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교연 출범 3년, 선거문화 개혁이 시급하다
‘순번제’ 뛰어넘는 ‘추대’의 선거문화 여론 높아
2014년 01월 28일 (화) 13:19:45 이현주 기자 hjle
절반으로 갈라진 민심, 심각한 ‘후유증’ 유발할 수도
지역과 교단 별 대립 일반 정치 선거와 다를 바 없어
지난 27일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사단법인 한국교회연합 제3차 정기총회는 창립 당시인 2012년보다 훨씬 높아진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당시 200명을 넘지 못했던 총대수는 317명으로 늘어나 있었고, 소속 회원교단도 34개 교단 10개 단체로 확대됐다. 대표회장 선거를 앞두고 총대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비쳐졌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교연은 한기총의 ‘아바타’라는 이미지를 벗어던지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1년부터 시작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파행을 견디지 못한 채 새로운 연합을 선언하고 나섰지만, 한기총으로의 복귀 혹은 한기총의 정상화를 염두에 두고 출발한 탓인지 조직과 행정, 총회 보고서 서식까지 한기총의 것을 하나도 넘어서지 못하고 있었다.
새로운 연합기구 출범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지금, 이미 존재하는 한기총과 창립 후 3년차를 맞이한 한교연은 분명 새출발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제3의 보수연합기구를 만들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지금 한교연에 주어진 과제는 교회의 신뢰를 얻고 사회적 위상을 갖춘 대표 연합기구로 발돋움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한교연의 괄목할만한 성장은 쉽지 않아 보인다. 3차 총회 현장에서 드러난 과열선거는 한교연 역시 교계 정치집단의 한 종류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쉽게 지우기 어려웠다. 출범 3년을 맞은 한교연의 과제를 짚어보았다.
# 과열선거는 후유증을 낳는다
대표회장 선거전이 시작된 후 매일같이 쏟아지는 문자 메시지와 상호 비방에 몸살을 앓아야 했던 총대들은 총회 현장에서 역시 우려 섞인 생각을 감추지 않았다. 한교연이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 단체로 위상을 갖추기 위해서는 그 속에서 일하게 될 대표 리더십의 영적, 도덕적 능력이 검증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1,000교회 미만인 ‘다군’에 해당된 예장 한영과 예장 합신 두 교단에서 출사표를 던진 한영훈, 권태진 후보는 이미 기존의 지지세력들을 확보하고 있었다.
한교연 태동부터 참여했던 한영훈 목사는 오랜 연합의 경험과 한교연에서의 기여도를 강점으로 밀어붙였지만 현재 법원에 계류 중인 교비횡령 사건이 마무리 되지 않아 곤혹을 치렀다. 여기에 미국 하나님의 교회로 시작된 오순절 교단이 순식간에 ‘장로교’로 탈바꿈한 것에 대해서 소위 정통을 자랑하는 통합과 합신 등 장로교단의 반발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한영훈 목사를 대표회장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여론은 예장 합신의 한교연 가입에 이어 권태진 목사의 입후보까지 차기 대표회장 로드맵을 새롭게 그려내며 속전속결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권태진 목사에게는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다”는 비난과 함께 한교연이 힘겨울 때 외면하다가 가입 첫 해에 대표회장에 출마하는 것은 비양심적인 행동이라는 외면이 쏟아졌다.
한 표가 아쉬운 상황은 총회 현장에서 그대로 연출됐다. 1차 투표에서 총투표수 252표 가운데 126대 126의 동점이 나온 것. 단 한 표가 과반을 가를 수 있는 상황에서 표심은 둘로 완전히 갈라졌다. 2차 투표에서 한영훈 목사가 20표 차로 앞서면서 승리했지만 향후 자신을 반대했던 50%의 민심을 어떻게 설득하고 화합으로 이끌 것이냐 하는 과제가 무겁게 남고 말았다.
문제는 ‘치열한 선거전’. 한교연의 태동이 2011년 김용호 변호사가 총대들과 직접 만든 개혁정관의 폐기에 대한 반발이자 과열선거로 무너진 한기총의 위상에 대한 저항이었다면 한교연은 반드시 다른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 순번제 대안 아냐...새 선거법 필요
한교연은 한기총이 폐기한 ‘가-나-다’ 군의 순번제를 유지했지만 창립 총회와 이번 제3차 총회에서 볼 수 있듯이 과열선거를 막는데는 역부족이었다. 이미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해 상호 비방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고, 정확하게 반으로 갈라진 표심은 그 안에 교단 간, 지역 간 대립의 골이 깊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었다.
순번제를 제안했던 김용호 변호사는 당시 “과열 경선을 막기 위한 대안이자 교회 간 분열을 억제하고 통합을 유도하는 취지를 담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순번제 역시 완전한 선거법이 될 수는 없었다. 출마 교단을 예상할 수 있을 뿐, 오히려 더욱 치열한 경선과 예상되는 후보군의 사전 선거운동도 가능한 부작용을 안고 있었다.
여기에 한교연의 선거관리위원회 규정도 상당히 부실하게 마련되어 있어 ‘영성과 도덕성’에 대한 ‘객관적’ 검증이라는 말 자체가 어떻게 적용 가능한지 판단이 쉽지 않다. 총대들이 우려하는 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선거 연기를 제안한 통합측의 한 총대는 “선거관리 규정에 후보자격에 대한 상세한 기준이 없다면 임시총회를 통해 법을 보완하고 총회를 치루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사회법과 관련된 후보에 대한 경계심을 강하게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사회법'이 교회의 기준이 될 수 없다는 반대 의견도 설득력을 얻었다. 개혁측의 한 총대는 “기독교단체가 재판부의 판결에 모든 잣대를 들이댈 수는 없는 일이다. 선거 자체가 민심이고 심판이다. 여기서 총대들이 도덕성과 영성 등을 판단하면 될 일”이라고 맞받았다.
결국 이 같은 과정 속에서 한교연은 전 회원 교단들의 공감대를 얻는 선거법의 개정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과열 선거는 분명 부작용을 불러온다는 점에서 교회연합기관의 선거는 세상과 차별점을 둘 필요가 있다.
백석 총회장 장종현 목사의 “한교연이 새롭게 선거문화부터 바꿔야 하고 세상의 정치와 유사한 행동을 하며 교회의 머리에 군림하는 행정과 선거문화는 사라져야 한다”는 설교처럼 한교연이 교회나 사회적으로 존경받을 수 있는 새로운 선거문화의 정립이 시급하다.
또 선거에 적합한 인물들로 총회 직전에 총대들을 바꾸는 인선관행도 사라져야 한다. 연합기관에 파송되는 총대들은 무거운 책임감과 소속감을 가지고 활동을 해야 하는 중대한 임무를 갖는다. 연합기관의 신뢰와 위상이 한국 교회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총회에서 역시 교단 서기의 일방적인 통보로 총대들이 바뀌는 소동이 일었다. 이미 상당수의 교단들이 총회를 앞두고 후보의 지역과 일치하는 총대들로 교체하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한기총 선거 때마다 나타난 문제였고, 지지색을 확인한 후 파송되는 총대들로부터 객관적인 투표를 기대할 수 없다. 그렇기에 총대 파송 등에 있어 보다 객관적인 검증과 교단의 책임있는 행정이 개혁과제로 주문되고 있는 것이다.
# ‘환골탈태’의 개혁 필요
새 대표회장에 선출된 한영훈 목사는 “한국 교회와 한교연의 위상을 높이는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또 정부와 사회적 차원에서 한교연이 건강한 영향력을 미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는 한교연의 제도적 정비가 우선되어야 한다.
한기총과 유사한 정관을 버리고 모든 교단들의 공감대를 얻는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선거규정도 강화해 선거 후 일어날 수 있는 법적 시비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그러나 감리교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법'이 반드시 대안이 아니라는 점도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한교연을 이끌어갈 영성 깊은 리더십을 추대하고 회원 교단들의 대화와 양보 속에 ‘합의’를 이끌어내는 기구로 ‘환골탈태’가 필요하다.
총회 현장을 씁쓸한 마음으로 지켜보았다는 한 총대는 "지금 이대로의 선거문화를 계속 유지한다면 한교연에서도 과거 한기총과 같은 파행과 분열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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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여호와께서 미워하시는 것과 싫어하시는 것 본문: 잠언6:16-19 제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