 그 개인적 역량의 한계를 뛰어넘는 힘의 역사에 대한 믿음이라고 가르친다. 기독교 신앙의 믿음이란, 사랑과 온유함, 의와 평화, 희생과 헌신 등이 세상의 권세나 야욕에 비하자면 무기력하게 보일지 모르나, 이러한 삶의 자세를 하나님의 뜻으로 받아들여 세상의 멸시와 고난을 무릅쓰고 끝까지 견지해나가면 마침내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이러한 가치가 승리함을 믿는 것이다. 십자가는 바로 그러한 믿음의 실체이다.
그러나 그의 믿음관은 한 개인의 야망을 성취해나가는데 있어서 그 현실적 한계를 돌파해나갈 수 있도록 해주는 초월적 힘에 대한 신뢰로 압축된다. 이러한 그의 믿음에 대한 정의를 바탕으로 그는 박정희식 개발독재가 속도주의를 통해 역사의 진전을 이룩했다고 본다. 독재로 인한 여러 가지 희생이 있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발전을 위한 기회비용"에 불과하며, 전진을 위해서는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가는" 자세가 요구된다고 강조한다.
야베스의 삶에 고통이 있다는 것을 주목한다면, 그는 마땅히 박정희 시대의 고난받았던 이들의 삶과 그들의 고통의 무게 또한 깊이 들여다 볼 수 있어야 한다. 성서에서 억울하게 고통을 받고 있는 이들이 언제나 부르짖었던 것은 하나님의 의였다는 점, 이것을 전병욱 목사는 주목하지 않는다. 그는 박정희 시대에 고난받은 지식인, 노동자, 농민, 학생, 기타 민중들의 양심과 자유가 짓밟히고 한 인간으로서, 존귀한 자로서의 인권이 박탈되었던 현실에 대하여 하나님의 의(義)를 부르짖는 자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야베스는 하나님에게 "나의 고통을 돌아보시고 나를 불행에 처하지 않게 하소서" 하고 절박한 기도를 드리는 존재로 성서에 등장한다. 박정희 시대에 무수한 야베스들이 바로 이 기도를 드리면서 모든 인간이 존귀한 대우를 받는 시대를 꿈꾸었다는 점에 대하여 그는 철저하게 무지하다. 전병욱 목사는 이러한 야베스의 삶의 매우 중대한 차원에 눈을 뜨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존귀한 자가 되려면 기도해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이는 목사라면 누구나 강조하는 말이다. 문제는 그 기도가 어떤 내용과 방향을 가져야 하는가에 있다. 세상의 권세와 명예와 재력이 힘없고 가난하며 무지한 사람들을 존귀하게 대하지 않고 억누르고 있는 시대를 뒤바꿀 기도를 하는 것이 특별히 청년 그리스도인들이 드려야 할 기도의 핵심이다. 나이 많아 늙어 이제 하나님 나라를 가는 준비를 해야 하는 연령이 아닌 젊디젊은 청년들이 이 사회에서 진정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기 위해 요구되는 기도가 무엇인지를 그는 제시했어야 하나 그는 그러한 과제에 대한 문제의식이 전혀 없어 보인다.
이러한 기도 대신에 바로 그 권세와 명예와 재력이 자신의 것이 되게 해달라고 하는 기도라면 그것은 그리스도인의 양심과 신앙의 순결을 십자가에 못박는 일과 다름이 없다. 불의한 권력, 타락한 재력, 오만한 명예가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인간의 존귀함을 얼마나 상케 하고 있는가? 하여 오늘날 기독청년들이 드려야 할 기도는 이러한 불의의 시대가 끝나고 하나님의 의가 이루어지는 아름다운 시대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양심과 능력과, 비전과 결단이 되어야 할 것이다. 분단의 시대가 가한 고통이 종식되고 평화와 통일의 시대를 위해 하나님의 일꾼으로 부름 받는 놀라운 기쁨을 기도의 제목으로 삼는 것이야말로 기독청년다운 신앙의 자세가 아닌가?
부디 젊은 신앙인들은 전병욱 목사의 경박하고 세속적인 성공주의에 물들지 말고, 그리스도인의 참된 양심과 하나님의 의의 영에 사로잡혀 이 시대에 진정 고통받고 있는 이들을 위한 사랑의 능력이 충만해지기를 간절히 기도하기를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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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뽑기는 합동교단 영원히 존재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