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도덕성 강조된 한 해
2001년 12월 27일 (목) 00:00:00 관리자 lit1109@hanmail.net
# CBS사태 끝은 어딘가
일년 내내 교계의 뜨거운 감자는 ‘CBS’였다.
9개월여에 걸친 노조의 파업과 극적인 노사의 6.26합의, 이사회의 합의 사항 이행 불투명, 방송위원회 기독교위성방송 사업자선정 취소, 노조 실력저지로 재단이사회 무산 등 한마디로 올해 CBS는 바람 잘날이 없었다.
노사양측의 팽팽한 대립으로 CBS의 파행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사회는 물론 이사를 파송한 교단 등 한국교회 전체가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면서 사회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일부 언론에서는 한국교회의 연합운동을 ‘종로 5가 마피아’라고 비아냥하는 보도까지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는 침묵을 거듭했고, CBS 파행의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결국 아무런 합의점을 찾지 못한채 CBS노사 양측은 아픈 상처만 남기고 새해를 맞이하게 되었다.
# 현실로 다가온 주5일 근무제
2001년은 주5일 근무제를 둘러싼 논란이 어느해 보다 치열했던 한 해 였다.
초기의 논란은 ‘주5일 근무제가 과연 성경적인가’에 집중됐으나, 활발한 토론 과정을 통해 “쉴 권리는 결코 신앙과 성경에 반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교회의 역할은 사람이 사람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는 공감대가 넓어지면서 일단락됐다. 이후에는 ‘주5일 근무제 실시를 전제로 교회는 어떻게 대안을 마련할 것인가’에 논의가 집중됐다.
하지만 ‘주5일 근무제에 대해 교회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총론에 대한 공감대는 마련됐지만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은 제시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정부가 내년 7월부터 단계적으로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하겠다는 방침을 최종 확정한 만큼 내년에도 한국교회는 주5일 근무제에 대한 대안마련에 부심할 것으로 보인다.
# 한국교회 일치 위한 교단장협의회 창립
한국교회 연합운동에 있어서 특기할 만한 ‘한국교회 일치를 위한 교단장협의회’(대표상임회장 장광영 감독회장)가 출범했다.
교단장협의회에는 감리회와 예장통합, 합동, 기장, 성결교 등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22개 주요교단들이 대다수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위상과 규모 때문에 교단장협의회는 창립 직후부터 안팎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협의회에 참가하고 있는 현직 총회장들의 행보에 따라 내년 한국교회 연합운동의 적잖은 변화가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단장협의회가 당장 KNCC와 한기총으로 대별되는 연합운동판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창립선언문에서도 밝혔듯이 그보다는 양쪽의 독자적인 영역을 존중하면서 보다 큰 틀에서 논의와 협력을 통해 장기적인 연합과 일치를 추구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 예장합동 제비뽑기 선거 시행
지난 9월 18일 개최된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제86회 총회는 소모적인 금권선거에 대한 자기반성과 선거방식의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하고 있는 타교단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임원선거 방식을 제비뽑기로 치뤘다.
합동은 제비뽑기 선거방식을 채택한 후 1년 동안의 준비기간 동안 ‘성경적이냐 아니냐, 헌법과 총회 규칙에 어긋나느냐 아니냐’하는 문제로 논의가 분분했을뿐 아니라, 제86회 총회 첫날 의원들의 의견대립으로 선거진행의 난항을 겪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 방식이 가져오는 ‘공정선거’라는 상징성과 교계 안팎의 눈길을 의식하지 않을수 없었고, 공명선거를 시행하자는 의견이 강력하게 제시돼 제비뽑기 선거를 단행했다. 이에따라 제비뽑기 방식을 시행한 합동총회는 총회장에 예종탁목사, 부총회장에 한명수목사를 선출했다.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규탄 물결
지난 4월 일본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에서 펴낸 역사교과서의 내용이 밝혀지면서부터 이를 저지하기 위한 활동이 국내외에서 일어났다. 역사피해국을 비롯한 전세계 시민운동단체들은 일본이 왜곡된 역사교과서를 통과시킨 것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고 일본문부과학성을 인간띠로 둘러싸는 등 세계적 규탄대회를 가졌다.
교회협, 한기총, 교회여성단체 및 각 교단에서도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과 관련해 각기 성명을 발표하고 항의서한을 전달하는 한편 일본기독교회와 연대모임을 갖고 제재운동을 벌였다.
감리회도 지난 6월4일 열린 위대한감리교회대회에서 성명을 통해 “왜곡된 역사교과서를 수정해 대한민국을 비롯한 관련 나라들과의 선린우호관계를 해치지 말 것”을 요구하고 “1백40만 감리회성도가 앞장서 일본 극우세력의 과거 만행 정당화 시도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연봉사태, 한국교회 도덕성에 치명타
구세군, 기감, 기장, 예장(통합) 연합기관으로 설립된 기독교연합봉사회(이하 연봉)가 실무자의 법인재산의 변칙운용 뿐만 아니라 이사장 및 사무총장이 재산대체사업 과정에서 건축업자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수수한 사실이 드러나 검찰이 구속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로인해 한국교회 전체가 비난 여론의 화살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연합기관 재산관리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소문이 사실로 확인돼 충격을 준 사건이었다.
연합기관 관계자들이 줄줄이 검찰에 구속되고 있는 가운데도 이사회와 연합봉사회는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한 체 구속인사들의 덮어주기로 일관하다가 또 한번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한국교회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었던 사건으로 기록될 이번 연합봉사회 사태는 앞으로 연합기관의 재산관리 운용이 몇몇 사람들에게 독점되어서는 안된다는 뼈 아픈 교훈을 남겼다.
# 찬송가공회 파행, 공동회장제로 봉합
찬송가공회는 대표회장 선출 파문과 시제품 제작에 따른 잡음, 21세기 찬송가 출간에 따른 비판 여론 고조로 곤욕을 치룬 한해였다.
먼저 찬송가공회는 지난 4월 교단장 초청 21세기 찬송가 설명회를 갖고 21세기 출간을 본격화 했다. 그러나 한국기독교총연합회과 일부교단에서는 경제적 부담을 들어 21세기 찬송가 출간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어 5월 정기총회에서 ‘장로는 대표회장에 곤란하다’는 이유로 당초 대표회장에 내정되어 있던 기성측 전희준장로가 선출되지 못하자, 기성측 강력히 반발해 파문이 확산됐다. 결국 ‘대표회장 없는 공동회장제를 한시적으로 운영’으로 임시 봉합됐다. 이어 공회측이 21세기 찬송가 시제품을 기독교서회와 예장통합 출판사가 아닌 일반출판사에 맡기면서 또 한번 구설수에 올랐다.
# 위성방송 선정 … 아직도 안개속
한국디지털위성방송(KDB) 채널 사업자 선정을 두고 한국교회는 몸살을 앓았다. CBS와 기독교TV, 기독교위성방송(C3TV) 등 5개 업체가 채널사업자 선정에 뛰어 들어 과열 양상을 보였다. 겉으로는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였으나 상호 업체에 대한 흠집내기와 교계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로비를 벌였다.
당초 예상과 달리 채널사업자 선정자로 CBS로 발표되자 기독교TV가 강력히 반발해 파문이 일었다. 그러나 CBS는 47년 숙원이었던 영상매체 진출이라는 기쁨도 잠시 방송위원회측이 ‘허위 기업진단과 기초자료허위 작성제출’을 이유로 채널사용사업자 등록을 취소했다. CBS가 법정 소송 등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법적인 판단이 어떻게 내려 질지 벌써부터 궁금증을 낳고 있다.
# 인간 게놈 완성 … 생명윤리 논란 계속
휴먼 게놈 프로젝트의 완성에 따른 인간복제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생명윤리기본법 제정을 촉구하는 1백만인 서명운동 전개 등 바쁜 한 해 였다. 지난 5월 인간 배아 연구를 선별적으로 허용하되 체세포 복제에 의한 배아 연구는 금지하는 생명윤리기본법(가칭) 시안이 발표됐으며, 7월에는 과학기술부 산하 생명윤리자문위원회가 생명윤리기본법 시안의 골격을 그대로 유지한 채 보고서를 과학기술부에 제출키로 결정한바 있다. 이에대해 생명공학계는“자문위의 생명윤리기본법 시안은 국가적 비전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이 추상적 윤리만 강조하는 제재수단에 불과하다”고 강하게 반발해왔다.
# WCC총회 한국유치활동 본격화
오는 2006년 열릴 예정인 세계교회협의회(WCC) 제9차 총회의 한국 유치를 위한 활동에 한국교회가 힘을 하나로 모아 나가기로 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는 11월19일 열린 제50회 정기총회에서 제9차 WCC 총회의 한국유치를 8개 회원교단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결의한데 이어 올해 안에 8개 회원교단을 중심으로 한국교회의 의지를 모아 WCC 제네바 본부에 ‘제9차 WCC 총회 한국유치 청원서’를 내는 등 WCC 총회 유치를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착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KNCC를 중심으로 한 범 한국교회 차원의 ‘WCC 총회 유치준비위원회’의 조직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감리회에서는 지난 98년 제23차 총회에서 제9차 WCC 총회의 한국 유치를 결의한 이래 지난해 총회실행부위원회에서 이를 위한 ‘유치준비위원회’를 조직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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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선거제도가 개혁대상이자 중심고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