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하회(下會)에 영향력 없는 선거제도 바꿔야
고광석 목사(화순중부교회)
2008년 08월 05일 (화) 10:02:04 기독신문 ekd@kidok.com
▲ 고광석 목사
총회를 앞두고 최근 기독신문을 보면 선거제도에 대한 보도와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지난 7월 16일자 1면 기사에 보면 총대 2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바람직한 선거제도로 제비뽑기 42%, 직선제 41%로 엇비슷하게 나타났다. 그리고 지난 7월 23일자 4면에는 ‘제비뽑기’를 옹호하는 분과 ‘직접선거’를 옹호하는 분의 상반된 주장이 나름대로 설득력 있게 나란히 실리기도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제비뽑기나 직접선거나 공히 성경적인 방식이다. 왜냐하면 모든 조직의 리더십은 하나님께로부터 주어지기 때문이고 또한 선거의 과정이 적어도 하나님을 믿는 목사와 장로들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적으로 제비뽑기나 직접선거나 나름대로의 장단점이 상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우리들의 공동체(총회)에 보다 유익한 제도를 실시하면 되는 것이다.
이런 기반 위에 총회가 선거제도를 직접선거(직선제)로 바꿔야 할 몇 가지 이유를 제시하고자한다. 첫째로, 지난 몇 년 동안 총회가 실시하고 있는 제비뽑기 선거 제도가 하회(下會, 노회나 교회)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만일 제비뽑기 제도가 그렇게 좋고 유익하다면 적어도 절반 이상의 노회가 노회 임원들을 뽑을 때 이 제도를 실시해야 하고, 총회 산하 많은 지 교회들이 임직자들을 선출할 때 이 제도를 사용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현재 제비뽑기를 시행하는 노회는 미미하고 지교회의 실정은 거의 전무하다. 총회가 실시하고 있는 선거제도가 하회(下會)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그 제도가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증거이다.
둘째로, 제비뽑기로 임원들이 선출되다보니 총회장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임원들 간의 팀워크(teamwork)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임원들 각자가 제비뽑기에 의해 선출되었기 때문에 소신(?)대로 총회 일을 하다보니 중요한 일들이 쉽게 결정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음이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신속하게 처리해야 할 안건이 미루어지고 시기를 놓침으로 여러 면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가 발생하게 되고, 뿐만 아니라 총회가 1년 임기의 임원들보다 장기간 임기가 보장된 직원들에 의해 움직여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총회 임원들 간에, 또는 임원들과 직원들 간의 알력을 경험한 바 있다.
셋째로, 총회와 산하 기관(GMS, 신문사, 신학교 등)의 임원들을 뽑는 선거제도를 속히 통일시켜야 한다. 현재 총회와 산하 기관의 임원들을 선출할 때 어떤 기관은 제비뽑기로, 어떤 기관은 직접선거로 선출하는 등 총회 내에서도 선거의 통일성이 없는 실정이다. 일각에서 제비뽑기의 한계를 절감하고 직접선거 제도로 전환하되, 상비부장이나 다른 기관장들부터 실시 해보고 차후에 총회 임원들을 직접선거로 선출하자는 의견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동일 총회 산하에서 어떤 것은 제비뽑기로 하고 어떤 것은 직선제로 하면 오히려 그것이 부자연스럽게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속히 선거제도를 통일시켜야하되, 각 기관을 섬기는 사람들이 총의를 모아 직접 임원들을 선출할 수 있도록 선거제도를 바꿔야 할 것이다.
넷째로, 금권 관권(파벌) 선거를 우려하여 직접선거를 못한다는 것은 총회와 총대들에 대한 모욕이다. 물론 직접선거가 있는 곳에 선거 판에 기웃거리는 인사들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몇몇 인사들 때문에 직접선거를 거부해서는 안 될 것이다. 만약 이것이 직접선거를 거부해야할 이유라면 교단산하 지 교회들이 총회를 어떻게 볼 것이며, 타 교단이 본 교단을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오히려 이번 기회에 금권 관권 선거를 획책하는 무리들을 엄격히 다룰 수 있는 제반 장치(총대 영구제명 또는 일정기간 공직 금지 등)를 만들어 놓고 총대들의 총의에 의해 임원들을 직접 선출하게 해야 할 것이다. 옛말에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근다.’는 말이 있듯이 금권 선거를 우려하여 직접선거를 못한다는 것은 총회와 총대들을 무시하는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혹자는 총회의 파벌을 우려하기도 하지만, 어떤 조직이든 중심세력이 그 조직을 이끌어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노회도 마찬가지이고 교회도 마찬가지이다. 국가에도 여당이 있고 그 안에도 중심세력이 있고 초등학교 동창회에도 중심세력이 있다. 따라서 총회에 유익이 되는 세력이 중심을 잡고 총회를 이끌어가게 하고 잘못하면 교체하면 되는 것이다. 총대들은 다만 누가 총회를 사랑하고 섬기려는 자세가 되어 있는가를 판단하여 직접 선택하고, 나아가 주도하는 세력이 하나님의 뜻에 맞게 총회를 섬기도록 기도할 뿐이다.
결론적으로, 이 세상에 완벽한 제도는 없다. 다만 조직에 유익한 제도를 실시하면 되는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노회와 지 교회들이 직접선거로 임원이나 임직자들을 선출하고 있다. 그렇다면 노회의 연합체인 총회도 당연히 직접선거로 임원들을 선출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총대들의 총의에 의해 총회장과 임원들이 선출되어 강력한 팀워크를 이룸으로 대내외적인 중요한 일들을 심도 있고 신속하게 처리해나갈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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