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데이트 : 2005.12.27 14:49:48
21세기에 다시 생각해 보는 다윗의 생애와 정치
천년을 잇는 디딤돌의 정치, 그 비결은 무엇인가
2006년 지방선거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국민들 사이에서는 올바른 국가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민의 기대와 관심속에 출범했던 참여정부의 지지도가 집권중반기를 넘어서면서 급락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들 사이에서는 어느때 보다도 국민의 신뢰를 받으면서 후손들에게 아름다운 정치풍토와 유산을 물려줄 정치지도자 상을 요구하고 있다. 과연 이런 지도자 상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한시미션대표이자 국제성경통독연구원장인 조병호 박사는 최근 한국교회인물연구소에서 개최한 학술심포지엄에서 ‘21세기에 다시 생각해보는 다윗의 생애와 정치-천년을 잇는 디딤돌의 정치’를 통해 천년을 잇는 정치지도자상의 모범을 제시했다.
조 박사는 발제에서 “안타깝게도 한국의 주요 정당들이 지난날의 정치방식,즉 지역갈등,이념갈등,계층갈등,적대주의 등을 통해 각 세력의 견고화를 꾀하여 오던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우리의 정치가 바뀌어야 하고 국민의 수준도 높아져야 하다고 주문하고 있다.
다음은 조병호 박사의 발제 전문이다.
영국 런던 교외에 있는 작은 도시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Stratford-upon-Avon)에 대문호(大文豪) 세익스피어가 묻혀 있는 성 트리니티(holy Trinity) 성당이 있다. 그 성당으로 향하는 작은 정원의 정문에서부터 성당의 입구까지 약 30m 정도 되는 길 양쪽에는 나무들이 줄을 지어 심겨 있는데, 한 가지 눈여겨 볼 것은 오래된 큰 나무들 사이사이에 동수(同數)의 키 작은 묘목들이 가지런히 심겨져 있는 광경이다. 몇 대 전 조상들이 심어놓았던 나무들 사이에 또 다시 후손들을 위해 나무를 심는 영국인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생각이 깊은 사람은 나무 한 그루를 심으면서도 백 년 후를 내다본다. 교육을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흔히들 백년대계(百年大計)를 말한다. 그런데 오늘날처럼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지난 백 년, 천 년을 되돌아보며 앞으로의 백 년, 천 년을 생각해보고, 진심으로 천 년의 씨앗, 디딤돌이 되고자 소망하는 지도자가 이 땅에는 얼마나 될까?
올바른 국가 지도자 뽑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
국가나 공동체의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서는 그 일을 책임지고 감당해나갈 지도자를 뽑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적지 않은 상당한 대가를 감수하고서라도 공정한 선거를 통해 우리의 삶을 결정지을 지도자를 세우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얼마 전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 국민들의 의사를 대표할 국회의원을 뽑은 바 있다. 또한 다가올 2006년에는 지방선거, 2007년에는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선거를 통해 뽑힌 지도자들의 영향력은 단지 그 법적 임기의 숫자적 햇수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들을 통해 정해진 정책은 그 집행 범위 안에 있는 국민들의 삶에 크건 작건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들이 일상적인 삶의 권리만을 부여받은 평범한 소시민이라면, 그들의 삶이 그토록 신문지상이나 영상매체를 통해 논의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몇 명 안 되는 ‘대표’들이 4500만 국민들의 뜻을 좌지우지하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대의정치(代議政治)의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하다.
여기서 ‘대의정치’의 장단점을 논하자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지금 이 시대는 선거를 통해 새로운 권력이 창출되는 시대이다. 그래서 소위 모든 정당들이 선거에 생사를 걸고 있는 것이다. 과거 독재 정권시대에는 선거가 단지 요식행위(要式行爲)에 불과했으나, 이제는 새로운 권력 창출의 통로로서 선거가 존재하고 있다. 이는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각 정당들이 내세우고 있는 정강 이슈들을 앞에 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진정으로 그들의 속마음도 그러한가? 진정 그들이 내세운 이슈들을 통해 국민들을 화합으로 이끌려는 것인가? 오히려 그들의 사고방식이 사회계층을 분열시키고 반목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가 말이다. 결국은 혈연, 지연, 학연, 그리고 낡은 이데올로기에 기대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걸 통해 그들이 얻고자 하는 것은 진정 무엇인가? 우리 정치 지도자들은 과연 국민들을 위해 어떤 건실한 정책들을 내어놓고 있는가?
우리의 주요 정당들은 지역,이념,계층갈등,적대주의 벗어나지못해
안타깝게도 한국의 주요 정당들이 지난날의 정치 방식, 즉 지역갈등, 이념갈등, 계층갈등, 적대주의, 이를 통해 각 세력의 견고화를 꾀하여오던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본다. 이것들 중 어느 하나도 제대로 깨끗하게 털어내지 못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반성도 미미하다. 또한 서로가 협력하고 화해하는 국민 통합의 정치로 나아가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고, 어떻게 하면 상대방을 미끄러뜨릴까만 연구하면서 말꼬리 잡기만 계속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저들이 알고 있는 단편적인 지식과 얕은 정치술수로 국민들을 몇 갈래로 나누어 놓고 그 각각의 일시적 또는 편협화 된 기호에 맞추려고만 하는 얕은 정치가 아닌가?
정치라는 것이 무엇인가? 정치가 공허한 말로 갈등과 적대주의를 부추기면서 ‘표’만을 얻기 위한 것인가? 사실 그들이 그렇게도 잘하는 ‘말’이라는 것, 또한 그들이 자랑하는 ‘지식’이라는 것은 대다수 힘없는 국민들을 위해 쓰여야 함이 옳지 않은가? 정치란, 반드시 그에 따른 경제정책이 뒤따라야 한다. 정치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들의 민생과 고충을 해결할 수 있는 경제정책을 분명히 내세워서 옳은 제도를 만들고 실현하는 것이 진정한 정치인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책을 세운다. 그런데 그러다보면 어쩔 수 없이 정책의 우선순위를 세울 수밖에 없다. 정책입안자들은 이런 일이 불가피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작금(昨今)의 현실을 보면, 지난 5천 년 동안 우리의 생업 방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산업사회가 시작되면서부터 밀리기 시작한 농업 정책은 계속적으로 그 우선순위에서 밀림으로써 심각한 곤경에 처해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농민들의 원통함과 답답함은 커져갈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쌀 관세화 유예협상에 대한 비준동의안 건으로 말미암아 농민들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그들을 어떻게 보듬고 그들의 원통한 눈물을 어떻게 닦아줄 것인가, 오늘의 지도자들은 깊이 생각하고 최선의 대안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성경에서는 옳은 정치를 무엇이라고 말하고 있는가? 성경은 이렇게 말한다. “주 여호와께서 학자의 혀를 내게 주사 나로 곤핍한 자를 말로 어떻게 도와줄 줄을 알게 하시고 아침마다 깨우치시되 나의 귀를 깨우치사 학자 같이 알아듣게 하시도다(이사야 50:4).” 곤핍한 자들을 어루만지고, 예민하게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입법 활동을 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성경에 등장하는 수많은 정치가들 중 대표적 인물이 다윗이다. 21세기 초두, 이 시점에서 ‘천 년을 잇는 디딤돌의 정치’를 펼쳤던 다윗의 생애와 정치를 다시 생각해보는 것은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를 던져줄 것이라 생각한다.
政治家 다윗의 삶-역사공부를 통해 공의와 정의,포용의 정치 펴
신앙인이자 정치가였던 다윗은 천 년의 세월에 대한 역사 공부를 철저히 하고서 정치를 시작한 사람이었다. 역사 학습을 통해 자신이 어떤 정치가가 되어야 하는지 굳은 뜻을 세운 후에 정치를 시작한 것이다. 또한 그는 자기 이후 천 년을 염두에 두고서 정치를 펼쳤다.
먼저 다윗의 뿌리는 아브라함과 모세에서 찾을 수 있다. 마태복음 1장 1절은 “아브라함과 다윗의 자손 예수 그리스도의 세계라.”라는 구절로 시작된다. 아브라함에서 다윗에 이르기까지 천 년, 다윗으로부터 예수님 때까지 다시 천 년이 걸렸다. 다윗은 아브라함과 예수님 사이를 잇는 천 년의 징검다리, 곧 디딤돌이다. 또 아브라함과 다윗 사이의 천 년을 바로 모세가 징검다리로 잇고 있다. 모세는 아브라함이 하나님으로부터 받았던 땅에 대한 약속을, 그 약속의 선포 후 5백여 년 만에 성취 되는 장(場)으로 이끄는 징검다리가 되었고, 다윗은 자신의 정치를 통해 그 약속을 이어받아 구체적으로 실현하였으며, 예수님으로 이어지는 하나님의 경륜을 이뤄가는 데에 천 년의 디딤돌이 되었다.
다윗은 비록 어린 나이에 역사의 무대에 발을 내디뎠지만, 그가 나이 30에 현실정치의 핵심에 섰을 때, 이미 지난 천 년의 역사를 공부하고 세계를 바라보면서 섰던 것이다. 그는 천 년의 역사를 공부하면서,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주셨던 그 비전을 배웠고, 모세를 통해서는 공사(公私)를 분명히 하며 하나님의 율례와 규례와 법도를 세팅시키는 것을 배웠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단지 자신과 자기 민족의 현실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천 년과 세계를 가슴에 품고, 역사의 디딤돌이 되기로 결심하며 정치 현장에 섰다. 성경의 인물들처럼 국가의 천년 대계를 바라보면서 뜻을 펼칠 수 있는 정치가를 기대한다. 다음 세대들을 위해 디딤돌을 놓는 오늘의 정치를 꿈꾸는 사람은 없는가? 지금 우리 사회는 내일을 준비하는 지도자를 요구하고 있다.
다윗은 십대에 아버지를 돕는 아들로 자랐다. 삶과 죽음이 하나님께 속한다는 것을 그는 양을 치는 경험을 통해 배웠고, 자신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물매 돌리는 기술을 터득하기도 한다. 그러는 가운데 전쟁에서 이기고 지는 것이 하나님께 속한 것이라는 믿음을 세워갔다. 그래서 그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골리앗 앞에 믿음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또한 그는 20대를 사울과의 대립 구조 속에서 보내면서 아브라함을 통해 주신 하나님의 비전, 즉 공의와 정의를 이루는 민족이 되게 하겠다는 비전을 가슴에 담았다. 그는 사울의 압제 하의 어두운 터널 속에서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위기를 보내면서 “내가 새벽을 깨우리로다”라는 마음을 확정했다. 우리는 종종 앞뒤 문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위 시편의 구절을 새벽 기도를 해야 하는 이유를 명시한 구절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시편 57편에 나오는 위 구절의 앞뒤는 다음과 같다. “하나님이여 내 마음이 확정되었고 내 마음이 확정되었사오니 내가 노래하고 내가 찬송하리이다. 내 영광아 깰지어다 비파야, 수금아, 깰지어다 내가 새벽을 깨우리로다. 주여 내가 만민 중에서 주께 감사하오며 열방 중에서 주를 찬송하리이다(시 57:7-9).” 그는 5백여 년 전에 하나님께서 모세를 통해 주신 율례와 규례와 법도를 이루는 데에 자신의 온몸을 바치겠다는 결심을 굳히고 있는 것이다. 그 하나님의 법도는 결국 소외된 이들을 돌보겠다는 구체적인 실천으로 나타난다. 원통한 자, 환란 당한 자, 빚진 자들을 돌보는 삶의 정치(삼상 22:2), 하나님의 공의와 정의를 현실로 이루겠다는 다짐, 그 사실을 온 세계에 실제로 보여주겠다는 결심이다. 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 그는 30대에 왕이 된 후, 그 비전을 구체화하기 위한 다음의 단계들을 밟는다.
성경의 정치지도자 덕목은 원통한 자,환란당한 자,빚진 자들을 돌보는 삶의 정치
사울은 베냐민 지파를 데리고 아셀 나무 아래에서 백부장, 천부장을 운운하며(삼상 22:7) 지연과 혈연의 연고에 의해 40년간 국가 경영을 사유화 하였다. 그러나 다윗은 사울의 압제의 직접적 피해자가 자신과 유다 지파였음에도 불구하고, 사울이 죽었을 때 오히려 유다 지파에게 사울과 요나단에 대한 애도의 노래를 지어서 부르게 한다. 피해 받은 쪽에서 가해한 측을 오히려 감싸 안는 것이다. 연고주의를 이용하여 정권을 유지하려했던 사울과 달리 다윗은 폭넓은 아량과 기지(奇智)로 연고주의로 왜곡된 국민들의 마음을 달랜다. 오늘의 현실에서 본다면, 지난 30년 동안 정치 지도자로 살아온 김대중(金大中) 씨와 김영삼(金泳三) 씨, 두 김 씨가 민족의 화해를 위해 남은 앞으로의 삶은 서로 상대방의 지역을 끌어안고 살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본다. 가령 김대중 씨는 부산으로, 김영삼 씨는 광주로 삶의 터전을 옮겨 그곳에서 봉사하면서 사시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면 얼마나 좋을까? 누구에게나 거주 이전의 자유가 있으니 강요는 못할 일이지만 말이다.
다윗의 “베냐민 지파 끌어안기”의 노력이 위와 같이 지극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냉혹해서 남북이 나눠지고 만다. 그러나 그는 유혈(有血) 통일이 아닌 무혈(無血) 통일을 이루기 위해 7년 반이라는 긴 세월을 기다리고 기다렸다. 기다린 보람이 있어 북쪽의 실세자인 아브넬이 다윗과의 협상을 위해 찾아왔고 그 성과는 대만족이었다. 그러나 다윗의 측근 요압이 자신의 사사로운 이익에 얽매여 아브넬을 암살함으로써 그 상황을 크게 어지럽히고 말았다. 그 현실은 지금 우리의 상황, 그 이상의 당혹스럽고 꼬인 상황이었다. 사람들은, 심지어 크리스천들조차 정치나 경제는 현실세계에 있고 성경은 이와 동떨어진 이상세계에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성경을 제대로 보면, 그런 말은 옳지 않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다윗이 처한 위 상황이 심각한 현실적 정치상황이 아니면 무엇이라는 말인가.
지도자와 측근의 사사로운 욕심은 국민통합을 일거에 무너뜨려
다윗의 남북통합의 꿈이 측근의 사사로운 욕심에 의해 순식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주변 사람들조차 다윗이 아브넬을 불러놓고는 핵심 측근 요압을 시켜서 암살했다고 생각했다. 이 상황의 반전을 위해 오랜 동역자인 요압을 처단할 수도 없는 상황 속에서 오해는 눈덩이처럼 불어가고 있다. 그 오해의 결과는 남쪽과 북쪽 모두 다윗을 믿지 못할 사람으로 여기게끔 흘러가고 있다. 이것이 오늘의 현실보다 덜 심각하다는 것인가? 어쨌든 이런 상황에서 정치가 다윗은 아브넬을 위한 애가(哀歌)를 짓는다. 그가 하루 종일 금식하며 우는 모습을 보고, 주변의 가까운 곳에서부터 아브넬의 죽음이 다윗의 지시가 아닌 요압의 단독 소행임을 믿게 된다. 정치란, 결국 위기 상황 속에서 진실을 밝히는 것 아니겠는가? 진실은 결국 통하는 것이다. 이렇게 진실이 밝혀지고 열두 지파 장로들의 합의하에 국가의 통일을 오히려 원만하게 이루어낸 그는 지난 7년 반 동안 준비해두었던 새로운 국가 경영을 위한 두 가지 중대 프로젝트를 실행하기 시작한다.
그 첫 번째 프로젝트는 새 수도(首都)를 정하는 것이다. 다윗은 남쪽 유다 지파의 근거지였던 헤브론과 북쪽 지파의 근거지였던 기브아가 아닌 새로운 곳, 예루살렘을 수도로 정한다. 더 큰 국민적 화합을 이루기 위하여 자신의 7년여 지지 기반과 기득권을 포기하는 결단이었다. 예루살렘은 남과 북의 중간지점으로서 국가 전체의 통합을 이루어 낼만한 곳으로 아주 적합한 곳이었다. 그곳이 단지 그 시대의 국가적 통합을 이루기 위한 장소의 적합성만으로 선택된 것은 아니다. 그곳은 천 년의 약속이 성취되는 곳으로서의 의미가 크다. 일찍이 예루살렘은 5백여 년 전에 이미 그들의 땅이어야 했다. 아브라함을 통해 하나님께서 그 땅을 이스라엘 자손에게 주리라고 약속하셨다. 모세 때 하나님께서 그 땅의 동서남북의 경계를 명확히 일러주셨다. 여호수아 때에 그 약속의 성취가 부분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전쟁이라는 현실적 두려움 속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 약속의 완전한 성취를 뒤로 미루었고, 그때로부터 5백여 년이나 지난 지금 다윗 때까지도 난공불락(難攻不落)의 자연적 조건을 가진 예루살렘에는 가나안 족속의 일족인 여부스 족들이 살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예루살렘은 공격하기에는 어렵고 방어하기에는 쉬운 요새였다. 그러므로 여부스 족들은 다윗의 예루살렘 정복 시도 자체를 비웃었다. 그러나 다윗은 성 밖 기혼 샘에서 예루살렘으로 물이 흘러들어가는 수구(水口)가 있음을 착안해서, 그 수구를 통해 굳게 닫혀있던 예루살렘의 성문을 쉽게 열어버렸다. 이때부터 예루살렘은 성경에서 가장 유명한 지명이 되었다. 비로소 아브라함 때 주신 하나님의 땅에 대한 언약이 온전히 성취된다. 그는 천 년 만에 하나님의 언약을 이룸으로써 다가올 새로운 천 년을 준비한 것이다. 장차 그가 세운 예루살렘에서 온 인류의 구원자이신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시게 된다.
다윗의 두 번째 프로젝트는 법궤를 예루살렘으로 옮기는 것이었다. 다윗은 빼어난 군사 3만 명이 동원된 거대 행사를 기획한다. 그러나 법궤를 새 수레에 싣고 옮기는 도중, 나곤의 타작마당에서 소가 놀라 뛰었고, 그때 수레를 붙잡다가 웃사가 죽었다. 다윗은 이 사태를 나곤이나 웃사의 개인적인 일회성 실수로 돌리고 행사를 강행함으로써 행사 주재자로서의 체면을 유지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다윗은 그리 하지 않는다. 행사를 전면 중지시키고 군사들을 모두 돌려보낸다. 돌아가는 그들이 다윗의 정통성(正統性) 운운하며 수군거릴 것을 모르지 않았다. 특히나 하나님의 임재를 상징하는 법궤를 모셔오는 일이었기에, 다윗이 왕이 된 것에 대해 하나님이 용납하시지 않는 것이 아닌가, 사울 왕의 정권이 계속 이어지는 것을 하나님이 바라시는 것 아닌가 등등의 말들이 얼마든지 나돌 수 있을 만하다. 만약 정권 유지와 자신의 자존심만 중요했다면, 그는 이 행사를 강행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하나님을 향해서 예민한 사람이었다. 그 후 다윗은 석 달 정도 율법을 깊이 상고해보는 시간을 통해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고, 율법에 명한 대로 고핫 자손이 법궤를 어깨에 메게 하는 방법을 통해 법궤를 다시 무사히 옮길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예루살렘은 주의 이름을 두려고 택한 곳이 되었고, 이곳에서 공의와 정의의 정치가 행해졌다. 다윗은 또한 그곳에 하나님의 성전을 건축하고자 했으나, 나단에 의해서 하나님께서 다윗의 마음은 받으셨으나 그 일은 그의 아들 솔로몬에게 미루어짐을 듣게 되었다. 이때 다윗이 드리는 짧은 기도 가운데, 우리는 다윗이 자신을 일컬어 ‘종’이라는 표현을 11번이나 사용한 것을 보게 된다(삼하 7:18-29). 사울은 이스라엘 백성을 놓고 ‘자신의 백성(삼상 15:30)’이라고 일컬었다. 그러나 다윗은 자신을 ‘주의 종’이라고 불렀으며, 이스라엘 백성을 ‘주의 백성’으로 생각했다. 한마디로 ‘종이 된 왕’이었다. 임명권자의 권한을 확실히 인정하는 자였다.
이 시대에 지도자를 꿈꾸는 사람들이 국민들을 자기들의 소유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반문해본다. 물론 다윗의 인간적인 약점과 실수를 성경은 결코 침묵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성경은 천 년의 디딤돌로서의 정치를 펼쳤던 다윗을, 이후 그와 엇비슷한 지도자의 자리에 오르는 수많은 사람들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하늘을 두려워 하는 지도자,국민을 섬기는 지도자가 참 지도자
천 년을 계승하여 천 년을 이어주는 다윗을 숲에서 정리해 보자. 크리스천들이 기도할 때 흔히 인용하는 다윗의 아름다운 시편들이 있다. “내 입의 말과 마음의 묵상이 주의 앞에 열납되기를 원하나이다(시 19:14).” “주의 손가락으로 만드신 주의 하늘과 주의 베풀어 두신 달과 별들을 내가 보오니(시 8:3).”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가 부족함이 없으리로다(시 23:1).”와 같은 구절이다. 또 한편으로 다윗은 “행악자를 인하여 불평하지 말라(시 37:1).” “여호와여 원컨대 아히도벨의 모략을 어리석게 하옵소서(삼하 15:31).” 또 시므이의 저주를 들으면서 “여호와께서 나의 원통함을 감찰하시리니 오늘날 그 저주 까닭에 선으로 내게 갚아주시리라(삼하 16:12).”라고 대응하기도 하고, 아들 솔로몬에게 “네 지혜대로 행하여 그 백발로 평안히 음부로 내려가지 못하게 하라(왕상 2:6).”라는 유언을 남길 정도의 노련한 정치가이다.
이런 다윗을 이 땅의 크리스천들은 만나고 있는가? 다윗의 영성과 사회성을 동시에 볼 수 있어야 한다. 왜 하나의 다윗을 둘로 나눠서 보는가? 한 인간 속에 녹아 있는 신앙과 정치 세계를 왜 나누어서 보는가? 그러면서 소위 신앙언어를 붙들고 있는 사람은 보수요, 소위 정치사회 언어를 붙들고 있는 사람은 진보라고 여기는 오해를 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러면서 이른바 진보는 이웃의 자리를 지나치게 키우면서 복음을 타협하고, 이른바 보수는 하나님에게만 집중한 나머지 소외된 이웃 돌보는 일을 소홀히 하지는 않았는가? 분명한 사실은 복음의 총체성이면 된다는 것이다. 즉 하나님의 기쁨과 이웃의 기쁨을 하나로 아울러야 된다는 것이다. 이 균형이 깨지면 안 된다. 크리스천들이 ‘복음전도와 사회참여의 균형 잡힌 관계성’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화해와 협력의 장을 넓혀 가는 운동 과정을 통해 새로운 하나님의 역사에 주역(主役)으로 등장할 수 있어야겠다.
정치란 원통한 자, 환란 당한 자, 빚진 자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 그 상황을 담아내는 구체적인 노력이다. 이 생각을 하며 우리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면 좋겠다. 공사(公私) 관계, 소유(所有) 관계를 분명히 하고, 연고주의에 기대지 않으면서 이 시대의 장애물이 아닌 디딤돌이 되어서 이 지구촌 공동체 안에서 우리가 멋진 정치를 행함으로 말미암아 전 세계 모든 민족의 모델이 되기를 소망한다.
다윗과 같이 천 년의 디딤돌이 될 수 있는 지도자는 어디에서 나오는가? 동방정책을 표방했던 전 독일 수상 브란트(Willy Brandt)는 “정치가 사람을 위하지 않으면 다른 그 무엇이 사람을 위하겠느냐?”고 했다. 다윗은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함께 생각하는 긴 안목으로 백성을 위하는 정치를 펼쳤다. 오늘의 우리 정치가들, 특히 크리스천 정치가들이 성경을 통해 이런 훌륭한 정치가 다윗의 면모들을 연구하고 배웠으면 좋겠다. 사람을 위하는 정치를 하려면 성경을 알아야 한다. 성경을 통해 인간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을 먼저 알고, 하나님의 사람들이 어떻게 그 시대를 치리(治理)하였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이 땅의 크리스천 지도자들이여! 이 땅의 천 년을 내다보아야 할 지도자들이여! 하나님의 말씀을 부분으로 보지 말고, 전체로 보아야 한다. 성경 통독 기반 위에서 성경을 읽어라. 지난 4000년의 역사 속에서 시대와 국가를 경영하셨던 하나님의 경륜과 섭리를 큰 틀로 이해하기를 시도하라.
왜 오늘도 남들이 다 걸었던 먼지 푸석푸석 나는 길로 걸어가는가? 한 걸음만 옆에 서 보라. 맑은 공기와 시원한 옹달샘이 있는 숲이 있다. 성경이 있다. 성경의 기반 위에 서라! 성경에는 천 년의 디딤돌이 되는 정치를 한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오늘이 우리와 대화하기를 원한다. 꿈이 있는 자들이여! 먼저 이들과 동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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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사범 824명 입건 16대선거 배 넘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