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선거가 꽃이 되려면
2013년 03월 25일 (월) 18:04:10 정재영 기자 jyjung@kidok.com
우리 교단은 건강한 선거문화를 위해 일차적 조건이라 할 수 있는 ‘공명선거’의 토대를 오랜 시간 열심히 구축해왔다. 제비뽑기라는 특별한 방식을 도입하고, 갖가지 법과 제도를 마련하면서 교단 권력이 금권이나 지연 같은 데에 영향을 받는 것을 막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충분한 걸까. 반드시 해결해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가 있으니 바로 후보에 대한 철저한 검증작업이다. 이 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할 때 사회적으로는 국정혼란이 야기되고, 교단 안에서도 우리가 익히 목격해왔듯이 구성원들 간에 불필요하게 에너지가 소모되곤 한다.
더욱이 다가올 총회에서는 제비뽑기 제도에 직선제가 가미된 방식이 처음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총대 개개인의 합리적인 선택이 불가피해 진 상황이 됐고, 그래서 각 후보들에 대해 더욱 정확하고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새로 적용될 교단 선거규정의 일부 조항들은 이에 역행하는 듯이 보인다.
문제의 조항들을 문자 그대로 따르자면 후보들은 본인 스스로나 심지어 자신들을 추천한 노회나 공공 언론을 통해서도 일체의 홍보활동을 할 수 없게 되어있다. 오직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지정한 시기와 방식을 통해서만 극히 제한적으로 자신의 경력과 생각을 알릴 수 있을 뿐이다. 때문에 현재 각 노회에서 총회 임원을 비롯한 요직의 후보들로 추대된 인물들은 그 사실을 알릴 방법을 찾지 못해 당황하는 초유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다. 상당수 총대들은 이전까지 후보가 지닌 사상과 비전은커녕 얼굴조차 알지 못한 채, 공식 선거일정이 시작된 후에야 선관위가 보내줄 홍보물이 도착하기만을 기다리게 됐다. 더욱이 교단의 수장 역할을 감당할 인물을 선출하는 중차대한 일임에도 총대를 제외한 전국교회 구성원들에게는 입후보자에 대해 제대로 된 정보가 제공되지 못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졌다.
공명선거를 위한 노력들을 폄하하거나 부정하려는 게 아니다. 도덕성과 공정성을 지키려는 입장에는 충분히 동의하고 갈채를 보낸다. 하지만 선거를 통해 달성해야 할 또 다른 가치들도 분명히 존재하며, 이를 저해하는 불합리한 요소들은 반드시 교정되어야 한다. 한 가지만 기억하자. 금권선거나 부정선거를 통해서만 ‘눈먼 선거’로 전락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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