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장도 없고 이사회도 열지 않는 기독신문
이사장 후보 등록 취소 놓고 법정 공방…총회가 오임종 장로 선임하자 하부 기관들 반발
입력 : 2007년 07월 04일 (수) 05:11:30 / 최종편집 : 2007년 07월 04일 (수) 16:49:38 [조회수 : 63] 주재일 ( jeree )
▲ 기독신문사는 정치 다툼으로 이사장 없이 1년을 보내고 있다. 사진은 기독신문사 이사회 정기총회 모습. ⓒ뉴스앤조이 이승규
한국교회 최대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총회장 장차남)의 기관지 기독신문사는 정치 다툼 때문에 이사장 없이 1년을 보내고 있다. 또 작년 9월 이사회를 하다가 정회했는데 10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속회하지 않고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사태의 양상은 이사장 선출 문제로 총회와 후보가 1년 가까이 법정 공방을 벌이는 것이다. 법정에서는 일단 총회가 불리한 처지에 놓였다. 이사장 후보로 등록한 오임종 장로(남산교회)가 자신의 후보 등록이 취소된 것은 불법이라며 법원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1심에서 총회는 오 장로에게 1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후 총회는 오 장로를 기독신문사 이사장으로 선임 통보하고 오 장로는 소송을 취하하기로 합의했으나 총회 산하 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가 총회장의 지시에 따르지 않는 등 부서 간의 갈등으로 사실상 합의 사항을 번복하기에 이르렀다. 이 와중에 총회는 지난 6월 서울고등법원에 오 장로를 상대로 항소해 사태는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교단지마저 "원칙 없는 심사"라고 비판
초기의 교단 내에서 일어난 불법 시비와 사회 법정에서 소송을 벌이는 과정, 이후 당사자 간의 합의가 번복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예장합동 총회가 얼마나 제 기능을 상실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기독신문>마저 총회와 선거관리위원회를 향해 "원칙 없는 심의, 선거규정 흔든다", "입후보 따라 된다·안 된다", "자의적 심사"라고 꼬집을 정도.
사건은 지난해 8월 22일 오임종 장로의 기독신문사 이사장 후보 등록이 취소되면서 발생했다. 법적으로 따지자면, 선관위는 후보등록 마감일 10일 이내, 즉 7월 20일까지 자격심사를 완료하고 후보자를 확정해야 했다. 그런데 선관위는 한 달 가까이 지난 8월말에 후보 등록 자격 심사를 벌여 오 장로의 이사장 후보 등록을 돌연 취소한 것이다.
등록을 취소한 근거는 "기독신문사 이사장은 목사, 사장은 장로가 입후보하기로 2005년 총회(제90회)에서 결의했다"는 것. 이것이 사실이라면, 장로는 자동으로 후보 등록이 취소된다. 그런데 목사만 이사장 후보가 될 수 있다는 규정이 총회를 통과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예장합동 총회가 서울고등법원에 제출한 항소장을 보면, 지난 2005년 선관위는 기독신문사 사장은 장로 중에서 이사장은 목사 중에서 선임하는 안을 결정한 것으로 나와 있다. 항소장에서 총회는 선거규정 개정 작업의 실무를 담당한 위원들이 이사장에 대한 규정(선거규정 제11조 제2항 2) 가운데 후보 등록은 '목사'만 할 수 있다는 문구를 누락한 채 총회에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총회에서 이 안이 통과되었다는 것이다.
희한한 논리 들이대는 총회
그러면 당연히 총회에서 결의한 내용 가운데는 목사만 이사장 후보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이 빠진 것이다. 그런데 총회는 희한한 논리를 제시하며 반대로 주장하고 있다. 총회는 "총회에 참석한 사람들 역시 관련 조항에 주목하지 못한 가운데 기독신문사 이사장의 자격 요건에 관례대로 '총대목사'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고 통과시켰다"고 주장했다.
말하자면, 위원의 실수로 이사장 후보 자격 가운데 목사라는 규정이 누락된 채 선거규정이 총회에 보고되었고 총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누락된 점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채 결의했지만, 이사장 후보는 목사로 제한한다는 선관위 결의 사항이 총회를 통과했다고 보아야 한다고 억지스러운 결론을 도출했다.
그러나 선관위는 지난해 3월과 5월 <기독신문>에 선거규정 공고를 낼 때 기독신문사 이사장 후보 조건으로 △장립 후 만 15년 이상 △무흠 10년 이상 △총대 경력 7년 등을 자격으로 제시하면서 목사여야만 한다는 제한은 명시하지 않았다. 목사라는 중요한 제한 조건, 그것도 바로 직전 총회에게 결의한 사항이었다면 왜 기재하지 않았을까. 선뜻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오 장로도 선거규정 공고를 예로 들며 총회도 이사장 후보로 목사라는 제한을 두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총회는 "선거(규정) 공고는 안내에 불과할 뿐 법적인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런데 이러한 논쟁이 오고 간 뒤인 올해 3월, 총회는 <기독신문>에 선거규정을 공고하면서 또 기독신문사 이사장 자격에 목사라는 규정을 싣지 않았다. 공고에서 주요 결의 사항을 자꾸 누락하는 실무자의 부주의를 탓해야 하는 건가. 아니면 오 장로와 법정 다툼에서는 억지 주장을 했지만, 실은 총회도 이사장 후보를 목사로 제한하는 결의를 하지 않은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선거규정 공고를 수정하지 않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법원은 오 장로 손 들어줘
기독신문사 이사장 후보 등록이 취소되자 오 장로는 총회에 등록 취소를 재론해달라는 이의신청서를 제출하고, 총회 감사부와 <기독신문>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총회가 이 문제를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고, 오 장로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이사장 선임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법원이 가처분을 받아들이자, 지난해 9월 20일 열린 기독신문 이사회는 이사장을 선출하지 못하고 정회했다. 오 장로와 함께 후보로 등록한 박정하 장로는 등록금을 돌려받았고, 김백경 목사는 같은 시기 열린 제91회 총회에서 3년간 총회 공직을 정지 당하는 중징계를 받아 이사장 후보 자격이 자동 박탈됐다. 그러나 오 장로는 등록금을 돌려받지 않고, 법원에 이사장 후보 확인 소송을 제기해 "총회는 오 장로에게 1억 원을 손해배상하라"는 판결을 얻어냈다.
1심 판결이 나서야 총회는 바빠졌다. 올해 2월 총회 임원회와 선관위가 모여 논의했고, 그 자리에 오임종 장로도 참석해 합의안을 도출했다. 총회 임원회와 선관위가 오 장로에게 기독신문사 이사장직을 보장하고, 오 장로는 손해배상 비용을 포기하기로 결의한 것이다. 이사장직 수행이 보장되지 않을 때 결의 사항은 무효라는 단서를 달았다. 이 자리에는 총회 서기 박무용 목사, 총무 이치우 목사, 부총회장 최명환 장로, 부회계 박윤식 장로가 참석했다.
이 결의를 근거로 예장합동 총회는 4월 30일 오 장로에게 보낸 공문에서 "총회 임원회와 선관위가 연석회의를 열어…귀하를 단독 후보로 인정키로 하였다"고 통보했다. 따라서 총회는 오 장로에게 승소한 내역을 취하하고, 총회장을 상대로 소를 제기한 사실에 대하여 <기독신문>에 사과 광고를 내라고 제시했다. 오 장로는 그동안 벌어진 사건과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함과 동시에 소송을 제기해 총회에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사과문을 <기독신문>에 공고했다. 또 오 장로는 소를 취하하는 대신 이사장으로서 실질적인 역할을 하는 때 바로 취하하겠다는 각서를 써 주었다.
선관위, 합의해놓고 나중에 번복
올해 5월 31일에는 예장합동 총회가 오 장로에게 기독신문사 이사장 선임을 통보하는 공문을 보냈다. 이 공문에서 예장합동 총회는 기독신문사 이사회에 후속 절차를 이행한 후 결과를 보고하라고 지시했다며, 한 번 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취하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총회 내부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선관위가 6월 12일 제주도에서 전체회의를 개최해 선관위가 총회 임원회, 오 장로와 합의한 사항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기독신문사 이사회도 지난해 9월 정회된 이후 지금까지 속회하지 않고 있다. 이사회 임원들이 속회하기로 논의했는데 날짜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날짜를 잡을 생각을 않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속회할 뜻이 있었다면, 정기 이사회를 정회한 지 10개월이 넘도록 이사회를 열 생각조차 안 했을까.
이사회를 정회한 10개월 동안 기독신문사는 이사장을 제외한 임원을 뽑았고 공석이었던 주필도 선임했다. 이사장으로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의 90%는 이미 다른 사람에 의해서 사용된 셈이다. 조금 거칠게 말하면, 지금 누군가 이사장이 된다고 해도 회의를 진행하거나 적자에 허덕이는 재정만 보고 받다가 임기를 마칠 가능성이 크다. 이사장이 자신의 고유 권한인 임원과 주필 선임을 되찾겠다고 나서기라도 한다면 그야말로 임기 내내 이사회 내부의 기존 정치 세력과 소모적인 논쟁만 벌여야 할 판이다.
이사장 자리만 남겨놓고 나머지 임원은 이사장이 없을 때 전 이사장과 현 사장이 선임했다. 또 그리 급하지도 않은 주필 선임 건도 전 이사장이 주관한 임원회의 제안을 받아 사장이 뽑아버렸다. 오 장로는 총회와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는 사이 벌어진 일련의 일들에 대해 문제를 전혀 제기하지 않았다. 이것 때문에 일각에서는 오 장로가 기존 정치 세력과 결탁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자신이 나설 처지에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한편, 오 장로는 자신을 이사장으로 선임한 총회로부터 항소를 당해 소송을 준비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법정 공방을 하느라 자신의 임기를 까먹기 시작한 것이다.
정치 세력과 부딪힌 전력 때문에
그럼 선관위와 기독신문사 임원들이 왜 오 장로가 오는 것을 반대할까. 겉으로는 절차상의 문제를 들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오 장로에게 기독신문사의 실권을 넘길 수 없다는 정치적인 계산이 깔려 있다. 넘기더라도 최대한 얻을 것은 얻고 상대편의 영향력을 감퇴시킨 뒤에 넘기겠다는 의도다.
특히 오 장로는 지난 2004년 감사부장을 지내며 은급재단 재정 비리 사태 등으로 기존의 총회 정치 세력과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운 인물이다. 이일 외에도 그는 총회의 주요 사안마다 반대 목소리를 냈다. 상대편에서 그가 이사장 자리에 오르는 것을 좋아할 리 없다. 그렇게 오 장로의 선임을 막고 자신들의 영향력을 최대한 유지하려는 의도 때문에, 임기가 끝난 전 이사장이 사장과 함께 이사회 임원을 뽑았고 자신도 임원회의에 참석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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