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금강산상봉] 단독 상봉과 제비뽑기 상봉
'이번에 혈육을 만나지 못한 것은 나 하나입니다. 정말 아쉽고 서운합니다.' 북한의 도영문(70)씨는 13일 단체상봉장에서 끝내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누님 두분과 여동생 세명, 남동생 두명 등 모두 7남매를 찾았지만 모두 건강상 이유 등으로 금강산에 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동갑내기 고종사촌 박형권(70)씨만이 가족을 대표해 혼자서 도씨를 만났다.
박씨는 '누이 두분은 이번 수해로 방북을 포기했고 한분은 무릎 수술을 받아 함께 오지 못했다'고 설명하고 도씨에게 술을 한잔 따르며 서운한 마음을 다독거렸다.
그는 '상봉을 연기해보려 했지만 그것마저 여의치 않았다'며 '모든 형제들이 한자리에 모일 날이 있을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워했다.
반면 북한에 있는 김승식(68)씨를 만나기 위해 10남매가 제비뽑기를 했던 남동생 교식(67), 송식(59)씨와 여동생 애식(64), 인희(50)씨는 승식씨가 상봉장에 들어서기 전부터 두 손을 모은채 입구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인희씨는 오빠를 보자 '오빠 맞아, 오빠 맞아'를 연신 외치며 얼굴을 부벼댔고 승식씨는 '이렇게 기쁜 날에 왜 우느냐'며 동생 등을 토닥거렸다.
이들 형제의 이별은 승식씨가 충남 서천군 장항농고 3학년 때 의용군으로 끌려가 소식이 끊기면서 시작됐다.
송식씨는 '형제가 모두 고향을 떠났지만 형님이 혹시 돌아올까 싶어 옛날 집을 그대로 지키고 살아왔다'며 이날 상봉을 감격해했다.
6.25때 생이별을 했던 10남매는 그러나 52년만의 만남에도 결국 5명의 인원 제한 때문에 다 모이지 못한 것이 또 다른 '한(恨)'으로 남게 됐다./금강산=공동취재단
2002-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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