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신문 사장 재선거, 전 낙선자 뒤집기 당선
현 사장보다 두 배 이사 표 얻어…이사장, 금품수수의혹 제기 파문 예상
jeree@newsnjoy.co.kr [조회수 : 211]
법원의 조정에 따라 실시한 기독신문사 사장 재선거 결과, 김원삼 장로(덕림교회)가 현 사장 심판구 장로(동명교회)를 두 배 이상의 표 차이로 물리치고 사장에 당선되는 이변이 발생했다. 이같은 결과는 김삼봉 이사장-심판구 사장 체제에 대한 이사들의 불신에 기인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 기독신문사 이사회 임시총회는 사장 재선거를 안건으로 상정해, 신문사 안팎의 지대한 관심 속에 개회됐다. ⓒ뉴스앤조이 주재일
상당수 이사들은 작년 9월 발생한 불법선거 의혹에 대한 지도부의 시인으로 평가하며, 현 지도부가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보았다. 이사들은 재선거 결과에 대해 현 지도부에 대한 못마땅한 속내가 이번 선거 결과에 그대로 나타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기독신문사 이사회는 신문사 안팎의 뜨거운 관심 속에 1월 13일 총회회관에서 사장 재투표를 위한 임시 총회를 열었다. 재선거는 이사 191명 가운데 184명이 참석했고, 유럽 출장 중인 총회장을 제외한 부총회장 등 임원들이 참관인으로 참석하는 등 전 교단적인 관심을 끌었다.
▲ 지난 선거의 불법 의혹을 제기한 김원삼 장로가 사장에 당선됐다. ⓒ뉴스앤조이 주재일
투표 전부터 투개표위원 선정과 투표 방식을 놓고 이사장과 이사들 간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김삼봉 이사장이 투개표위원을 지정하려 하자, 곳곳에서 이사장을 불신하는 발언이 쏟아졌다.
지난 선거가 불법 의혹을 받은 데는 투개표위원의 잘못이 크고, 이들을 임명한 이사장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난상토론 끝에 김 이사장이 투개표위원으로 4명을 지목하고, 후보로 나서겠다고 선언한 심판구, 김원삼 장로와 서정태 목사(경암교회)가 1명씩 지명하는 선에서 정리됐다.
투표 방식을 놓고도 논란이 벌어졌다. 공명선거관리위원장 하태초 장로(대성교회)가 "무기명 비밀투표를 하는 게 법에 맞지만, 지난 선거 때와 같이 이름을 판별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미리 준비한 기명 투표용지를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김 이사장은 "사장 후보로 누가 나왔는지 모른다"며 난색을 표했지만, 다수 이사들이 하 장로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사장 독주 못 막은 것이 표로 드러났다"
논란 끝에 벌어진 선거에서는, 177명이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김원삼 장로가 96표를 얻어 심판구 장로(43표)와 서정태 목사(38표)를 두 배 이상 표 차이를 벌리며 당선됐다.
그러나 김 이사장이 "금품수수 혐의가 있다"며 개표 결과를 발표하지 않자, 회의장은 다시 술렁거렸다. 이경원(혜성교회)·전대웅(고창성북교회) 목사는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든 사람이 사장이 되는 것을 막으려고 음해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홍광 장로(대도교회)도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항의했다. 여기저기서 "이사장 불신임하자"는 발언이 터졌고, 참관인 자격으로 참석한 총회 임원들이 나섰다. 임원들이 이사장에게 발표를 권고한 뒤 이사장은 개표 결과를 발표했다.
이사장의 발표 뒤 상당수 이사들이 발언을 신청했으나, 김 이사장은 이를 묵살하고 폐회기도를 드리고 폐회를 선언했다. "이번 임시총회의 안건이 사장 선거였기 때문에 다른 안건을 다루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다. 그러나 이사들은 "신문사가 이사장 개인 소유냐"며 거칠게 항의했지만 이미 폐회된 뒤였다.
이사들이 제기하려 했던 안건은 사장을 새롭게 뽑았으니 임원과 실행이사도 교체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경원 목사는 "그동안 기독신문사는 이사장과 사장 선거를 동시에 치르면서, 새로 뽑힌 이사장과 사장이 협의해서 2년간 함께 일할 임원과 실행이사를 선임했다"며 "사장이 새로 뽑힌 만큼 임원과 실행이사도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상당수 이사들이 이에 동의했다.
▲ 선거 후 이사들은 임원과 실행이사 교체를 안건으로 상정하려 했으나, 김삼봉 이사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바로 폐회했다. ⓒ뉴스앤조이 주재일
이들은 "사장이 새로 뽑혔더라도 김 이사장이 주도해 뽑힌 임원과 실행이사들이 그대로 있는 한 아무 일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금까지도 김 이사장의 독주 때문에 반발이 컸다"며 "이번에 심판구 전 사장이 큰 표 차이로 떨어진 것은 이사장의 독주를 제어하지 못한 것에 대한 이사들의 평가가 아니겠느냐"고 밝혔다.
이사들이 임원과 실행이사 교체를 서두르자고 주장하는 이유는 또 있다. "이사장이 구체적인 근거도 밝히지 않고 제기한 금품수수 혐의에 대해 현 임원과 실행이사들이 조사를 착수하면, 김원삼 장로가 내건 기독신문 개혁은 처음부터 꺾일 수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사장에 반기를 든 김원삼 장로가 사장에 당선됨에 따라, 김원삼 사장과 지지 이사들은 임원·실행이사 재선임을, 김삼봉 이사장과 실행이사들은 금품수수 혐의에 대한 조사를 각각 주장하면서 한동안 힘겨루기를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불법선거 의혹제기에서 재선거까지
김원삼 장로는 지난 선거에서 한 표 차로 낙선한 뒤 불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서울중앙지법에 검표 및 사장직무정지가처분을 신청한 바 있다. 임원과 실행이사들은 이사회 안에서 재검표하자고 제안했으나, 김 장로는 이들을 신뢰할 수 없다며 이 문제를 사회법정까지 끌고 갔다.
이사회는 김 장로의 소송이 신문사와 총회의 명예를 실추시킨 행위라고 비판하는 한편, 법원에 다시 선거할 수 없다는 총회의 입장을 전달했다. 그러나 서울지법은 재선거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 수 있다고 이사회 측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사회는 법원의 조종으로 받아들여 신문사 40회기 만에 처음으로 사장 재선거를 치렀다. 이사회 안팎에서는 재선거를 이사회가 부정선거 의혹을 사실상 인정하는 치욕적인 결정으로 받아들이면서, 사장 선거에 개입한 이사장 등 임원의 부도덕함을 비판해왔다.
2005년 01월 13일 22:23: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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