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총장 선거 '로드맵'
2008년 06월 24일 (화) 19:36:06 박민균 기자 min@kidok.com
예상대로 총신대 운영이사회는 신임 총장을 선출하지 못했다.
운영이사들은 137명 중 120명이 참석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보였지만, “설마 한 번에 선출되겠나?”라며 가벼운 마음으로 기표소에 들어갔다. 임원회도 이번 선거에서 총장을 선출하겠다는 마음이 없는 듯 보였다. 한번에 끝내 보자라는 생각이 있었다면, 다득표자 2~3명을 대상으로 다시 결선투표를 진행했을 것이다.
1차 투표를 보면서 느낀 총장 선거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불확실성이었다.
이사들은 후보에 대한 공식적인 자료 하나 없이 투표를 했다. 자료집에는 투표 기호와 이름만 나왔을 뿐, 후보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들어있지 않았다. 이사들은 “어떻게 신임 총장을 선출하면서 자료집에 후보자 약력이나 소견도 싣지 않느냐”고 임원회를 성토했다. 그렇다고 선거 전에 출마자들이 총장에 합당한 인물인지를 평가하는 공식적인 논의가 진행된 것도 아니다. 이 때문에 출신지역에 따라 표가 나오고, 몇몇 정치이사들이 돈으로 교수들을 유혹한다는 말들이 흘러나왔다.
불확실성은 또 있다. 총장 선거가 시작됐지만, 앞으로 총장 후보가 누가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저런 소문만 무성할 뿐, 이사회는 총장 후보 대상자를 학교 내부에서만 할지 외부 인물도 가능한지 확실히 말하지 않고 있다. 9월 총회 전, 늦어도 11월 현 총장 퇴임 전에 신임 총장을 선출해야 할 상황에서 “능력 있는 인물을 올리기 위해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한다”는 말은 무책임한 발언이다.
일단 운영·재단 이사회 임원회는 7월 1일 총장 선거를 위한 가시적인 로드맵을 보여야 한다.
학교 교수 중에서 총장을 선출할 예정이면, 이사들에게 공지하고 2차 선거부터 결선투표제를 도입해서라도 총장 선출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외부 인물을 영입할 의사가 있다면, 당장 2차 선거부터 후보자 접수를 받아 이사들에게 투표 전에 검증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지금 총장 선출의 길은 오리무중이다. 길이 보여야 그 길을 갈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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