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이 포기되어야 미래가 밝다
김덕창 감리사
(대전대덕지방 신탄중앙교회)
감리교회가 원로원화 되어 있다는 원성의 소리가 높다. 연급순으로 감리교 구조의 질서가 강화되어 있는 현실에서, 급기야 제24회 총회에서는 총회에 참석할 대표의 숫자를 3천명 이내로 결의하였기 때문이다. 결의 내용은 익히 알고 있는 대로 교역자 1천5백명(감리사 포함)과 이와 동수의 평신도(평신도 연회 실행위원, 각 지방 여선교회 대표 1명 포함)가 총회의 대표가 된 것이다.
필자는 초등학교 동기인 친구 목사보다 연급이 5년 늦었지만 금번에는 감리사로, 법이 존속될 때까지 선출직 교역자로 계속 총회 대표가 된다. 기득권의 반열에 끼여 권리행사를 하게 되었지만 마음은 매우 불편하다.
감리교회 교역자 7천3백명에서 고참순으로 서열이 정해져 1천5백명(감리사 포함에 대하여서는 이의 없음)만이 참여하는 의회 구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로는 아래로부터의 의견이 위로 상정되지 않을 것이다.
기득권자들은 자기 희생을 통하여 비전을 제시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에 앞으로 되어질 일에 염려되는 마음이 크며, 감리교회의 미래를 생각하면 우울하다. 실제로 그동안 기득권자들은 자리보존을 위해 개혁의 목소리를 거부하였기 때문이다.
감리교 의회에서 대표 선출을 보면 다음과 같다. 구역회에서는 지방회에 보낼 대표를 선출한다. 지방회에서도 연회 대표를 선출한다. 그러나 연회에서 총회 대표를 선출하지 않는다. 총회 대표는 장정의 규정대로 연급순으로 확정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문제점은 연급순이라는 것이다. 필자의 의견은 교역자 대표이든, 평신도 대표이든 선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출방법이 비례제 일 수도 있고, 순차제 일 수도 있고, 직능별제 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무엇인가? 필자는 다음과 같이 제안하다. 첫째로 감리교회의 전통과 질서는 존중되어야 하지만 참여기회는 공정해야 한다.
필자는 감리사가 된 후에 감리사를 지낸 여섯 분의 목사님들을 접대하고 지방의 지도를 부탁드렸다. 좋게 받아들이신 목사님들은 적극적으로 지방 일에 협력하여 주시고 두 달에 한 번씩 모임을 갖고서 서로 의견들을 나누시면서 교제하신다.
이와 같이 목회 선배들의 노고는 존중되어야 한다. 선배들 역시 후배들을 품고 바른 지도를 해 주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감독제도를 정치구조로 갖는 감리교회는 감리교회답도록 해야 한다. 목회권이 존중되어야 한다. 장로교회화 하면 안될 것이다.
또한 감리교 전통도 존중되어야 한다. 나쁜 것인데도 전례라고 하면서 따라가면 폐습이 되므로 좋은 사례와 교훈을 계승하면서 개혁의 목소리도 담아가야 발전적이 될 것이다. 목회권 존중에 따라 교회담임자인 준회원도 감리사 선거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정회원 1년급에서 10년급까지의 목회자들에게도 총회 참여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둘째로 교역자와 평신도 모두는 개체교회와 감리교를 섬기는 믿음운동이 일어나야 한다. 예수님 지도력의 원리는 섬김이다. 십자가의 고난을 받으신 예수님은 제자들도 자기의 십자가를 지시기를 원하셨다.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신 예수님은 제자들도 섬기는 자가 될 것을 말씀하셨다(막 10:43-44). 감리교 총회의 대표들이 섬기는 지도자로 변화되어야 감리교회는 희망이 일어날 것이다.
J. O. 앤더슨은 ‘영적 지도력’에서 “영적 지도자는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주신 능력과 은사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를 위해, 모든 사람을 섬기기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고 하였는데 교회마다 섬김이 있어야 할 것이다. 권위와 힘만 앞세워 군림하려고만 하면 안될 것이다. 제자로 부름 받은 우리는 예수님을 배우고 예수님의 원리대로 살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로 기득권을 포기하는 자기 희생이 있어야 할 것이다. 오늘날 감리교회의 문제는 기득권의 포기가 없다는 것이다. 개혁하려 했던 본부의 기구도 완강한 저항에 부딪혀 좌절되었다. 감독 선거에 있어서도 제비뽑기 방법이 일반적으로 호응을 얻었지만 정작 입법총회에서는 부결되었다. 장정개정도 장정개정위에서 심의한 것만 입법총회에 상정할 수 있다.
교권을 가진 자나, 기득권에 서 있는 교역자와 평신도 대표들은 감리교회의 미래를 위해 자기를 포기해야 할 것이다. “한 알의 밀알이 썩으면 많은 열매를 맺으나 썩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다”는 예수님의 말씀을 교훈으로 새겨야 할 것이다.
오늘날 시대는 급진적으로 발전하는데 우리의 사고방식과 구조, 인격적 성숙, 사회적 자세는 매우 미흡하다. 감리사로 재임해 본 필자의 판단과 작은 경험으로 볼 때에 기존의 기득권이 포기될 때에 감리교회의 미래는 밝아질 것으로 여겨진다.
입력 : 2002년 06월 07일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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