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민주 노회를 기대하며
2008년 04월 15일 (화) 16:50:55 박민균 min@kidok.com
나른한 봄기운이 무색하게 노회 현장은 치열했다. 임원과 총대 선거를 앞두고 노회원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쪽지를 주고받는다. 쪽지에는 노회 중진 목회자가 '하명'(下命)하신 임원·총대 후보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다.
이러다보니 누구를 찍을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누가 노회를 위해 올바르게 일할 사람인지 검증할 필요도 없다. 우리 노회와 총회를 위해 일할 사람이 누구인지 고심할 필요도 없다. 노회임원은 노회가입 순서에 따라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직무를 감당하면 된다.
그러나 총대는 다르다. 총대는 노회를 대표해 총회 대의원으로 나서는 인물이다. 그의 손에 총회의 미래가 결정된다. 노회 중진 몇 명이 총대를 점찍고, 낙점 받은 이들이 그대로 총대가 되는 현실은 분명 문제가 있다.
먼저 이런 형태는 비민주적이다. 몇몇 인사들 중심으로, 그들의 결정대로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좌우되는 노회는 사실상 독재나 과두정치를 하는 노회라고 볼 수 있다. 과두정치는 필연적으로 줄세우기나 편가르기를 통해 정치영역을 확대하고, 그 영역을 기반으로 노회를 장악하려 한다. 이런 싸움이 커지면 분란이 일어나고, 노회가 분립된다. 노회분립의 90% 이상이 이런 정치싸움의 결과 아닌가.
노회 내부의 문제에 그친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총대로 나선 이들이 총회에서도 시시비비를 가려 안건을 처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노회 중진의 지시 혹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안건을 처리하는, 심하게 말하면 거수기로 전락하게 된다.
노회의 정치적 거물이 총회에서 그 노회와 지역을 대표하는 인물로 인식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것이 그 거물 정치인만 잡으면 그 노회와 지역을 움직인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노회에 참석하면 총회 정치가 더럽다고, 왜 바르게 못하냐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다. 노회가 바로 서야 총회도 바로 선다. 민주적이고 깨끗한 총회를 원한다면, 노회를 바꾸시라. 민주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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