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선거하면 금권선거”
29일 선거 앞두고 후보 간 경쟁 과열
연말을 앞둔 한국 교회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 한해의 교계 정치를 마감하는 마당에 좋은 소리를 들었으면 좋으련만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지는 것 같다.
대표회장 선거와 관련해 몇몇 목회자들에게 물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금권선거’”라는 대답이었다. “도무지 한기총과 금권선거라는 단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단어가 됐다”는 말이 덧붙었다.
대표회장 후보 접수일은 12월 4일. 접수를 사흘 앞둔 지난 1일에도 금권선거가 의심되는 말들은 무성했다. “OO 후보가 OO 모임에 다녀왔다더라. 갔으면 그냥 갔겠어?” 한기총 실행위원만 만나도 쉽게, 하지만 조심스럽게 듣는다.
선거를 앞둔 2~3개월 전,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의 움직임이 서서히 포착되는 시기다. 특정 교단이나 단체에 상관없이 한기총 실행위원들이 참석할 만한 모임이나 행사가 열리는 곳이면 이들이 어김없이 나타난다. 한편으로는 뚜렷한 이유도 명분도 없는 모임들이 여기저기서 열리기도 한다. 적게는 5~6명, 많게는 10여 명 이상의 실행위원들이 자리를 잡고 후보로 거론되는 특정인을 불러낸다.
“여기 목사님들이 모여 계신다. OO 목사님을 뵙고 싶어 한다.” 뻔히 속이 들여다보여 안 나가고 싶어도 안 나갈 수가 없다. 그들이 ‘표’를 쥐고 있는 실행위원들이기에 더욱 그렇다. 여기에 더해 이들이 일정한 규모의 표를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오지 말라고 해도 기를 쓰고 가야 하는 것이 선거를 앞둔 후보자들의 현실.
하지만 이런 모임들이 한번으로만 끝나겠는가. 멤버를 바꿔서 아니면 그 멤버 그대로 장소를 바꿔서 몇 번이고 계속된다. 모 기관 대표에 출마한 적이 있는 A목사는 “이런 일들은 부지기수다. 한번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고 세 번 네 번 계속된다. 본인들이 생각한 흡족함이 채워질 때까지 이런 요구는 계속된다”며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여기에 부채질을 더하는 것이 일부 교단의 총무들. 한기총 내부에서는 “대 교단 총무들조차 이들에게서 소외되기 십상”이라며 “군소 교단 총무들이 이제 하나의 정치 그룹, 권력 그룹으로 부상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을 무시하고는 순조로운 선거운동이 되지 않는다는 전언이다.
이제 “최소 3억 원에서 5억 원 정도는 써야 한기총 대표회장에 당선된다”는 말은 공공연한 비밀. 이러다보니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에서 ‘정책 대결’을 주장하는 사람은 그야말로 ‘뭘 모르는 순진한 정치꾼’이다. 판세는 ‘돈의 대결’. 아무리 공약이 좋아도 ‘총알’, 즉 돈이 없으면 선거에 실패한다는 것이 판세의 흐름이다.
실제로 지난해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를 앞두고 기독교사회책임이 3천만 원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대표회장 선거와 관련한 금권선거 제보자에게 현금 3천만 원을 준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무색했다. 아무도 제도하는 사람이 없었다. 금품 살포가 없어서 그랬던 것이 아니었다. “정황들은 여기저기서 포착되는데 결정적인 제보자가 없었다”는 것이 사회책임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갈등의 흔적들은 무수히 발견됐다는 후언이다.
지난해 출마했던 모 목사는 선거 과열과 금품선거 시비를 없애기 위한 특단의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후보 당사자와 핵심 측근들이 특정 기도원에 들어가 실행위원회가 개최되기 전 3일 동안을 금식하면서 기도하자’는 내용이었다. 실행 여부를 두고 교계의 관심을 모았던 이 계획은 결국 무산됐다. 지난해 그 제안을 내놓았던 후보에게 “올해도 이 제안을 할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지만 대답은 시원치 않았다. “올해는 모르겠다”는 대답이었다.
이 후보의 경우 지난 10월, 인천에서 있었던 한 모임에 나타나 교단 총무들을 접대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모 후보는 모 교단 행사에 참석해 식사비를 대신 냈다는 소문으로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모 후보도 교단 행사에 강사로 참여해 인사했다는 등 거론되는 후보들 모두 이미 난장판에서 뒤얽혀있는 상태다.
‘네거티브 선거운동’도 진흙탕 선거판세에 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모 후보의 이단 시비와 관련한 내용이 인터넷에 떠돌고 있고, 상대 후보와 참모들의 경우 이를 적극 이용하는 상태. 상대방에 대한 흠집내기가 가능하다면 모든 방안들이 최대한 동원되고 있다.
보다 못한 한국교회언론회가 논평을 내고 “한국 교회 연합운동, 하나님께 영광이 되고 있는가?”라며 반문했다. “몇몇 단체들이 구설수에 올라있는데, 항상 거론되는 주 메뉴는 돈으로 명예와 자리를 사려는 혼탄 선거 문제”라고 정확하게 지적했다. “교회 지도자들이 하는 행동을 세상이 지켜보고 있다”며 자성을 촉구했다.
이제 남은 20여 일. 선거판은 급격하게 달아오르고 후보들을 불러대는 선거 브로커들과 불러주지 않아도 기를 쓰고 참석하려는 후보자들의 움직임이 더 빨라지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금품 살포에 대한 시비는 더 자주, 더 생생하게 들릴 것으로 보인다. 금권선거를 잠재울 혜안을 한기총 선거관리위원회에 기대한다면 무리일까?
교계에서는 공명선거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서서히 고조되고 있다. ‘간선제 실시’가 그 대안. 간선제는 ‘전형위원회’를 구성해 대표회장을 선출하는 방안. 이미 10여 년 전 실시됐던 전력이 있지만, 실행위원들의 직선제 요구에 밀려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금권으로 얼룩진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를 바로잡고 힘의 논리에 지배되는 교회연합운동을 바로잡는 길은 간선제”라는 교계의 지적에 한기총은 귀 기울여야 할 때다.
[2009.12.01 오후 6:08:53]
공종은 기자 [jekong@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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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의 제비뽑기 선거제도의 궁극적인 목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