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논단] 총회 바로 세우기에 힘을 모으자
고인 물은 썩기 쉬우며 신진대사 작용이 멎은 생명은 사멸하고 만다. 사람은 사고와 행동의 변화 발전이 없을 때 생기를 잃고 의욕상실과 권태가 있게 된다. 마음의 부패는 모든 것을 오염시킨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들 특히 교회 지도자들의 지성과 양심은 더욱 살아서 움직여야 한다. 그런 지성과 사고로 오늘의 국가와 사회의 내면적 실상을 통찰하면서 교단 총회를 직관해보자. 과연 이대로 가도 되는지?
한국 교회는 역사의 격동기 속에서 한 세기를 버티며 무수한 시련과 박해를 이겨왔고 민족과 함께 고난을 받고 투쟁하며 역사를 수호해 왔다. 한국 교회는 이러한 격변기를 겪으며 성년으로 성장했고 굴곡의 역사를 이겨낸 숨은 저력도 갖고 있다. 그러나 해방 이후 한국 교회는 분열의 상처를 겪었으며 특히 1959년 제44회 분열총회 이후 반세기에 이르기까지 사분오열로 나누어진 기독교 분파는 수다할 뿐만 아니라 그러한 틈 사이에 많은 이단과 사이비 종교들이 파생되기도 했다. 급성장의 후유증도 있지만 아무튼 현재 모습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금년에도 어김없이 총회가 다가오고 있다. 매년 총회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이번 총회에서는 미래비전과 정책의 부재, 신앙도 인격도 던져버린 채 일어나는 자리싸움이 없어지기를 바란다. 아울러 무책임한 방관자나 잘못됨과 부정함을 알고도 동조하는 일부 목회자들이 없기를 바란다. 총회에 참석하는 교단 지도자들은 책임의식을 갖고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행동하는 신앙인의 자세를 잃지 않기 바란다. 바르게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는 선견지명을 발휘해야 한다. 그러나 그에 앞서 총회를 아끼고 교단의 먼 미래를 바라볼 줄 알며, 법과 질서가 살아있고 아름다운 인간관계가 넘치는 총회가 되도록 총회를 사랑하는 마음을 갖기 바란다.
모험과 희생과 노동을 감내하지 않고 현실에 안주하면 망하는 줄도 모르게 망한다는 역사의 교훈이 있다. 총회가 여호와 하나님을 향한 신앙의 역사성과 개혁주의 신학을 전승하는 일에 더욱 매진하며 정책총회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총대들은 역사의식과 사명감을 갖고 이번 총회에 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선 다음 세 가지에 더욱 관심을 갖고 총회에 임해주기를 당부하고 싶다.
첫째, 모든 분야에 인재정책을 바로 세워야 한다. 어느 시대 어느 영역에서든 지도자들이 그 공동체를 건강하게 이끌지 못할 때 구성원들은 분노하게 된다. 그러므로 전문성을 가진 인물들이 영역마다 잘 배치되어 일사분란하게 일할수 있도록 토양을 마련해야 한다. 인재양성과 등용을 위한 정책수립이 제대로 되지 않은 집단의 미래는 어둡다. 총회가 바로 되기 위해서는 모든 분야에서 인물을 잘 양성하고 세워야 한다. 우리가 교권주의, 이권주의, 지역주의를 과감하게 물리치는 결단만 있어도 총회는 건강하게 발전하리라고 믿어진다.
둘째, 재정정책을 바로 세워야 한다. 어떤 정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재정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세례교인헌금제도 실시 이후부터 총회재정은 엄청나게 증가되고 있지만 과연 그 목적에 합당하게 분배와 집행이 보편타당하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전국교회가 긍지를 느끼고 총회를 위해 더욱 기도하고 헌금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도록 투명하고 효율적인 운영으로 전국 교회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재정운용 정책이 수립돼야 할 것이다.
셋째, 미래 총회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총회 임원 제비뽑기 이후 가장 큰 문제는 미래총회의 비전 제시가 실종되어간다는 것이다. 성장하고 있는 기업들을 보면 많은 인력과 자금을 투자해 연구 및 개발에 사용하고 있다. 지금 우리 총회의 미래 청사진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대처하고 장자교단이란 위상만 강조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총회도 영역별로 미래 총회를 전망하고 전문성 있는 기획과 전략으로 비전을 연구하고 제시하는 전문부서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21세기의 전국교회와 세계교회를 향해 그 비전들을 연속적으로 실행해 나갈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힘을 모아가야 할 것이다.
이밖에도 이번 총회는 그 어느 때보다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안건들이 많은 총회다. 그래서 문제를 벌리기 보다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생산적인 총회가 되도록 힘을 모았으면 싶다. 모두가 교단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일년에 한번 모이는 총회에서 무엇을 하고 무엇을 남길 것인지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임했으면 싶다. 교단 전체가 보람을 갖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총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자리싸움이나 흙탕물을 일으키는 짓은 이제 없어지고 전국 교회에 소망을 주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전환점이 되었으면 싶다. 루터와 칼빈의 개혁정신이 살아있는 총회가 되도록 하자.
조중기 목사 기자 등록일 2004-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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