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 선거 제도 개선에 부쳐
길자연 목사(왕성교회)
2007년 09월 10일 (월) 11:00:40 기독신문 ekd@kidok.com
우리 교단은 82회 총회 때까지 시행되어온 투표 제도를 83회 총회에서 결의하여 제비 뽑기로 바꿈으로서 당시 언론과 사회로부터 매우 신선한 반향을 얻었었다.
그리하여 개혁은 이루어지고 총회는 새로운 면모로 변혁되는 꿈에 젖었었다. 그러나 결과는 소탐대실의 결과를 낳았을 뿐이다. 그렇다고 부정선거를 막고 교단대표를 하나님의 뜻에 맡긴다는 뜻에서 시작된 제비뽑기 선거방식이 잘못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문제는 제비뽑기 방식에서 나타난 한계점에 있고 또 마치 제비뽑기 방식만이 성경적으로 절대적인 양 주장하는 극단적 사고마저 감도는 교단내의 기류가 문제인 것이다.
사람들이 제비뽑기 선거방식의 매력에 깊이 빠져드는 이유는 “사람이 제비를 뽑으나 일의 작정은 여호와께 있느니라”고 하신 말씀이 잠언 16:33절에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솔로몬이 제비뽑기 방식을 거론하고 있는 이유와 그 당시 상황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제비뽑기 방식은 참으로 오랜 역사적 연륜을 갖고 있다. 우림과 둠밈으로 거룩한 제비를 뽑아 송사나 논쟁의 시비를 하나님께 물어 판결한 것으로부터 다윗시대와 솔로몬 시대를 거치면서 행해진 제비뽑기 방식의 사용은 더더욱 제비뽑기 방식을 신봉하는 이들에게 힘을 실어준다.
제비뽑기로 아간의 범죄를 드러내거나 요나의 불순종을 제비뽑기 방식으로 드러낸 사건을 위시하여 여호수아로부터 사사시대를 거치면서 신약시대에 이르기까지 장장 1600여년동안 전승되어온 제비뽑기 방식의 선거 제도는 가히 그 정당성을 주장할 만하다.
이런 제비뽑기 방식의 추첨방식은 교회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일반 사회에서도 행해진 전례가 있다는데 그 정당성이 더욱 보장되고 있다.
민주주의의 발상지라고 할 수 있는 아테네의 경우, 공직의 선임을 제비뽑기 방식인 추첨으로 한후 민회에서 선출한 예가 있다. 이런 역사적인 사례로 볼 때 제비뽑기 방식이 효율적 선거 방식임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오순절 이후 사라지기 시작한 이 풍속을 무조건 모든 선거에 소급 적용하는데는 무리가 있다. 그 이유는 우림과 둠밈 그리고 꿈을 계시의 방법으로 삼던 구약시대의 계시방식을 종결하시고 성경을 새로운 완전계시로 주신 오늘날에 와서까지 제비뽑기 방식의 정당성을 주장한다는 것은 무리가 아닐 수 없다.
우리가 한가지 알아야 할 점이 있다면 그것은 제비뽑기 방식이 성경적이 듯이 콘스탄틴대제 이후 오랜 세월동안의 역사를 거쳐 시행되어온 대의 민주주의 선거방식 역시 그 정당성이 있다는데 있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특별은총의 세계 뿐 아니라 일반은총의 세계도 관장하시기 때문이다. 그렇다. 제비뽑기 방식이 선거의 한 방법이라면 대의 민주주의 선거제도 역시 하나님의 선거 방식이다.
과거 개혁의 열망에 가슴 부풀어 제비뽑기 방식을 주장했던 이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로 인해 제비뽑기방식에 대한 불신의사를 표명하는 것에서 우리는 다시한번 구약적 선거 방법을 오늘에 시대에 적용하기 어려운 한계성을 느낀다.
제비뽑기 선출 방법이 실패한 이유는 그것이 비 성경적이거나 그것이 미완의 방법이었기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죄성에서 비롯된 결과물인 것이다. 아울러 아무런 제도적 보완이나 과정의 여과장치 없이 실시한 결과인 것이다. 과거 우리의 부정선거는 코람데오 정신(신전의식)의 결여에 있었다. 내가 지금 하나님 앞에 있다는 신전의식이 우리의 가슴속에 살아있었다면 우리는 금권선거에 휘말리지 않았을 것이다.
실수는 오늘의 현실로 족하다. 그 누구도 어떤 명분으로도 임원선출은 무기명 비밀투표로 한다는 교단 헌법위에 군림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무엇이든 총회현장에서 다수결의 힘에 의해 시행하려는 정서가 지양되어야 하는 이유는 모법이 훼손되면 자법도 죽고, 결국은 이러한 법의 훼손은 조직자체를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제 아무리 성인군자라 해도 인간이 하는 일은 언제나 불완전하다.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제비뽑기가 샤머니즘적 사고에 빠져들게 할 위험성의 소지를 지적한 고영민 박사(기독신학대학 부총장)의 진단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선택한 선거방식을 놓고 설왕설래하는 여론이 비등한 현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채택한 선거 방식의 개선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선거방식의 당위성을 놓고 언제까지나 왈가왈부하는 것은 더큰 모순을 드러낼 뿐이다.
질병의 치유를 위해서라면 수술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그래서 금번 총회에 모든 총대들이 머리에 머리를 맞대고 중지를 모아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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