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 다툼이 문제의 핵심"
특별인터뷰-퀸즈한인교회 사임한 고성삼 목사
우형건 기자
▲ 고성삼 목사는 한국서 중학교를 졸업한 후 캐나다로 이민 온1.5세 이다. 토론토에서 고등학교와 틴데일 대학교(TnydaleUniversity)를 졸업했 ©크리스찬투데이
퀸즈한인교회를 사임한 고성삼 목사를 두고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다. 당회와 대다수 교인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데, 전격적인 사임 발표의 배경에는 무언가 있다는 생각들이 추측을 낳고 있는 것이다. 교회 내에 갈등이 있을 때, 아무런 계획 없이 사임을 발표하고 그 지역을 떠난 예가 한 번도 이민교회에 없었다는 사실이 고 목사의 거침없는 행보를 의심하게 된 이유인지도 모른다.
본지는 고 목사에게 문제의 핵심과 배경, 과정 그리고 추측 등 사임을 둘러싼 모든 사안을 밝혀줄 것을 요청했다. 혹여 교회에 누가 될까 고심하는 고 목사에게, 이민 교회의 리더십 교체를 싸고 벌어지는 분열과 갈등의 문제를 해결할 밑거름이 되어 줄 것을 간곡히 부탁했다. <편집자 주>
▲ 사임하게 된 배경은.
“교회내에 갈등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물론 대다수의 성도들이 담임목사와 당회의 결정에 절대적인 지지를 보여주었고 반대하는 사람들의 인원수는 20∙30명에 불과했다. 퀸즈한인교회 출석교인 사이즈로 보아선 아주 적은 숫자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그들이 집요하게 서로 전화하고 블랙메일을 날리고, 인터넷에 익명으로 악플을 써 댔다.
이민교회 특성은, 가족과 사업∙친구등으로 서로 얽기고 설킨 관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교회에 어떤 문제가 대두될 때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고 대처하기보다는 서로의 관계 속에서 눈치를 보는 구조 속으로 빠져든다.
이런 구조 속에서 내가 할 수 있었던 선택은 외로운 싸움을 계속 하던지, 아니면 사임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물론 끝까지 싸우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싸움이 교회서 일어나면 교인들이 너무나도 많이 다친다. 이런 싸움의 결과는 승자가 없는 패자만 있다고 생각된다.
많은 목회자들이 교회서 문제가 일어날 때는‘끝까지 사단의 세력을 물리쳐야한다’, ‘끝까지 양떼를 지켜야 한다’면서 이전투구 식으로 싸우는데 이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 이런 싸움은 소모전이 될 수 밖에 없고 별로 소득 없는 싸움이다. 그런 에너지를 가지고 본질적인 사역을 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사임을 한 것이다.”
▲ 블랙 메일이 나돌았다는데.
“퀸즈한인교회에 부임하기 전 한국에서 이미 팩스를 통해‘이 교회 오면 안된다’?익명의 편지를 5통이나 받았다. 그리고 속칭‘삐라’‘연판장’류의 악성 편지가 부임한 후로도 몇 차례 교회 안에서 돌았다. 이런 악성 편지를 통해 성가대 지휘자와 중∙고등부 담당 교역자등이 사임하게 됐다. 이같은 악성 편지를 돌린 사람들의 최종 목표는 담임목사의 퇴임이었다. 급기야는 작년 연말을 전후로 해서 10페이지 분량의 연판장을 ‘퀸사모’란 익명으로 뉴욕 전역과 한국, 캐나다 등지로 보냈다.
이 연판장의 내용은 크게 나눠서 교리와 여자∙금전 문제 등 세 가지다. 교리 문제는 내가 잘못된 교리를 가르쳤다는 것이다. 이것에 관해서는 그간 교회서한 설교와 성경공부 테이프 등을 들어 보면 답이 나올 것이다. 여자 문제로는 퀸즈한인교회에 부임한 이유가 전임 사역지인 서울 사랑의교회에서 모 여자전도사와의 염문설 때문에 쫓겨왔다는 것이다. 그곳에서 사임할 때 3만명이 넘는 교인들이 송별 예배를 드려주었고, 그 예배에는 퀸즈한인교회서 대표로 파견된 세 분의 장로님도 함께 계셨다.
또한 올해만 해도 서울 사랑의교회 담임목사인 오정현 목사님을 비롯해 여러분의 목사님과 평신도들이 퀸즈한인교회의 집회에 참석하였다. 금전 문제는 본당 음향시설에 38만불이 지불되었는데, 그 가운데 20만불을 담임목사인 내가 횡령했다는 것이다. 당시 모 장로님이 계약 서류를 밖에 유출시켰는데, 캐나다 어느 곳에 돈이 지불된 것으로 나타났고 그 돈이 고 목사의 개인구좌란 추측에서 비롯된 말이었다. 이 문제를 갖고 교회에서는 7주에 걸쳐서 조사가 진행됐다. 그 결과 캐나다에 있는 구좌는 교회에 음향 부속품을 보낸 회사였으며, 계약서의 내용에 따라 돈이 지불되었음이 밝혀졌다.
진정으로 교회를 생각한다면 실명으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더불어 미디어에도 한 마디 하고 싶다. 실명이 아닌 익명의 글이 얼마나 교회와 목회자를 인격적으로 죽이는지 생각해 봐야한다. 건강한 비판은 얼마든지 해야 하겠지만, 근거도 없는 익명의 악플을 아무런 여과없이 신문과 인터넷에 게재하는 것은 지극히 무책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 사임의 과정은.
“지난 10월19일 당회 서기에게 서면으로 사임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이 사실이 너무 일찍 알려지면 교회가 불필요한 혼란에 빠질 수 있으므로 다음 당회 때까지 비밀을 유지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 후 11월25일 당회에 통고했으며 이틀 후인 27일 주일예배 시 교인들에게 사임을 발표했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발표한 이유는 사임을 준비하면서 다음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임을 나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협상 카드로 사용하지 않는다 △사임할 때 어떤 조건도 내지 않는다 △사임 후 퀸즈한인교회 근처에 개척교회를 세우지 않는다 △사임 후 뉴욕을 완전히 떠난다.
현직을 사임하고 근처에서 교회를 개척한다거나, 은퇴 후에 신학교나 선교회등의 이름으로 전임 사역지와 연결시켜 사역을 하면 후임자에게 너무나 막중한 부담을 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와 아내는 물론이고 뉴욕에서 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인 막내아들도 다른 학교로의 전학을 준비중이다.”
▲ 문제의 핵심이 무어라 생각하는지.
“모든 문제는 기득권의 다툼이라고 생각된다. 리더십 교체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이민 교회는 더 더욱 그렇다. 이민 교회를 지금까지 일구어 온 1세들의 노력과 헌신은 칭찬받을 만하며 귀한 일이다. 하지만 세월이 흐름에 따라 리더십 교체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발단은 장로직 문제가 아닌가 싶다. 세분의 장로님이 퀸즈한인교회로부터 초청위원 자격으로 한국에 나왔다. 그 중의 두 분이 우리 부부가 있는 자리에서 ‘이번 과정에서 손에 피를 너무 많이 묻혔기 때문에 한진관 목사님과 함께 시무장로 전원이 사임할 것이다. 그리고 장로로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 때 한 분이 왜 그 자리에 없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당시 시무장로님들이 이 건에 대해 서명한 기록이 아직까지도 당회록에 남아있다. 나는 그 분들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고 장로직에 관한 헌법개정을 했다.
헌법개정 과정에 그 분들이 강력히 반대했다. 아마 말은 그렇게 했지만 시무장로직에 복귀하고 싶은 생각이 강렬했던 것 같은데, 목회자로서 그 분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것이 실수라면 실수라고 할 수 있는 점이다. 그때부터 교회에 이상기류가 생긴 것 같다.
이것은 단지 퀸즈한인교회만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장로를 비롯한 모든 직분은 교회와 교인을 섬기라고 하나님께서 주신 것이다. 사회적 위상과 권위를 내세우기 위해 사용돼서는 안된다. 교회를 사랑하는 것은 얼마나 좋은일인가. 하지만‘이 교회는 내 교회다’ ‘나 없으면 안된다’는 식으로 이끌어 나간다면, 교회가 어떻게 되겠는가.
이민 교회에 대해 나름대로 느낀 점이있다. 나 자신이 이민자의 아들, 속칭 ‘짱돌배기’의 아들이다. 비록 1.5세지만 1970년대 틴에이저로 이민 온 사람으로서 1세가 겪었던 많은 어려운 일들을 함께 경험하면서 자라왔다. 때문에 이민교회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누구보다도 많다.
이제 이민교회는 1세의 리더가 1.5세에게 리더십을 넘겨주는 시기에 와있다. 이미 미국 서부의 대표적인 교회들에서는 리더십 교체가 이뤄졌다. 뉴욕에서는 물론 예외도 있겠지만 퀸즈한인교회가 리더십 교체의 대표적인 예가 아닌가 생각된다. 분명한 사실은 절대로 이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1세와 그 다음 세대와 생각하는 것이 너무나 다르다.
이것을 가지고 누가 옳고 그르다고 말하는 것은 시간 낭비다. 문화의 차이란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면이 있다. 그 예로 피를 손에 묻혀서 시무 장로직에 절대로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 하셨던 당사자들은,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내가 1.5세로서 한국문화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 분들은 자신들이 그런 말을 한 것을 인정하고 있다. 이만큼 1세와 1.5세, 더 나아가 2세와의 문화차이는 큰 것이다. 어떻게 보면 절대로 좁혀질 수 없는 차이 일수도 있다.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힘들지만 먼저 된 1세들이 차세대를 한번 믿고 맡겨보는 것이다.
이단교리를 가르치지 않는 이상 기득권과 직분∙과거에 이뤘던 공적 등을 훌훌 포기하고, 그들을 위해 멀리서 응원하고 기도하며, 기다려 줄 때 긍정적인 일이 꼭 이루어질 줄 확신한다. ”
▲ 가장 보람있었던 사역은.
“3년간 눈치보지 않고 목회한 것을 가장 큰 보람으로 생각한다. 문화적인 코드를 넘어 성경적으로 옳다고 생각되는 것은 과감히 실천하도록 노력했다. 예를들어, 부임 직후 강단에 신발을 신고 올라갔다. 신발을 강단에서 신고 벗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목사님은 대제사장이고 평신도는 제사장을 섬기는 사람’이란 잘못된 가르침을 고치려는 시도였다.
헌금 문제도 있다. 부임하고 보니 주보 6면 중 3면에 걸쳐 헌금자 명단이 적혀 있었고 새벽기도회를 포함한 집회때마다 헌금 순서가 있었다. 물질적인 축복을 받으려면 헌금을 드려야 한다는 인식이 교회 내에 팽배했다. 그래서 주보에서 헌금자 명단을 지우고, 성경적인 헌금관을 가르치려고 노력했다. 뿐만 아니라 교회의 사례금 외의 목회자가 받는 다른‘봉투’를 받지 않았으며, 부득이한 경우에는 헌금으로 처리했다.
장애인 사역인‘사랑의 교실’을 신설한 것도 큰 보람이다. 또 다른 교회와 이웃을 위해 교회 건물을 사용하도록 개방했다. 자신이 출석하는 교회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모든 교회가 서로 존중하고 협력해야 한다. 지난 3년 동안 퀸즈한인교회에는 많은 건강한 사역이 소개됐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목사와 장로의 잘못된 권위∙계급 의식을 좁히려는 많은 시도를 했다.”
▲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계획한 것 없다. 한가지 있다면 당분간 쉴 것이다. 쉬는 것도 하나님의 뜻이라고 본다. 내 자신이 대형교회 출신에다 이민교회와 한국교회에서 지난 20여년 간 쉬지 않고 사역해 왔는데, 목사가 쉬는 것은 큰일나는 것으로 생각해 왔다. 지금은 피곤하면 쉬는 것이고, 아프면 병원에 가는 것이고, 나이 들면 은퇴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한국과 캐나다를 오고가면서 하나님의 인도를 기다릴 것이다.”
▲ 퀸즈한인교회 교인들에게 한 말씀.
“3년간 부족한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시고 협력해 주신 모든 성도님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다.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어떻게 다른 말씀을 드릴수가 있겠는가. 또한 동역해 주신 목사님들, 여러모로 힘써 주신 당회원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특히 병까지 얻어가며 함께 짐을 져 주신 당회 서기 이준호 장로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우형건 기자
2007/12/12 [11:24] ⓒ 크리스찬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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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뽑기 선거는 평화를 이룹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