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신자 관람 불가
송규의 목사 (이웃사랑교회)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올 수 있는 곳” 우리 동네 이발소에 써있는 글이다. 아들과 함께 갈 수 없는 이발소들이 참 많은가 보다. 어른들만의 타락한 공간이 세상에는 너무 많이 있다.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과 길을 가는데, 길바닥에 떨어진 전단 쪽지 만화를 주워서 읽고 있었다. 옆에서 보니, ××룸싸롱 김대리 놀아난 이야기였다. 얼른 빼앗았더니 왜 빼앗냐고 볼멘 소리를 하는데 대답해줄 말이 궁했다. 길거리에도 19세 미만 관람 불가의 영역이 흩날리고 있었다.
세상에는 19세 미만 관람 불가 영역이 판을 치는데, 교회에는 새신자 관람 불가 영역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보여줄 수가 없다.
한 달 전 영락교회에서 예장통합 제87회 총회가 열렸다. 최덕기목사의 양심선언으로 술렁거렸다. 후보 중 한사람이 20만원씩 든 돈 봉투 50개를 뿌렸다고 기자회견을 한 것이다.
‘깨끗한 총회선거를 위한 기독교단체협의회’는 영락교회 앞에서 ‘한국교회 도덕성 총회에서 판가름난다’ ‘당신의 양심은 한국교회를 대표합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호소문을 나눠주었다. 호소문을 받아든 한 장로는 “지금 여기서 이런 거해서 뭘 해. 이미 돈 쓸 거 다 썼는데. 20억 뿌리는데 그걸 어떻게 하겠어”라고 말했단다. (2002. 9. 9 뉴스앤조이)
감리교회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다른 교단도 다 마찬가지였다. 그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할까?
지난 5월 3일 “나는 돈 봉투 배달원이었다”라고 D감리교회 김모장로가 양심선언을 했다.
김 장로의 증언에 따르면 2000년 10월 감독선거가 진행되는 금란교회는 돈 봉투가 난무하는 부패의 현장이었다.
감독에 출마한 분의 선거운동원인 김장로가 20만원 혹은 30만원, 많게는 1백만원이 든 봉투를 만들어 자기 교회 선거관리위원장인 S장로에게 전달하면, S장로는 총대들의 비중에 따라 차별적으로 돈 봉투를 살포했다는 것이다.
“투표 당일 우리 목사님이 16표정도 가지고 있다는 얘기가 돌았습니다. S장로의 입에서 ‘돈을 있는 대로 가져와라’는 말이 떨어졌죠. 1차 투표 때 1천만원을 받아서 1백만원씩 10개의 돈 봉투를 만들었습니다.
2차 투표 끝나고, 5-6표 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선거 중간에 1천만원을 더 뽑아 오라는 명령이 도착했죠. L장로가 돈을 찾아와서 저에게 주더군요. 그때 교회에 쌓여 있던 전도지를 갖고 화장실로 가서 1백만원씩 싼 다음 호치키스로 찍어서 봉투를 만들었습니다.”
“직접 자금을 동원했던 모 장로에게 한 3억은 썼느냐고 물었더니 그 장로가 무슨 소리냐고 하면서 한 6억원은 된다고 하더군요. 구체적으로 어디서 어떻게 조달했는지는 모르지만 말입니다.”(2002. 5. 3 뉴스앤조이)
지금까지 이야기는 ‘새신자 절대 관람 불가’의 이야기였다.
제비뽑기 선거가 예장 합동과 통합을 중심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돈쓰는 선거 풍토 “이래서는 안된다!”는 자각에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연회감독을 연회원 전체에 의해서 민주적으로 선출하자는 논의도 있다. 최근 고질적인 문제인 개체 교회 담임직 세습에 대한 금지 법안을 만들자는 이야기도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총회 대표자격이 있는 감리교 신학 대학교 72학번 입학동기생들은 <교회와 목회 갱신을 위한 우리들의 다짐>에서 “우리는 자신이 부모로부터 담임목사직을 곧 바로 승계 받거나, 우리 자녀들에게 승계하지도 않을 것을 다짐합니다.” “우리 스스로가 그런 부덕한 방법에 의해 교단 감독에 출마하지 아니할 것이며, 감독에 선출되는 기회가 온다하여도 거부할 것을 다짐 합니다”라고 선언하고 있다. 반갑게도 새신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영역이 늘어나고 있다.
이제 총회대표 한분 한분이 소중한 때이다. 섬기는 교회를 위해 눈물 흘려 헌신해 온 것처럼, 교단을 갱신하기 위해 기득권을 내려놓고 미래를 창조할 때이다.
어느 카드회사 광고가 떠오른다. “총대들이여! 당신의 능력을 보여 주세요!”
입력 : 2002년 10월 09일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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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준비하는 총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