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87회 총회의 몇가지 의미
2002년 10월 01일 (화) 12:00:00 [조회수 : 2] 기독신문
매년 9월 총회를 바라보면서 나름대로 특징이 있다는 생각을 하지만, 금년에는 몇 가지 역사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다. 사안에 대한 견해 차이가 교단의 갈등으로 비화되었던 문제들이 완결된 총회이기도 하기에 더욱 그렇다.
무엇보다도 총신문제가 매듭 된 것이 금번 총회의 큰 수확이었다. 수년 전 불거진 교수들의 신학사상 문제가 총회에까지 여러 건 상정되어 2년 전에는 총회차원의 조사처리위원회가 구성되어 면밀히 사실하고 소위 3인 교수 문제의 해법이 마련되었다. 그러나 그 후에 또 다른 교수들의 문제까지 잇따라 총신교수문제는 다시 꼬이고 이사회까지도 양극의 형세를 보여주며 혼미를 거듭하여 총대들의 염려가 컸었다.
그동안 문제된 교수들은 그들의 결함을 순순히 인정하고 이사회나 총회의 조처에 순응했을 뿐 아니라 재발방지도 약속했다. 그러므로 혹간 미진한 의구심 때문에 그들을 배제하는 것은 올바른 일이 아니다. 따라서 그들에 대한 총신대운영이사회의 재임 또는 신규임용의 보고를 총회가 받은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또한 교수들도 총신이 교단의 목회자 양성기관이라는 점을 명심하여 총회가 지향하는 신학 위에 철저히 서서 내일의 지도자들을 육성해주어야 한다. 다시 강조하건대 총신은 교단신학교다. 교수가 자기의 신학을 자유롭게 실험할 수 있는 초교파류의 신학교가 아니다. 그러므로 그 어떤 경우에도 총회가 공적으로 고백한 신앙의 노선에서 학문적 작업과 교수가 이루어져야 한다.
총신교수문제로 학교나 교단이 상당한 진통을 겪었지만 이 신고의 세월이 교단과 총신, 그리고 강단을 맡은 교수들이나 복음적 개혁신학이 변질되는 것을 우려하는 모든 이들에게 부정적인 시간만은 아니었다.
그 누구에게도 총신 강단에서 보수개혁주의 신학의 범주를 벗어나는 강의가 허락되지 않는다는 점을 못박은 기념비적인 작업이기도 했다. 그러므로 이런 진통 속에서 확인과 전진이 약속되었음을 알아야 한다. 행정구조개편 문제 역시 본질로 돌아가면 해법은 생각보다 쉬운 곳에 있다는 것을 깨닫기 바란다.
다음으로, 총회 산하 기관이나 단체장을 지역구도 순환제로, 또한 단임제로 하자는 결의가 있었다. 임원에 이어 기관장 순환배정까지 결의했으니 특정지역 독점은 불가능하게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원칙을 확정해 놓을 때 전문성이나 개인적 능력이 발휘될 수 없어 총회와 그 산하 기관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물론 단임제 역시 나름대로 장점이 있지만 그러다보면 그저 돌아가면서 자리나 나눠먹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셋째로, 추첨제(제비뽑기) 총회임원선출 방식 도입 이후 각 상비부와 기관장 선거에 금권선거 풍토가 만연되고 있다는 여론에 따라 모든 선거에 제비뽑기 제도를 도입하자는 헌의가 있어 연구위원을 내놓았다는 것은 한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편으로는 성숙도라는 면에서 후퇴하게 된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것이 폐단이 된 경우에 불가피성을 갖는다 해도 결코 만능이거나 최선의 방법일 수 없다. 연구위원들이 선한 방법을 도출해 내길 기대한다.
넷째, 지방신학교와 총회의 관계를 분명히 했다.
정부인가를 얻지 못하고 교단인준으로 운영해 오는 10개 지방신학교 중에서 대신대학과 칼빈대학이 전신인 무인가 당시의 모양을 벗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이다. 정규대학이 되면서 이 두 대학에 목회자 양성과정인 신학대학원(M.Div.)이 설치됐고, 총회가 그것을 인준해주면서 졸업 후 1년간 총신에서 30학점을 이수하도록 결의했다. 총회 안에 목회자 배출 창구는 단일화해야 한다는 총회적 선언인 셈이다.
동시에 세 가지가 확인되었다. 두 대학이 대학인가 이전과 같은 무인가 과정을 갖고있는 것은 총회와 상관이 없는 일이라는 사실과, 대학의 이사파송권은 지역노회가 가져야 한다는 것, 그리고 총회와의 연관성을 정관에 명기해야 한다는 점이다. 대신대학의 경우는 이 문제가 대부분 해결된 상태인 모양이나 칼빈대학은 동평양노회를 배경으로 하고있으나 이사파송에 있어서는 달랐던 모양이다.
총회 현장에서 그런 모습이 적나라하게 표출되었다. 칼빈대학도 하루속히 해당노회의 산하로 명실공히 들어가기를 바란다. 왜 사심이 숨어있는 것 같은 오해를 준단 말인가. 공적 관계하의 신학교육기관임을 내외에 보여주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교단의 신학교 정책에 대한 입장을 명쾌하게 정리 선언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지방신학교와 총회와의 관계에 대한 질서가 회복됐다는데 의미가 큰 총회였다. 그러나 지방신학교의 현실문제 극복과 보다나은 발전을 위해 권역별 통합론이 제기되었으나 지방신학교들의 반대에 부딪쳐 ‘자율적 통합’이란 선에서 정리한 것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를 남긴 것이다.
다섯째, 개역개정판 성경에 대한 교단적 입장이 정리된 총회였다. 지난 2년동안 개역개정판 성경에 대한 총회적 입장정리가 되지 않고 계속 비판적 주장만 무성하다가 드디어 이번 총회에서 명쾌하게 문제를 지적하고, 성서공회에 보내 수정보완 후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여섯째, 노회분립에 대한 분명한 원칙을 선언한 점도 의미있는 모습이다. 지역노회가 분립할 때 행정구역을 무시한 채 경계를 넘어 정치적으로 노회를 선택할 수 있도록 방치하던 관행을 이번 총회에서 법대로 하도록 선언했다. 더 이상 지역노회의 무지역화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총회적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본다.
또한 박철수씨에 대해서 이단성이 있으므로 접촉하지 않기로 결의하고, 윤석전에 대해서는 더 이상 거론하지 않기로 했다. 아쉬운 점은 조사보고서가 타교단의 것과 너무나 유사하다는 점이다. 박철수씨에 한해서라도 접촉금지를 결정한 것은 지교회들의 피해를 방지한다는 차원에서 다행이라 하겠다.
그 외에도 선거공영제 채택 후 처음으로 임원후보가 등록취소 되는 사건이 일어난 것도 기록될 일이다. 후보등록취소에 얽힌 사건의 진상이 얼마나 밝혀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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