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제비뽑기 선거, 기대 반 염려 반
2001년 03월 20일 (화) 12:00:00 기독신문
제85회 총회가 전격적으로 결정하여 금년 처음으로 시행하게 되는 총회 임원선거의 제비뽑기 방법(규정)이 지난 3월16일 총회 임원회에서 확정돼, 6개월 후에 있을 제86회 총회를 준비하는 절차만 남았다. 이제 미비점은 다음 총회에서 보완하더라도 이 규정 안에서 부작용없이 제86회 총회를 맞을 수 있길 기도해야 한다.
그러나 이 규정을 보면서, 목사와 장로 부총회장에게 요구되는 ‘공탁금’이라는 제도가 과연 우리네 신앙에 맞는 것인가 생각해보게 된다. 총회 임원후보자에게 ‘공탁금 운운’은 하나님의 기관 대표를 선출하는 규정에 올리기 어려운 표현이다. 공탁금이란 표현은 법원이나 시장판에서 신뢰가 담보되지 않음으로, 그 대신 일정한 금전을 맡겨놓는 것이다. 우리는 ‘총회’나 ‘노회’를 칭할 때, '성(聖)'이란 표현을 앞에 붙인다. 그만큼 그 공회 자체가 하나님의 사역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 오랜 동안 총회 임원선거운동의 고질적 금권 타락 행태를 생각하면 ‘성(聖)’이란 표현을 하는 것이 오히려 불경스러운 것일 수 있지만, 우리는 총회나 노회가 수행하는 일의 거룩함에 대한 기본 생각을 변질시킬 수 없기 때문에 여전히 성(聖)스러운 작업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또 한가지 문제가 있다. 제비뽑기는 하는데, 과연 이대로 금권타락 선거운동을 근절할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 3구도로 나뉜 각 지역에서 후보자를 결정할 때, 사전에 다수 후보의 출마를 막기 위해 소위 ‘거래’가 이뤄질 것이란 우려이다. 지금까지는 모든 총대들을 상대로 선거운동이 이뤄졌지만, 제비뽑기가 되면 지역에서 후보 대상자들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며, 그 거래의 가능성이 현실로 나타난다면 오히려 제비뽑기 근본취지에 벗어나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사실 지난 여러 해 동안 불법 금권 타락선거 분위기가 극에 달해서 무기명 비밀투표라는 민주적 방식으로는 교단의 위상을 유지할 수 없다는데 총대들이 공감하여, 자신들의 의지가 배제되는 제비뽑기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상식으로 생각해도 선거방법을 바꾸는 중요하고 획기적인 결정을, 총회에 그 방법이 제안된 첫 해에, 그것도 세칙(안)을 마련하여 본회에 내놓고 갑론을박 토론해보지도 않고, 위원회의 제안 원안대로 받아 제도를 채택하고 임원회에 맡겨 규정을 보완해서 다음해부터 시행하기로까지 전격 결정한 총대들의 마음자리를 우리는 지금 모두 헤아리고 있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라고 하는 가장 기초적인 교리조차 망각한 듯한 행태를 스스로 용납할 수 없어서 채택한 제비뽑기가 과연 최선인가, 과연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수준인가 하는 것은 지금 논할 문제가 아니다. 다만 제비뽑기를 채택한 정신에 위배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총회는 더욱 혼란에 빠질 것이기에 모두가 각성하고 신중하게 처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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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제비뽑기 결정, 그 이후 현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