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거제도, 이젠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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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회 부회장 및 임원 선거제도가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한계에 도달했다. 그래서 제 85회 총회는 이를 연구하도록 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총회는 최근 몇 년 동안 선거후유증으로 중병을 앓아 왔다.
부총회장 선거 무효 결정에 이어 사회 법정에까지 제소되었다. 이로 인한 교계와 교단의 체면은 말이 아니었다. 이는 분명히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는 것이다. 합동측에서는 내년부터 제비를 뽑아 부총회장을 세우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제비뽑기를 단순히 운을 바라는 수단으로가 아니라 초대교회에서 사도직에 맛디아를 세우는 일에서처럼 이를 하나님의 뜻을 전달하는 공적 수단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런 고충에도 불구하고 선거후유증에 대한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지금까지 무엇이 문제였는가?
첫째는 유권자들의 선거의식이다. 총대들이 새 시대를 이끌어 갈 참신한 인물보다는 자신과 얼마나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느냐에 더 관심을 두고 투표를 하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이 세계 역사의 방향이나 한국 기독교 역사의 흐름에 예민한 지적인 지도자를 뽑기보다는 지연, 학연, 지역, 금품수수, 향응 등 유치한 개인적 관계에 치우쳐 지도자를 결정하는 경향이 적지 않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둘째는 총회장 자리를 바라는 부총회장 후보들의 지나친 명예욕이다. 설교 강단에서는 명예욕을 버리라고 외치면서 정작 자신이 그렇지 않다면 주님께서 말씀하신 회칠한 무덤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자신의 명예욕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수년 전부터 교회 헌금을 유용하는가 하면 교인들에게 선거 자금을 위한 헌금을 공적 인쇄물을 통해 유도하는 것은 오랫동안 교회 역사에 씻지 못할 오점이 될 것이다.
총회는 부총회장을 거쳐 총회장이 되고, 또 총회장직을 수행하면서 사용될 공적 헌금이 남용되지 않도록 철저히 감시하고 감독해야 한다. 존경받는 증경 총회장 중에는 자신이 총회장직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모든 여비와 공금을 해당 교회와 본인이 부담한 예도 있는 것으로 안다. 총회는 임원들의 명예욕을 자극할 수 있는 어떤 일도 삼가야 한다. 마치 그 직을 맡는 것이 출세나 한 것처럼 생각하는 세속적 사고에 도취되어도 안된다. 총대들을 탓하기 전에 먼저 지도급에 있는 후보 지망자의 깊은 반성이 사료된다.
셋째는 선거 정치 일선에 헌신하는 지도자들이다. 부정선거 감시를 피해가며 전국 노회를 순회하고 향응과 금품을 제공하며 한 표를 부탁하는 일은 이제 공공연한 비밀이 되었다.
이에 소용되는 비용을 후보 자신이나 해당 교회가 담당해야 한다니 비공식 통계이긴 하지만 아마도 수억 원이 조달되어야 할 것이다. 선진 미국 장로교의 총회장 선거에서는 사용할 수 있는 선거비용이 최고 미화 5백달러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사용 명세서를 작성하여 선거관리위원회의 철저한 조사를 받는다고 한다. 본 총회도 저 비용, 고 효율의 선거제도를 가능한 빨리 도입하는 것이 선거 정치꾼의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안일 것이다.
넷째는 현행의 선거제도로는 안된다. 어느 선거 간담회에서 후보마다 솔직한 고백으로 현행 선거제도에서는 식사를 대접하고, 거마비를 제공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이제는 합동측처럼 제비를 뽑든지, 지역별로 부총회장을 세워 총회장을 그들 중 한 사람이 맡도록 하든지, 아니면 지역을 철폐하고 전과 같이 무기명으로 투표를 하든지, 어쨌든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입력 : 2000년 10월 14일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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