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제비뽑기 결정, 그 이후 현상
2001년 03월 27일 (화) 12:00:00 기독신문
교단 총회의 임원선거 방법을 제비뽑기로 전격 결정한 후, 겨우 6개월이 지났을 뿐인데 교단 분위기는 엄청난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제비뽑기 방법이 ‘긍정과 부정’이라는 어느 한쪽의 단견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 동안 우리 교단 총회가 얼마나 총회 임원과 기관 단체장 선거에 총력을 기울였던가 하는 생각이 심각하게 드는 것이다.
우선 가시적 현상은 정치적 기압이 상당부분 가라앉았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교단 안의 엄청난 에너지가 총회 선거운동 쪽으로만 집중돼 있다가 갑자기 정책적 사업으로 변환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 제비뽑기 선거방법이 채택되지 않았더라면 지금이 어느 때인가. 총회 임원후보들 중에는 전국을 암행순회 하면서 표를 의식한 모종의 행동을 취하고 있을 때가 아닌가. 각 지역 협의회 움직임도 분주했을 것이고, 노회 지역협의회 기관 등에서 이런 저런 모양으로 후보를 조율하면서 힘 겨루기에 신경전이 대단했을 것이다.
이런 비능률적 에너지 소비를 일거에 정리해버린 결정이 제비뽑기 방식이었다. 사실 이 방법을 채택할 때만 해도, 이것이 이런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리라고 기대하지 못했던 것같다. 기대 이상의 결과라는 여론이다. 임원후보 대상자들 역시 아무런 선거운동을 하지 않아도, 그리고 아무런 경제적 부담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이 제비뽑기 선거방법에 기뻐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여기까지는 아무도 반대할 수도, 반대할 필요도 없다. 문제는, 이제 일정한 기준에만 맞으면 그 인물이 교단총회의 중요한 자리에 앉아 일할만한 인물인지 아닌지를 제비뽑기로 결정해야 하니, 모두들 갑자기 불안해졌다. 교단장을 제비뽑기로 결정한다면, 그 산하에 있는 노회 협의회 기관 단체의 임원도 동일한 방법으로 뽑아야 하지 않느냐는 이론이다.
실상 총회임원 외에 다른 기관이나 어떤 노회에서도 아직 임원이나 총대선거를 제비뽑기로 하자는 결정을 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지금 교단 안의 모든 선거방식을 제비뽑기로 해야하고, 심지어는 지교회의 장로나 안수집사 권사 투표의 경우도 제비뽑기 방식을 취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앞으로 심각하게 이 문제가 제기될 것이다.
실제로 지교회에서도 규모가 크면 클수록 장로 안수집사 권사에 선출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형태는 달라도 선거운동이 없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다만 총회임원 선거운동이 지나쳐서 거룩한 공회 모습이 손상되고 하나님 영광을 가리우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이것을 총대 스스로 극복하지 못하니 어쩔 수 없이 이런 방법을 쓸 수 밖에 없다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총회임원 선거방법을 지교회에도 도입해야 한다는 논리가 나온다.
하나를 얻기 위해 여러 개를 잃어버리지나 않을까 염려스럽다. 총회가 결의했으니 어쩔 수 없으나 앞으로 어떤 발전적 개선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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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목사·장로 기도회와 제비뽑기 선거방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