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데이트 : 2007.08.30 18:13:54
임원선거 직선제 대두… 제비뽑기 존폐 논란
예장 합동 총회를 10여일 앞두고 교단의 일부 중진 목회자들이 임원선거를 직선제로 바꿀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제비뽑기 선거제도가 존폐논란에 휩싸여 있다.
하귀호(만민교회), 정삼지(제자교회), 김영우(서천읍교회) 목사 등 교단 목회자 100여명은 최근 서울 팔래스호텔에서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발전을 위한 기도모임'을 갖고 총회 임원(총회장, 부총회장, 서기, 부서기, 회록서기, 부회록서기, 회계, 부회계)과 각 상비부장(정치부장, 헌의부장, 재정부장)을 제비뽑기 대신 직접선거로 선출하자고 주장했다. 이들은 11일 열리는 제92회 총회때 직선제 실시 결의를 위해 노력키로 했다.
제비뽑기 선거제도는 2001년 제86회 총회에서 부정선거를 막기 위해 처음 도입됐다. 돈으로 표를 사는 타락선거를 막고 교단대표 선출을 하나님께 전적으로 맡긴다는 의미에서 도입한 것. 제비뽑기는 교단의 선거풍토를 개선하고 깨끗한 총회를 이루는데 기여했으나 한 교회에서 20년간 담임으로 시무하면 누구나 후보가 될 수 있어 후보 난립 우려가 제기돼왔다. 또 자격은 되지만 인격과 리더십 등에서 부적격한 후보가 교단 임원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돼왔다.
이번 모임을 주도한 하귀호 목사는 "제비뽑기는 총회 헌법에 명시가 안돼 있고 총회 결의로만 실시하고 있어 시행 자체가 위법"이며 "이제는 깨끗한 선거의 필요성에 대한 총회대의원들의 인식이 높아져 부정선거가 되지 않을 충분한 여건이 조성됐다"고 주장했다. 또 "제비뽑기로는 일부 부적격한 후보의 임원 선출을 막을 수 없어 교단 발전에 큰 장애가 된다"며 직선제 전환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교단 내 분위기는 냉랭하다. 이치우 교단 총무는 30일 통화에서 "총회의 결정에 따르겠지만 현행 제비뽑기제도 유지가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경원 교회갱신협의회 대표회장은 "제비뽑기도 최선책이 아닌 차선책으로, 궁극적으로 개선에는 공감하지만 직선제로 전환은 시기상조"라면서 "지역 예선에서 직선제로 후보를 압축한 후 총회에서 제비뽑기식의 보완책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일각에서는 직선제 주장이 제비뽑기 때문에 교단 요직을 차지하는데 어려움을 겪어온 인사들이 자신들의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선거제도로 전환하려는 시도에서 나온 것이라고 반박했다. '직선제냐 제비뽑기냐'가 대회제 시행방안과 더불어 이번 예장 합동 총회의 주요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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