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뽑기 선거제도 어떻게 생각하는가?
2003년 05월 22일 (목) 00:00:00 관리자 lit1109@hanmail.net
지난 연회에서 8개 연회가 ‘감독 및 감독회장 선출방법을 제비뽑기로 할 것’을 입법의회에 건의키로 결정한 후 제비뽑기에 대한 찬반양론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제비뽑기 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제비뽑기운동은 교회를 살리는 길이다!
김고광 목사
(수표교교회)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감독선거제도를 제비뽑기로 하자는 건의안이 올해 8연회에서 통과된 것은 시대적인 요청이요 하나님의 때가 무르익은 결과이다. 그러므로 연회를 대표하는 장정개정위원들은 다가오는 10월의 입법총회에서는 이런 절대다수의 연회의 건의를 받아들여서 제비뽑기로 감독선출제도가 개선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연회를 대표하는 입법총회 회원들도 자신을 입법총회로 보낸 연회의 건의를 받아서 제비뽑기를 통과시키는 것이 자신을 입법총대로 뽑아 보낸 연회에 대한 의무요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제도개선에 관한 논의들이 시작하는 마당에서 제비뽑기가 오늘의 감리교회를 희망차게 살리는 길이라고 믿고 제언하는 것이다.
1) 제비뽑기는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성서적이다. 현대의 민주주의가 성서적인 제도라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 성서는 현대적으로 말하는 민주주의 제도를 최선의 것이라고 우리에게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에 하나님의 주권아래 지도자를 세우는 방법을 사용하였지 현대적인 개인의 투표로 지도자를 선출하지 않았다.
2) 제비뽑기는 회원들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방법을 달리하는 것이다. 각자가 투표를 통해서 회원권을 행사하는 것과 제비뽑기를 통해서 각자가 회원권을 행사하는 것은 그 방법의 차이는 있어도 개인의 회원권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다.
회원들이 자기의 의사대로 회원권을 행사하는 것과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바라면서 제비뽑기로 회원권을 행사하는 것 중에 하나님의 뜻에 맡기는 모든 회원들의 제비뽑기가 더욱 신앙적이다.
3) 제비뽑기는 후보의 자질이 검증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후보의 자질을 검증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다. 선거에 입후보한 사람들이 투표를 통해서만 그 자질이 검증되는 것은 아니다. 투표권을 행사하여 회원들이 자질을 검증한다고 해서 후보자의 자질이 검증되는 것이 아니다.
제비뽑기에서도 후보의 자질을 검증하는 절차를 보완할 수 있다. 그것이 일정한 목회경륜과 교회의 규모가 일정한 수준에 이르는 교회의 목회자로 후보제한을 하는 것도 후보자질 검증을 위한 하나의 방법인 것이다.
4) 제비뽑기는 감리교회와 우리 모두의 위상과 존재를 높이려는 것이다. 우리가 엄밀한 의미에서 목회자의 권위가 어디에서 나오는가를 생각하면 평신도나 장로의 권위문제는 저절로 풀릴 것이다. 권위는 투표권을 행사하느냐 아니냐에 달린 것이 아니다.
진정한 신앙의 권위는 그 믿음과 행위를 할 수 있는 대로 일치시키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하나님에게서 주어지는 것이고 그것을 피차에 인정하고 존경하는 것이 진정한 신앙적인 귄위 인 것이다. 지금과 같이 선거로 당선된 감독이라고 해서 마음으로 그 권위를 존경하고 있는지 없는지는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정직하게 생각하면 그 대답이 나올 것이다.
5) 제비뽑기는 민주적인 선거제도의 허점을 보완하는 것이다. 사실 현재의 감독선거제도가 제도가 미비해서 현재의 이런 타락과 부정을 가져온 것은 아니다. 지금의 선거제도는 나름대로 좋은 제도이다.
그러나 문제는 어떤 모양으로든지 투표가 있으면 득표를 위한 운동이 있게 마련이고 득표를 위해서는 제도를 무시하는 현실이다. 공명선거제도를 완벽하게 갖추었다고 해도 득표를 해야 한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6) 제비뽑기는 사람이 문제이지 제도가 문제가 아니라고 하지마는 그래도 제도를 고침으로서 사람들이 스스로 지키지 못하는 문제를 지키자는 것이다. 어느 제도나 완벽한 것은 없다.
그러나 사람이 문제가 된다고 해서 지금의 제도로 인하여 생기는 사람의 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 우리가 제도를 고치면 거기에 따라 사람도 고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면 제도를 과감하게 고치는 것이 보다 신앙적이다.
마지막으로 감독제도는 우리 감리교회를 세운 요한 웨슬리가 채택한 교회정치제도가 아니다. 감독제도는 미국 감리교회가 시작한 제도이다.
우리 한국감리교회는 미국감리교회의 선교를 받아서 많은 유산을 물러 받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선교 2세기를 맞이하는 한국 감리교회는 웨슬리적인 감리교회의 이상과 제도를 되찾아 가는 것이 성숙한 모습이다.
그런 의미에서 감독제도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던 웨슬리의 정신을 따라서 현실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감독제도를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감독제도가 감리교정치라고 하는 주장은 더 이상하지 않는 것이 역사의 진실을 아는 우리들의 자세가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연회가 선출하여 보낸 장정개정위원들과 입법총회 회원들은 연회에서 절대다수로 통과된 제비뽑기제도로 고쳐서 지금의 병폐들을 개혁하고 진정한 감리교회다운 감리교회를 살리는 것이 하나님께서 우리 모두에게 명하시는 시대적인 사명이라 믿어 제비뽑기 제도를 제언한다.
제비뽑기는 대안이 아니다
정진권 목사
(염창교회)
민주적 제도와 관행은 세계적인 가치 개념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리고 이 민주적 제도의 정점은 그 지도자를 유권자가 비밀투표를 통하여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다. 집단의 성원 스스로의 선택에 의하여 그 집단의 운명과 방향을 결정지을 지도자가 결정된다는 것은 참으로 이상적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지도자에게는 책임 못지 않게 많은 권력이 부여되게 마련이고 이 권력을 찾이하려는 치열한 경쟁이 온갖 비리를 낳게 마련이다.
기독교계에 있어서도 이 같은 민주주의의 고질적 병폐에서 예외는 아니어서 각 교단장 선거에 막대한 돈이 쓰여지고 정치적 뒷거래가 이루어짐으로써 양식있는 많은 사람들의 우려를 불러 일으켰다. 이것은 교회의 신성성과 권위를 손상 시켰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제기되고 일부 교단에서 이미 사용되고 있는 방법이 제비뽑기이다.
감리교회에서도 지난 연회에서 10개 연회 중에서 8개 연회가 제비뽑기 제도를 도입하는 건의안이 가결되어 입법의회의 안건으로 채택되었다. 그러나 본인은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차원에서 제비뽑기가 금권타락 선거를 막는 최선의 선거제가 아니라는 것을 밝힌다.
첫째, 제비뽑기는 하나님이 주신 양심과 이성을 마비시키는 선거제도이다. 하나님은 인간에게 이성에 의하여 선악을 판단하고, 자유의지를 가지고 자기의 의사를 결단하고 나아갈 수 있는 자율성을 주셨다. 하나님의 인간에 대한 기대는 가능한 인간이 성숙하여 자유의지를 가지고 살도록 이끌고 계시다고 믿는다. 그러나 제비뽑기는 이와 같은 하나님의 계획과 기대를 거부하는 선거제도이다.
성경에서 하나님의 거룩한 신탁의 방법으로 제비뽑기가 시행된 바가 종종 있었다. 그러나 6천여년 동안의 성경의 역사 가운데 이 방법은 극히 재한적으로 채택되어 사용된 방법이며, 이성으로는 판별할 수 없는 경우에 마지막 수단으로 사용된 하나의 방법일 뿐, 최선의 방법이라고 할 수 없다.
둘째, 제비뽑기는 민주주의를 포기하는 선거제도이다. 민주주의가 최선의 방법은 아니지만 2백여 년 동안 독제주의나 전체주의와 싸워 일구어낸 선한 제도이다. 민주주의의 선거제도는 수 많은 민중들이 독제와 싸워 쟁취한 방법으로써 자유와 평등의 두가지 토대 위에서 제도를 변혁하고 사람을 바꿀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제비뽑기는 이와 같은 시민 민주주의 선거제도를 포기하고 하나님의 거룩한 신탁이라는 명분으로 우매한 영적 지도자를 만들어 낼 위험이 농후하다. 따라서 제비뽑기의 도입은 감리회의 빛나는 민주적 전통이라 할 수 있는 교역자와 평신도의 동수가 참여하는 의회제도와 감독정치의 폐기를 낳게 하는 제도이다.
셋째, 현재 총대의 의식수준을 가지고서는 성경적인 제비뽑기를 시행할 수 없다. 제비뽑기 방식은 제사장들이 선악을 분별할 수 없는 최후의 상황에서 우림과 둠밈을 가지고 판결할 때 사용한 방법이다. 주로 제사장들이 주도한 제비뽑기는 하나님의 절대주권과 신정정치를 확실히 믿고 하나님의 신탁에 자기의 의지와 선택을 완전히 위임하는 신앙적 토대 위에서 시행된 것이다.
또한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이 사람을 선택하는데 직접 참여하신다는 제사장과 백성 간의 합의와 믿음이 없이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없는 제도이다. 따라서 금권에 의하여 감독이 선정되는 총대들의 신앙양심과 의식을 그대로 두고 제비뽑기를 도입하여 감리교단을 새롭게 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는 대안이다.
지금 우리의 수준은 성경적 원리의 바탕에서 교리와 장정을 반듯하게 개정하고, 법을 준엄하게 지킬 수 밖에 없는 구체적인 선거법을 만들어 내고, 원칙대로 법을 적용하고 지키는 입법정신을 세우는데 전력할 시점에 서 있다. 이러한 기본과 원칙을 세워야 하는 상황에서 이성을 마비시키고 민주주의를 포기하는 제비뽑기 방식으로 감리교회의 최고의 지도자를 세우는 것은 대안이 될 수 없다. 다만 궁여지책일 뿐이다.
제비뽑기, 흑백논리로 재단하지 말라
원형수 목사
(전주제일교회)
어느 목사님으로부터 두툼한 우편 봉투가 배달되어 왔다. ‘메도디스트 포럼’을 이끌고 있는 C 목사님이 보낸 제비뽑기에 관한 문서였다. 필자는 그 글을 읽어 가면서 그 분들의 노고에 일종의 경외감과 더불어 칭찬과 격려를 아끼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오늘과 같은 감리교회의 선거 문화는 감리교회 전체를 병들게 할 뿐만 아니라 사회의 지탄과 비난의 대상이 되어왔기 때문이다.
사실 오늘과 같은 선거 문화를 개선할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있는가? 어떤 제도, 어떤 행태이든 ‘선거’라는 과정을 치를 경우 부패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점에서 제비뽑기는 신선한 대안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본인은 그 분들의 주장을 읽어 가면서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그 이유는 보편타당한 논리적 설득력을 결여했기 때문이다. 발제자의 주장을 그대로 옮겨 보면 “아무리 법이 완전해도 성경보다 완전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스도인의 궁극적 해답은 성경에서 찾아야 합니다.
성경대로 사는 것이 멸망할 사람에게는 어리석게 보이나 구원받은 우리에게는 하나님의 능력입니다”라고 했다. 그리고 이어서 웨슬리, 칼빈, 친젠돌프 등을 열거하며 “신앙 좋은 사람들은 제비 뽑기를 했다”고 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제비뽑기는 하나님 명령에 순종하는 것”이요, “제비뽑기는 하나님을 닮는 것”이라 했다.
과연 그런가? “아무리 법이 완전해도 성경보다 완전할 수는 없다”는 주장에는 이의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제비뽑기가 완전 무결한 하나님의 말씀이며, 제비뽑기로 돌아가는 것이 성경으로 돌아가는 것이고, 성경대로 사는 것이냐?”하는 점이다. 제비뽑기는 엄밀히 말해서 2000년 전의 일, 아직 민주주의가 싹트기 이전 시대의 일이였다.
그리고 이러한 제도가 결코 완전한 제도가 아니였다는 것을 성경 스스로가 밝히고 있다. 예를 들면 제비뽑기로 선출된 사울 왕이 제비뽑기로 선출되지 아니한 다윗 왕보다도 실패한 왕이 되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맛디아를 제비뽑기로 선출한 일도 그렇다. 사도행전 1장 외에는 그 어느 곳에서도 맛디아란 이름을 다시 찾아볼 수 없다.
더욱이나 “이 사람은 내 이름을 이방인과 이스라엘 자손들 앞에 전하기 위하여 택한 나의 그릇이라”(행1:15)고 하심으로써 하나님은 맛디아가 아니라 사울이라 불렸든 바울을 선택했음을 밝히고 있다.(행22:14-15) 또한 성경에서 제비뽑기는 지도자를 세우는 일 보다는 범인을 잡고 색출하는 일에 더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예를들어 요나와 아간을 뽑은 것은 성공한 경우이지만 사울과 맛디아를 제비뽑은 것은 실패한 경우이다. 그
런데도 제비뽑기를 통해 선출되면 신앙 좋은 사람이고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한 사람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가? 죠지 워싱턴이나 링컨이나 카터도 투표를 통해 뽑혔다. 그렇다 하여 그들을 신앙이 좋지 않은 사람이고, 하나님의 명령에 불순종한 사람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오히려 성경은 제비뽑기보다 가족간에 계승시키고 세습시키는 것이 전통이였다.
그런데도 제비뽑기가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제비뽑기만이 하나님의 뜻이고, 제비뽑기를 하지 않는 것은 성경대로 사는 것이 아니며, 신앙이 좋지 않은 사람이고, 하나님의 명령에 불순종하는 것이라고 단정한단 말인가? 그런 논리라면 아브라함과 모세와 다윗과 예수님이 빵과 포도주를 마셨다 하여 밥이나 김치를 먹는 것은 하나님의 뜻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어째서 이러한 일방적인 논리로 신앙을 제단하려 하는가? “그리스도인의 궁극적 해답은 성경에서 찾아야 합니다. 멸망할 사람에게는…”이라고 협박(?)하며 후보자의 자격을 “1억 이상 교단 발전기금으로 헌금하는 자, 입교인 5백~1천명 이상된 자”라고 제한하는 것은 도대체 성경 어느 구절에 나온단 말인가?
은밀하게 이루어 졌던 것을 공개적으로 수거하여 선한 용도로만 사용될 수 있다면 성경적이라 할 수 있는가? 더욱이 가장 작은 베냐민 지파에서 왕으로 뽑은 성경과 달리 특권의식을 조장하는 후보자 자격을 제시하면서도 성경적이라고 강변하는 논리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각설하고, 이러한 이분법적 흑백논리로 제비뽑기를 강요하는 것은 교회를 분열시키고, 갈등을 조장하는 매우 위험천만한 발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메도디스트 포럼’에게 묻는다. 진정 제비뽑기가 오늘날 이 감리교회의 타락한 선거 문화를 개선하는 대안이라고 믿는가? 그렇다면 교회의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흑백논리로 더 이상 강요하지 말라. 자신들의 생각만 하나님의 말씀을 대변하는 것처럼 강요한다면 그것은 새로운 제도와 개선을 요구하는 총대 절대 다수의 지지를 획득하는데 실패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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