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노회 남원산성교회
"한센인들의 손 잡아주며 신앙의 본질 회복합니다."임성국 기자l승인2016.09.19l수정2016.09.19 12:25l3059호 l조회수 : 460
1962년 한센병을 앓았던 환우들이 전북 남원의 작은 산골에 모여들었다. 여수 애양원에서 건강을 회복한 60여 세대가 제비뽑기를 통해 보이열 선교사(Boyer，Elmer Timothy)가 마련한 새로운 보금자리로 이주한 것.
하지만 정착은 결코 쉽지 않았다. 인근 지역 주민들의 핍박이 거셌다. '한센인'이라고 냉대하며 자녀들의 배움의 길까지도 반대했다. 서러움이 컸지만 생명과 신앙을 지켜야 했던 이들은 주님을 향한 소망의 끈을 더욱 굳건히 붙잡았다. 손양원 목사와 보이열 선교사 등을 신앙의 아버지로 떠받들고, 배운 가르침을 기억하며 기도의 무릎도 꿇었다. 그리고 삶의 터전 중앙에 천막으로 교회를 세우고 그 힘으로 땅을 일구기 시작했다.
그렇게 일구어진 동산위에 1962년 8월 전북노회의 허락을 받아 남원산성교회(이남식 목사 시무)가 설립됐다. 이것이 창립 54주년을 맞이한 남원산성교회의 설립배경이다.
작은 동산위에 자리한 교회는 세 번째 건물로서 고풍스러운 느낌이 나는 붉은벽돌로 세워졌다. 황막한 땅 위에 삶의 터전을 일군 한센장애우들은 교회와 마을을 형성하며 마침내 '기적의 동산'을 이루었다. 한센장애우들의 화합과 근면 성실함이 교회와 마을 곳곳에 배여 있던 이유일까. 그곳에는 한센장애우들의 특별한 역사가 고스란히 묻어 있다. 그들을 향한 섬김은 교회사역의 중심이 될 만큼 자연스럽게 활성화되었다.
제1대 여운원 목사，제2대 김정명 목사의 후임으로 2008년 제3대 담임목사로 남원산성교회를 섬기고 있는 이남식 목사는 "남원 보성길 보성마을은 50여년 전 여수 애양원에서 이주해온 음성 한센장애우의 정착촌이라"이라며 "사회적 냉대와 편견으로 아픔과 상처가 많았지만，지금에 와서는 사랑과 행복이 넘치는 교회와 마을， 신실한 믿음의 성도가 되어가는 아름다운 교회가 됐다"고 소개했다.
2016년 '믿음의 행복을 더하는 교회'를 표어로 정한 교회는 이제 일반 성도들과 음성 한센장애우등 120여 명이 함께 편견을 극복하고 생활하는 공동체로 성장했다.
지난날의 아픔과 상처를 씻어내기 위해 이남식 목사는 목회의 방향을 '돌봄과 회복'에 맞췄다. 그리고 선임 목회자가 섬긴 헌신과 희생의 정신을 이어가고자 몸부림치고 있다. 그 누구도 쉽게 선택하지 못할 부임지였던 만큼， 이 목사의 결정과 헌신은 더욱 빛이 났다.
이 목사는 "목회자가 아픔과 상처가 있는 한센장애우와 함께 격 없이 가는 것이 목회다. 그리고 말씀 안에서 그들을 제자화하며 감동이 있는 신앙인으로， 신앙의 인격화로， 그리고 신앙으로 삶이 치유와 회복이 있는 신앙생활을 돕고자 최선을 다한다며， 이제 남원산성교회는 한센장애우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를 위한 구원의 방주 역할까지 톡톡히 감당해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교회는 비본질적인 것을 내려놓고， 성경말씀으로 돌아가는 데 집중했다. 모든 성도가 신앙안에서 온전하게 자립하고， 치유를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할 수 있는 가장 기본 된 사역을 위한 길을 걸었다. 특별히 성도들이 하나가 되어 세속화된 모습을 벗어 던지고 신앙의 '본질'을 추구하며 전진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드러났다. 교회는 찬양대와 차량봉사， 주방봉사와 사회봉사 등 모든 섬김과 사역을 구분 없이 진행한다. 결국 교회의 본질 찾기가 교회의 외형과 성도들의 외모가 아닌 말씀과 진정한 신앙을 위한 영성훈련안에서 큰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한센장애우들의 순수하고 헌신적인 교회의 섬김은 교회 공동체에서 마을과 지역공동체까지 확산됐다. 교회와 마을은 지자체의 도움으로 양로원을 세우고 생활자립에 어려움을 겪은 주민들을 돌봤다. 또한 교회는 재정 여건의 어려움 속에서도 시내 2개처 교회를 분립 개척해 선교의 영역을 넓혔다. 최근 교회는 창립 50주년 기념으로 해외 특정지역 선교사와 함께 성경신학교를 도와 현지인 사역자 100여 명의 교육비를 감당하며 사역자 양성에 힘을 보탰다. 또 총회의 파송 선교사들과 학원선교， 기관선교를 도우며 사랑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이남식 목사는 "뿌리가 건강한 교회로서 아픔이 기쁨으로， 상처는 열매가 돼 화해와 사랑을 실천하는 신앙의 산교육 현장으로 자리 잡았다"며 "음성한센장애우와 일반성도 모두가 굳건한 믿음과 건강을 가지고 세상을 향해 더욱 당당히 전진하며 하나님의 사랑을 더 깊이 체험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이 목사는 "성경에 문자화된 '나병， 문둥병(이)'라는 어귀는 한시라도 빨리 '한센인， 한센병자'로 기록되었으면 한다"며 "한센장애우들이 개정된 성경을 보고 읽으면서 마음 상하지 않고， 은혜받고 감사히 생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신앙공동체， 남원산성교회의 아름다운 헌신의 섬김과 사역이 이 땅에 아름답게 뿌리내려 하나님께 영광과 지역 사회의 빛이 되고 희망이 되길 기대해 본다.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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