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별 결산-선거] 금권 선거 방지 ‘제비뽑기’가 대안
2011년 09월 29일 (목) 15:23:38 공종은 기자 jekong@igoodnews.net
“제비뽑기, 해보니까 좋더라.”
올해 총회를 거치면서 ‘제비뽑기’는 금권 선거 타파와 선거문화 혁신을 위한 유일한 대안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것이 교계 전반적인 평가다. 반대 여론 또한 만만치 않지만 제비뽑기를 실시해 본 경험이 있는 교단에서는 그 반응이 확연히 달랐다. 그리고 총대들은 난잡한 정치보다는 깨끗함을 원했다.
“해보니까 좋더라”는 것이 그 대답. 처음엔 망설였지만, 정치가 실종되는 것 같고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 같아 쑥스러웠지만 그게 아니더라는 말이다. 고질적인 금권 선거를 제비뽑기 한 방으로 잡아버렸다. 차선책이 최선책이 된 것이다.
현재 총회 임원 선거를 제비뽑기로 진행하는 교단은 예장 합동총회가 유일하다. 10여 년 전 전격 도입된 이후 현재까지 진행해 오고 있다. 총회 때마다 불거지는 금권 선거 시비를 잠재우기 위해 도입된 제비뽑기는 당시 획기적인 것으로 평가됐다. 많은 교단들이 놀랐고, 합동총회의 이같은 결정에 의아해했다. 하지만 대안은 이것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총회가 이를 대대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제비뽑기가 한 해 두 해 지속되자 이른바 정치 목사와 장로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정치가 없다”, “이게 무슨 민주주의냐.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제비뽑기로는 리더십을 갖춘 인물을 선출할 수 없다”는 것이 대표적인 이유였다.
이로 인해 제비뽑기에 대한 논란은 지금까지 끊임없는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또한 적게는 수백,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씩을 주무르던 정치 목사와 장로들이 그 재미를 한 순간에 잃어버렸고, 눈먼 뭉칫돈들이 한순간에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교단 구성원들은 이를 대대적으로 환영했다. 그리고 합동총회는 선거에서만큼은 더 이상 금권 시비를 찾아볼 수 없는 깨끗한 교단으로 평가됐다. 해마다, 선거 때마다 불거지던 금권 시비를 제비뽑기 단 한 방으로 잠재웠다.
합동은 이번 총회에서 위태로운 고비를 한 고비 넘겼다. 총회를 앞두고 ‘선거제도 변경’이 헌의됐지만, 총대들은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금권 선거의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 길을 열어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부총회장 선거와는 다르게 직선제로 치러진 총무 선거의 결과에 대한 불만이 강했던 데다, 한기총 설립 이후 발생했던 최대의 금권 선거 논란에서 합동총회 역시 자유스럽지 않다는 책임론 또한 대두됐다.
이런 분위기는 예장 통합총회에서도 감지됐다. 통합총회는 합동측이 제비뽑기를 도입한 그 이듬해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통합 또한 금권 선거 시비가 상당했던 교단. 개혁그룹 목회자들을 중심으로 공청회가 열렸고, 전국을 순회하는 설명회를 통해 이를 홍보하고 여론을 모아 총회에 헌의까지 했다.
결국 뜻을 이루진 못했지만 목회자협의회를 중심으로 이 논의를 확산시켜 나갔다.
이 분위기는 올해 다시 고조됐다. 규칙부를 비롯한 일부 노회가 제비뽑기 도입을 상정했다. 제비뽑기 문제가 다루어진 것은 총회 나흘째. 총회 규칙부가 마련해 상정한 ‘맛디아식 제비뽑기’였다.
1차 투표는 직접 투표로 진행된다.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다득표자 2명을 후보로 올려 증경 총회장과 증경 장로 부총회장들이 제비뽑기를 하는 방식이다.
결과는 투표에 붙여졌고 투표에 참여한 840명 중 165명만이 찬성에 부결됐다. “한국 교회가 깨끗해 질 수 있다면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었지만 “제비뽑기는 완전하지 않다. 직선제가 가장 민주적이다”는 여론에 밀렸다.
기독교대한감리회 또한 감독선거와 관련, 제비뽑기를 도입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전국감리교목회자개혁연대’는 금권 선거로 얼룩진 감독 선거를 제비뽑기로 바꾸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내부적으로도 서서히 그 분위기를 확산시키고 있다.
금권 선거를 잠재울 수 있는 대안이 제비뽑기밖에 없다는 사실이 한편으로는 암담하기는 하지만, 총대들은 깨끗한 선거를 더 선호했다. 민주주의의 꽃은 당연히 선거요, 선거는 직선제로 치러져야 한다.
하지만 ‘직선제=금권 선거’라는 등식을 교단들이 허물지 못하는 이상, ‘제비뽑기만이 대안’이라는 등식 또한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
0
17852
1191
10 
“이번 총회만큼은 예장 합동을 본받아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