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수 목사 제비뽑기로 부총회장 당
행운의 붉은구슬 475 ... 불운의 노란구슬 395
김종희 (newsnjoy@newsnjoy.or.kr)
승인 1970.01.01 09:00
2신.
▲한명수 목사 ⓒ뉴스앤조이 신철민
첫날 선거방식을 놓고 힘겨운 싸움을 벌였던 예장합동에서 장로들과 임원들과 내부적인 합의를 거쳐 둘째날 아침 제비뽑기를 실시했다. 내부적 합의 내용이 아직 공표되지 않았으나, 올해만 제비뽑기를 하고 내년부터 원점으로 돌아갈 것인지 미비점을 보완해 제비뽑기를 계속 할 것인지 총회현장에서 또 한 차례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무튼 난산 끝에 제비뽑기가 실시됐다. 먼저 부총회장 후보인 한명수 목사와 황승기 목사가 차례로 나와 붉은구슬과 노란구슬이 담긴 봉투를 각자 집어 선관위원들에게 냈다. 후보들은 본인이 집어든 봉투 안에 무슨 색깔의 구슬이 담겨 있는지 모른다. 이어 총대들이 한 사람씩 나와 붉은구슬과 노란구슬이 섞인 통 안에 손을 넣어 구슬을 하나씩 꺼내 투명한 통에 자신이 고른 구슬을 색에 따라 구별해 집어넣었다.
880명이 참여한 결과 붉은구슬이 475개, 노란구슬이 395개가 나왔다. 잔뜩 긴장한 채 구슬통을 응시하는 총대들, 그중에는 슬그머니 구슬 두 개를 꺼내려다 걸려 머쓱해진 사람도 있었다. 모두들 처음 해보는 실험이 무척이나 재미있었던 모양이다.
이제는 누가 붉은구슬의 주인공인지를 가려낼 시간. 봉투를 열었다. 붉은구슬의 주인공은 한명수 목사였다. 우뢰와 같은 축하의 박수가 터져나왔다. 한국 교회 사상 처음으로 제비뽑기로 당선된 부총회장이 된 것이다.
이어 경쟁상대가 있는 부서기, 부회록서기도 제비뽑기를 했다. 경쟁자가 없는 곳은 모두 만장일치 박수로 통과시켰다.
이날 최종적으로 선출된 임원 명단은 다음과 같다.
총회장 예종탁 목사
부총회장 한명수 목사 / 홍광 장로
서기 안기영 목사 / 부서기 김선규 목사
회록서기 이을익 목사 / 부회록서기 김영태 목사
회계 용성식 장로 / 부회계 정회웅 장로
1신.
▲제비뽑기를 준비하는 선거관리위원들
한국교회에서 유래없는 선거방식으로 채택된 예장합동의 제비뽑기를 통한 임원선거 방식이 좌초될 위기를 맞았다.
예장합동은 9월 18일 제86회 총회를 열었다. 첫날 오후 7시 30분 총회장 김동권 목사는 제비뽑기를 통해 임원선거를 치르겠다고 선언하고, 선거관리위원들로 하여금 준비하도록 했다. 이미 일부 장로들이 제비뽑기를 무산시킬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던 터라 긴장감이 감돌았으나 총회장의 강한 의지로 일이 의외로 쉽게 풀릴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김도빈 선거관리위원장이 그간의 경위를 설명한 뒤 전국장로연합회 회장 김상권 장로의 발언을 시작으로 제비뽑기 저지 움직임이 시작됐다. 김 장로는 "제비뽑기를 시행하는 동기와 결정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그러나 절차를 무시해선 안 된다. 총회 임원회가 절차를 무시하고 일을 진행해 왔다. 그러니 올해 1년간 잘 연구해서 보완한 뒤 내년에 시행하자"고 했고, 일부 회원들이 박수를 쳤다.
▲제비뽑기에 반대하고 나선 일부 장로들
▲총회장이 "자리로 돌아가라"는 지시에도 막무가내로 반대 주장을 펴며 자리를 비켜
주지 않았다
김동권 총회장은 "분명히 제85회 총회 때 연구위원들의 보고를 만장일치로 받았다. 비록 미비한 점이 있어도 일단 이번에 시행하고 미비한 점은 하나하나 보완하면서 제대로 하자"고 설득하면서 선거를 진행하려 했다. 그러나 10여명의 장로들이 맨 앞에 앉아 있다가 조직적으로 나와 진행을 방해했으며, 총회장이 수 차례에 걸쳐 "자리로 돌아가라"고 지시했으나 막무가내로 반대 주장을 펴며 자리를 비켜주지 않았다.
이런 과정에서 송정현 장로는 "총회장이 설교하면서 일제시대 신사참배는 잘못된 것이라고 얘기했는데, 이번에 이런 식으로 제비뽑기를 하면 나중에 또 잘못된 일이었다고 회개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맞서 김용실 목사는 "나도 두 번이나 제비뽑기로 희생된 사람이다. 한 번은 부흥사회 선거 때, 또 한번은 지역협의회에서 임원 후보로 출마할 때다. 두 번 다 제비뽑기로 해서 떨어졌지만 승복했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결국 임원선출을 못하고 정회했다.
김덕철 장로가 "언제나 하회법이 모법을 따라야 하는데, 그렇다면 총회에서 제비뽑기를 하면 노회에서 노회 임원을 뽑을 때 교회에서 중직자를 뽑을 때도 제비뽑기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하자, 총회장은 "모든 결정은 그 회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응수했다.
최기채 증경총회장은 "그렇게 법을 따진다면, 전국장로회는 왜 장로 단일 후보를 만들어서 전체 총대들의 선택권을 빼앗느냐, 이것도 법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반박했고, 이종일 목사는 "깃털(절차)을 지키려고 몸통(정신)을 버려선 안 된다"며 "법을 따진다면, 지금 투표를 하자는 것도 맞지 않는다. 지금 입후보자는 제비뽑기 방식을 근거로 입후보한 것이다. 따라서 비상정회를 한 뒤 한 두 달 뒤에 다시 모여서 투표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근모 목사는 "지금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에 이 모습이 나가고 있다. 부끄럽지 않게 좋은 결론을 내리도록 하자"고 호소했다.
공방이 계속되기를 2시간, 결국 첫날 임원들을 선출하지 못한 채 9시 30분 총회장은 정회를 선포했다. 이 공방은 20일 오전 9시 30분부터 다시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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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장합동, 총회총무 선거 “제비뽑기로 2인 확정 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