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안에서 제비뽑기 이성호http://www.sorinara.org/zbxe/15812002.10.15 13:37:19 (*.106.4.94) 1859167 / 0 1[기독교보 게시판에 올린 글인데 이곳에 올립니다]
제비뽑기에 대한 전통적인 교회의 입장은 확고한 반대다. 초대교부들과 대부분의 공의회들은 제비뽑기에 대해서 신랄하게 비판하였을 뿐만 아니라 저주선언(Anathema)을 하기도 하였다. 중세 최고의 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는 그의 신학대전에서 제비뽑기의 부당성을 종합적으로 자세하게 논증하기도 하였다.
이것을 통해 우리는 신앙의 영적 선배들이 제비뽑기에 담겨져 있는 '영적함정'을 충분히 간파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공교회적 전통에 서 있는 우리 고신 교회는 이러한 교회의 전통적인 입장들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제비뽑기에 대한 논의의 여지는 전혀 없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교부들과 공의회가 제비뽑기에 반대하였을 때, 제비뽑기 자체에 대한 반대 보다는 제비뽑기의 오용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루고 있다.
제비뽑기 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그리고 그것의 오용을 충분히 막을 수만 있다면 제비뽑기는 논의할 만하다고 본다. 즉 교부들과 공의회의 결정은 제비뽑기에 대해서 완전히 문을 잠그고 있지는 않다.
건설적인 논의를 위해서 논의를 촛점을 줄여야 한다.
1. 제비뽑기의 도입은 매우 제한적이어야 한다. 교회의 모든 공직이나 의사결정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지금의 논의는 적어도 총회의 회장을 비롯한 몇몇 상임 의원에 한정된 것이야 한다. 예를 들어 목사의 청빙을 제비뽑기로 할 수 있는가는 불필요한 논의이다.
그것은 지금 교회에서 전혀 문제가 되고 있지 않으며, 문제가 되고 있지 않은 것을, 괜히 없는 문제를 문제로 만들어서 불필요한 논의를 할 필요는 없다. 이 점에서 '제비뽑기가 도입된다면, 목사도, 장로도, 집사도 제비로 뽑아야 된다는 소리냐?'는 식의 반론은 자제되어야 한다.
2. 제비뽑기라고 했을 때, 무조건적인 제비뽑기를 말하는 것도 아니다. 토의나 검증 없이 회원중에서 아무나 제비를 뽑아 총회 임원을 뽑는다면, 이것은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지금 논의가 되고 있는 것은 충분한 검토를 거친 후에, 입후보의 자격을 상당히 제한을 가한 후에 제비를 뽑는 것이 과연 교회에 도입될 수 있는가이다. 따라서 제비뽑기가 인간의 건전한 판단력을 완전히 배제시킨다는 비판은 적절치 않다.
3.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교회의 전통을 따라 투표를 통하여 결정하는 것이다. 신약 교회의 경우 '손을 들어' 투표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인간 사회란 항상 타락되어 있어서 가장 좋은 방법을 실행시키기가 어려운 부분이 많다. 더구나 제비란 사람들의 의견이 서로 부분할 때, 도저히 해결을 볼 수 없을 때 사용되는 것이 아닌가? 따라서 논의의 핵심은 금권 선거와 부정선거의 관행이 뿌리 깊은 한국교회에서 치료책으로 제비뽑기가 교회에서 '허용' 될 수 있는가이다.
4. 교회본질의 개혁과 제비뽑기의 도입은 별개의 문제이고 상호보완적이다. 정직한 선거가 가장 최선의 제도라면 그 본질적인 것을 추구해야지 성경적 근거도 희박하고 교회 전통이 명백히 거부하는 제비뽑기를 거론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주장이 있을 수 있으나,
아무도 제비뽑기를 상설제도를 두자는데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교회를 정화시키는 순단의 한 방편으로써 제비뽑기는 여전히 유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5. 만약 허용될 수 있다면 그 근거를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우선 앞에서 말했듯이 우리는 교회 전통에서 찾을 수는 없다. 모라비안 형제단과 같은 단체 이외에 교회 안에서 제비뽑기를 시행한 선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국 성경에서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5. 1. 역사적 본문에서 찾는 것은 실례가 될 수 있어도 근거가 될 수는 없으며 위험하기도 하다. 성경에서 나타난 대표적인 예는 구약에서 이스라엘이 제비를 뽑아 12지파에게 땅을 나눈 사건과 사도행전에서 유다 대신 맛디아를 제비로 뽑는 것이다. 이러한 예는 하나의 모범을 될 수 있어도 규범이 될 수는 없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역사적 본문을 도덕적으로 이해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
5. 2. 잠언서(잠 16: 33)은 제비뽑기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둔다. 앞의 역사적 본문들과 달리 구약에 속하지만 잠언의 말씀을 신중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는 잠언이 지혜를 다루는 책이기 때문에 그렇다. 더구나 문맥을 보아 잠언의 말씀을 역사적이고 문화적 상황으로 한정시키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지혜라는 것이 구약의 지혜가 다르고 신약의 지혜가 다를 수가 없다.
만약 잠언의 이 한 구절만 역사적인 본문으로 평가 절하한다면 다른 본문들도 다 그렇게 다루어야만 하는 심각한 부담이 생긴다. 그 결과는 잠언의 말씀은 오늘날 살아가는 우리에게 아무런 상관없는 말씀이 될 가능성이 크다. 만약 교회 속에서 제비뽑기 자체가 없다면, '사람이 제비는 뽑으나 일을 작정하기는 여호와께 있느니라'라는 말씀을 성도들은 어디에서 구체적으로 경험하고 고백할 수 있겠는가?
분명히 제비뽑기가 가장 좋은 제도라고 보기는 힘들고 그 속에 담긴 '영적함정'은 무시할 수 없다. 이 점에서 우리는 교회의 영적 선배들의 경고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그러나 교회의 선거가 타락하여 더이상 세상 앞에서도 민망할 정도가 된 한국 교회의 현실에서 치유 방법의 하나로 고려 될 수는 없는 것일까?
제비뽑기 대한 논의가 총회가 1년간 더 연구하기로 하였다고 한다. 바라기는 심도있는 논의가 이루어져서, 제비뽑기 대한 총회의 권위있는 문서가 나온다면(도입을 찬성하든 반대하든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얼마나 무게있고 깊이있는 보고서냐가 중요할 것이다),
그것은 한국 교회의 큰 업적이 될 수 있고, 만약 가능하다고 보고서가 혹시 나온다면 우리와 똑같이 부패한 교회정치로 고민하고 있는 다른 제 3세계의 교회에도 좋은 길잡이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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