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 의미에서 요즈음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제비뽑기 선출방식'도 적극 검토해 볼만한 제안이라고 생각한다. 교단의 직함이란 교단이 인정하는 성직자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봉사직이다. "
함께생각하며/ 겸허한 자세로 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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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기독교 주변환경은 매우 비우호적으로 흐르고 있는 듯하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통계에서는 불우이웃과 소외계층을 위한 자선사업단체의 75퍼센트를 기독교 관련단체가 운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상응하는 대우는 고사하고 오히려 비난과 외면을 받고 있는 것이다.
요즘들어 그 증상들은 더욱 노골화되고 있다. 기독교 정신으로 대학을 운영해 일약 명문대학으로 도약시킨 지방의 어느 대학 총장은 석연치 않은 죄목으로 법정 구속되는 수모를 겪었으며 국가 공공교육기관에 세워진 특정종교의 흉상인 단군상을 훼손했다는 이유로 기독교 성직자들이 일곱 명이나 구속됐다.
이러한 일련의 구속사태를 보면서 우리는 이런 생각을 해본다. 만일 그 구속의 대상이 불교나 천주교 성직자들이었다면 과연 그만한 일로 구속됐을까?
아니 구속의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이러한 사실에 주목하면서 더욱 마음이 허전해지는 것은 1천만 신도를 자랑하는 기독교의 목소리가 이 사회에 스며들지 못하고 허공만 맴돌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기독교가 겪고 있는 이러한 시련에는 분명한 원인과 교훈이 들어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천년을 맞이한 오늘의 기독교는 복음적 패러다임을 새롭게 정립해야 할 역사적 소명을 부여받고 있다.
기독교는 "하나님은 사랑이시라"(요일 4:16)고 했고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율법과 선지자의 대강령이라"(마 22:37)고 가르쳤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기독교는 하나되기보다는 분열의 길을 걸어왔고 화합보다는 상호 정죄의 길을 걸어왔다. 이러한 결과는 어디서 기인하는가? 그것은 신학적인 측면과 현실적인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지금까지 우리 기독교는 구약의 율법적 종교에서 복음적인 종교로 온전한 개혁을 이루지 못하고 이분법적인 사고를 답습해오고 있다. 사랑과 용서와 화합의 복음정신에 위배되는 분열과 정죄와 교권주의가 만연돼 있기 때문에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보복과 정죄를 일삼으며 율법에 충실하고 있는 팔레스타인의 비극을 볼 수 있다.
둘째, 이처럼 왜곡된 신학의 흐름은 우리 나라의 독특한 민족성과 혼합돼 기독교가 한국사회에서 영향력을 잃게 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 기독계의 상황은 어떤가? 어쨌든 천주교회는 교황을 중심으로 하나가 되어 있고 불교는 황금불상을 중심으로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기독교는 우상을 몰아낸 자리에 십자가의 복음이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빈자리에 여러가지 정치적 요소와 지역주의가 차지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
유교적 영향탓인지 유난히도 연고를 중시하고 '끼리의식'에 강한 우리 민족을 십자가의 복음정신으로 이끌어야 할 사명이 기독교에 있지 않는가? 우리는 기독교 이외의 종교에서 지역안배 방식으로 종단지도자를 뽑는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것은 지역주의가 기독교 전반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반증이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요즈음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제비뽑기 선출방식'도 적극 검토해 볼만한 제안이라고 생각한다. 교단의 직함이란 교단이 인정하는 성직자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봉사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회장자리 다툼으로 필요 이상의 금전과 에너지를 소모하고 일부 노회에서 비민주적 내지는 무질서한 임원선출 문제로 하나됨을 저해하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민주적 방식이란 인본주의 측면에서 최선의 방법이지만 그마저 선용되지 못한다면 겸허히 하나님의 뜻에 의탁하는 신본주의 방식을 접목한 선출방식이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믿는 우리에게 훨씬 더 유익할 것이다.
이제 기독교는 겸허한 자세로 제 모습을 돌아봐야 한다. 과연 십자가의 복음정신이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지 점검해 봐야 한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인위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각색되고 요리되어진 '예수그리스도에 관한 복음'으로 변질돼 예수정신이 빠진 기독교가 되어 있지는 않은지 살펴볼 일이다.
오늘날의 기독교는 속히 선택과 유기라고 하는 양분법적 분리의식에서 빠져나와 십자가의 종교로 확실히 자리를 잡아야 한다. 이 십자가 아래에서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의 차이가 없으며 상전과 종의 차별이 없으며 혈통과 인종, 지역, 성별의 차이가 없는 것이다. 오늘날 기독교가 화합과 희생과 봉사의 십자가 종교로 거듭나게 될 때 세상은 우리를 존경하게 될 것이다.
류 우 열/일산예일교회 목사
입력 : 2001년 06월 23일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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