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신앙의 향기를 찾아―(1)강화 교동교회와 토머스 선교사] “저 등대밑…”
기사입력 : 2007.03.06
새로워진 미션면이 매주 수요일, 한국 교회 120년 역사의 한 축을 이루는 전국 지방교회를 찾아갑니다.
그곳 신앙 선배들의 발자취를 통해 기독교의 뿌리와 향기를 더듬어보는 한편, 새로 성장하는 교회들을 찾아 그들의 전도 모델을 소개합니다.
안평대군 연산군 광해군…. 세상 권력 다툼에서 밀려난 패배자들의 유배지, 강화도령 철종이 어린 시절을 보낸 곳 강화군 교동도. 1865년 9월 교동도에 한국 기독교사에 큰 획을 그은 일대 사건이 일어났다.
영국인 토머스 선교사가 탄 배가 한양으로 향하던 중 교동도 앞바다에 좌초한 것. "저기 보이지요? 빨간 등대. 저 등대 아래 쌍여라는 큰 암초가 있는데 이방사람들은 잘 몰라요. 토머스 선교사가 탄 배도 저기에서 빠른 물살에 휘말려 좌초된 거죠. 급류에 휩쓸리고 물이 차오른 배는 간신히 교동도 호두포구 부근에 닿았고, 그때 우리 5대조 할아버지인 박동엽 만호(조선조 각 도의 진에서 마병과 보병을 통솔하던 종4품 무관)가 논일을 감독하러 나왔다가 긴 장화에 영국 모자를 쓴 파란 눈의 선교사와 조우를 한 겁니다.
" 창후리 선착장을 떠나 교동도로 향하는 여객선 안. 85세의 노구에도 교동교회 순례길 안내를 맡아주신 박영재 파주 금촌제일감리교회 원로목사의 얼굴과 눈빛에 힘이 돈다.
"토머스 선교사는 당시 위정척사운동의 핵심 인물이었던 대원군을 만나 육지 선교를 허락 받으려고 중국을 떠나 2개월 정도 한강 뱃길을 탐사 중이었지요. 호두포구 근처 갯고랑에서 토머스 선교사를 만나 손짓과 발짓으로 전후 사정을 이해한 할아버지는 숨겨주고 물과 양식은 물론 배까지 고쳐준 뒤 그날 저녁 중국으로 떠나게 해주었죠. 우리 가문이 하나님을 영접한 아름다운 인연의 순간이었습니다.
" 물살 빠르기가 전국 5위권에 든다는 박 목사의 손자 창혁씨의 말에 맞장구라도 치듯 물살이 배의 옆구리를 떼밀어 뱃머리를 자꾸 북쪽 황해도로 향하게 한다.
배가 빨간 무인등대를 오른쪽으로 돈다.
거센 물살을 뽐내던 바다가 갑자기 위로 솟구치는 듯하다 퍼지면서 잠잠해진다.
"바로 이 아래에 큰 암초가 있다는 증거"라는 손자의 귀띔에 박 목사는 "교동에 하나님의 역사를 세운 귀한 암초"라고 거든다.
교동도 선착장에서 500여m 떨어진 왕계산 끝자락. 파란 지붕에 고풍스러운 목재 종탑, 108년 역사의 교동교회가 서 있다.
어린아이 한아름은 될 만한 뽕나무와 암수 두 그루의 은행나무가 반갑게 맞이한다.
"증조부 박성대 전도사 때부터 하나님은 우리 집안에 직분을 주셨어요. 성대 할아버지는 교동도 최초의 교인으로 1897년 사랑방 예배처를 마련하시고 2년 뒤 1899년 인사리 황씨 문중, 강화 홍익교회 권신일씨 등과 교동교회를 세우신 거죠. 그후 교동에 12개의 제자교회가 세워졌습니다.
" 왼쪽 문으로는 여신도, 오른쪽 문으로는 남신도들이 들고났단다.
교회당에 들어서자 강대상 한쪽에 100년 된 풍금이 소리없이 세월을 버티고 있다.
"1944년 태평양전쟁 때 일본군이 종탑의 종을 공출해서 배에 실은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종을 배에 싣자 갑자기 풍랑이 일고 배가 흔들려 일본군이 결국 종을 가져가지 못했지요. 귀하신 하나님의 종입니다.
" 창후리로 돌아오는 뱃길. 50년 바다 인생 중 교동도 바닷길만 30년 운항했다는 안병덕(69) 선장과 조타실에서 함께 했다.
빨간 무인등대를 또 오른쪽으로 멀리 돈다.
"빨간색은 우현 등대고 녹색은 좌현 등대입니다.
뱃사람들 약속이지요. 저 등대에 그렇게 중요한 역사가 숨겨 있는 줄은 오늘 알았네요. 30년간 써온 일지에 한 줄 추가할 겁니다.
" 선착장을 나서는 기자에게 길게 뱃고동을 울려준다.
강화=김연균 기자 ykkim@kmib.co.kr (국민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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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교동의 "마라의 쓴물" 기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