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절대권력 내려놓아야 로드십 형성
김동호 목사, 4가지 바른교회 원칙 제시…민주적 리더십·도덕적 의무 강조
주재일(jeree) baram@newsnjoy.co.kr [조회수 : 8326]
사랑의교회 안성수양관에서 4월 25일부터 사흘간 열린 바른교회아카데미 수련회 첫날 김동호 목사(높은뜻숭의교회)는 자신이 생각하는 '바른교회관'을 밝혔다.
그는 바른 교회의 조건으로 △하나님이 교회의 주인 되심(Lordship) 인정 △민주적 리더십 정착 △정직하고 투명한 교회 운영 △대형교회의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제시했다. 바른교회아카데미(이사장 정주채 목사) 원장 김 목사가 제시한 바른 교회 4대 조건은 바른교회아카데미의 운동 방향과 일치한다.
김 목사는 바른교회운동을 '젖은 아궁이에 불때기'로 비유하면서 설교의 문을 열었다. 교회개혁운동이 그만큼 어렵고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는 "언젠가는 불이 붙을 것이다. 바른교회아카데미도 불이 붙을 때까지 추진할 것이다"며 굳은 각오를 다졌다.
▲ 바른교회아카데미 원장 김동호 목사는 바른교회가 되기 위해 △하나님이 교회의 주인 되심(Lordship) 인정 △민주적 리더십 정착 △정직하고 투명한 교회 운영 △대형교회의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갖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주재일
김 목사는 교회 주인은 담임목사 등 지도자가 아니라 하나님이라고 했다. 그는 모세가 가나안에 가지 않고 느보산에서 생을 마쳤던 것을 언급하며, 모세 같은 교회 지도자 덕분에 과거에 한국 교회가 부흥했지만 이들이 모두 가나안에 들어가려 욕심을 부렸기 때문에 지금은 욕을 먹는다고 말했다.
담임목사가 욕심 버려야 로드십 생긴다
김 목사는 로드십의 구체적인 모습을 제시하지 않았다. 대신 로드십은 교회의 절대 권력을 쥐고 있는 담임목사가 자신이 가진 권력을 내놓아야 형성된다고 했다. 또 담임목사가 세습과 밥그릇 싸움을 그치고, 때가 되면 자신이 누린 지위도 내려놓는 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담임목사가 교회의 주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교회가 하나님의 것임을 잘 실천한 사례로 청량리중앙교회(이용식 목사) 원로 임택진 목사를 꼽았다. 이 교회는 김 목사가 어린 시절 신앙을 키운 어머니 교회다. 김 목사의 설명에 의하면, 청량리중앙교회에서 23년을 목회한 임 목사는 10초라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은퇴사를 했다.
임 목사는 누가복음 17장 10절을 인용해 "명한 대로 행했다고 종에게 사례하겠느냐. 우리는 다 무익한 종이라. 마땅히 할 일을 한 것뿐"이라고 말한 뒤, 교인들에게 "무익한 종은 물러갑니다. 그동안 고마웠습니다"라고 고별 인사를 했다.
이후 임 목사는 후임목사의 일에 대해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설교해달라는 요청을 뿌리쳤다. 교인 중 후임목사의 일에 대해 의견을 물어도 "그게 내 교회냐"며 입을 열지 않았다. 자기 욕심을 버리고 후임을 배려한 것이다. 김동호 목사도 은퇴할 때 임택진 목사를 똑같이 흉내내겠다고 했다.
사람도 안 키우고, 민주적 제도도 없고
▲ 바른교회아카데미는 4월25일부터 사흘간 수련회를 통해 건강한 교회에 대한 세 사례를 집중 탐구했다. ⓒ뉴스앤조이 주재일
바른 교회의 두 번째 조건은 민주적 조직을 세우는 것이다. 그동안 '없어서는 안될' 사람이 좋은 목회자로 평가될 수 있었지만, 이보다 더 성숙한 지도자인 '없어도 되는' 사람까지는 되지 못했다고 김 목사는 지적했다. 또 '없어서는 안될' 사람들 때문에 한국 교회가 됐다가 이제는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교회의 부패는 부흥을 주도했던 담임목사에게 권력이 계속해서 집중되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그는 스타 목회자 한 사람에게 절대 의존하는 현실을 극복하는 방안으로 민주적인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는 교회를 제시했다. 또 후계자 키우기를 강조했다.
그는 교회가 이제 기업에게서 민주적 시스템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 후계자 양성을 고위간부의 중요한 의무로 세운 아이비엠의 사례를 제시했다. 아이비엠에서는 이사가 되면 직속상관과 자신만 아는 비밀 작업을 추진한다고 하는데, 자신이 승진하거나 사표를 낼 때 자신의 일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을 키우는 일이다. 사람을 키우지 못하는 사람은 승진할 수 없다.
김 목사는 기업은 인재를 키우고 그들에게 기업의 비전과 사업을 계승하는데, 한국 교회는 한 사람이 주도하고 다른 사람은 그만 바라보는 '바보'로 만드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교단은 '부목사가 담임이 될 수 없다'는 법적 장치를 마련해 담임목사의 지위를 지키는 데만 관심을 쏟았다. 김 목사는 "이제 한국 교회에는 나를 잡아먹을 사람을 키우는 과감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민주적 시스템을 만드는데 장로에게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충고했다. 사회에서는 상당히 민주적인 절차와 조직을 통해 대표를 뽑고 일을 추진하는 장로들이 교회에서는 목사라는 스타 플레이어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그는 유명한 목사를 청빙해서 그 한 사람에 의해서 교회가 성장하도록 한 것으로 장로의 책임을 다했다고 할 수 없으며, 한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에 의해서 교회가 건강해지도록 민주적인 제도를 만드는 일에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투명한 재정이 건강의 기본
바른 교회는 곧 정직한 교회라는 게 김 목사의 세 번째 소신이다. 그는 후진국일수록 깨끗하면 부자가 될 수 없고 부자가 도둑일 가능성이 크며, 선진국일수록 깨끗하고 정직한 사람이 부자가 되고 존경도 받는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부자가 많이 사는 동네를 도둑촌이라고 부를 만큼 후진국이었다. 그런데 최근 사회는 점점 정직과 투명이 잡혀가고 있는데 반해, 교회는 사회가 요구하는 수준의 정직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김 목사는 보았다.
김 목사는 자신이 시무하는 높은뜻숭의교회에서도 투명한 과정을 거쳐 재정이 집행되는 것은 아니라고 털어놓았다. 예산에 책정되어 있는 범위 안에서 쓰기는 하지만 목회비를 쓸 때 영수증을 일일이 챙기지 않고, 교인들도 어디에 썼는지 묻지 않는다고 했다. 목사를 믿기 때문이기는 하지만 결코 온전하게 투명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김 목사는 "목사도 죄인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며 "돈을 투명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길이 바른 교회로 가는 길이다"고 밝혔다. 결국 높은뜻숭의교회는 전자결제 시스템 도입을 추진 중이다. 인터넷으로 결제하고,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도록 재정 사용을 공개하는 것을 통해 자신을 규제할 계획이다.
또 그는 교회가 세상의 법을 너무 쉽게 어긴다고 주장했다. 건축법을 어기면서 교회를 지어놓고 금식하고 기도한다는 것이다. 김 목사는 "과연 하나님이 이 기도를 들어주실까" 하고 물은 뒤, "아니다"고 결론 내렸다. 최근 저작권에 관한 법이 시행되자, 김 목사는 성가대가 악보 복사하지 않고 책을 사고, 교회 내 컴퓨터에 정품 소프트웨어를 쓰기로 결정했다. 건강하고 정직한 교회로 가는 길에 사회법을 지키는 일이 기본이라는 것.
대형교회여,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지켜라
바른 교회에 대한 네 번째 생각은 대형교회를 향한 발언이다.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지키라는 것이다. 즉 대형교회들이 작은 교회들과 갖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자기 것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 목사는 높은뜻숭의교회에서 먼저 재정의 일부를 가난한 이를 위해 떼기로 했다. 그리고 자신이 속한 노회에서 규모가 큰 교회의 재정 0.7%를 작은 교회들을 돕는데 사용하도록 제도화하는 일을 추진하고 있다.
0.7%를 책정한 근거는 제프리 삭스 교수(컬럼비아대 경제학)가 유엔에 보고한 '빈곤을 위한 실천 계획서'에서 착안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1970년 세계의 부국들은 GDP의 0.7%를 빈국에 지원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 약속을 지킨 나라는 덴마크,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웨덴뿐이다. 영국, 벨기에, 핀란드, 프랑스, 아일랜드, 스페인은 2015년까지 지원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은 겨우 GDP의 0.15%만 지원했을 뿐이다.
2005년 04월 26일 13:4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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