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 혼탁했던 97년 예장합동 선거, 그 중심엔 길자연 목사
임원 선거에서 돈 봉투 돌린 사건
데스크 승인 2012.01.26 17:24:26 김은실 (raindrops89) 기자에게 메일보내기
▲ 길자연 목사가 1997년 소속 교단 부총회장 선거에서 금권 선거를 했다는 사실이 지강유철 당시 왕성교회 전도사에 의해 밝혀졌다. 2011년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에서도 길 목사가 돈을 썼다는 의혹이 불거져, 길 목사 이름 뒤엔 늘 '금권 선거'가 꼬리표처럼 따라 붙었다. 사진은 2011년 한기총 대표회장 당선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길자연 목사.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정주채 목사가 언급한 길자연 목사의 금권 선거는 1997년에 벌어진 일이다. 안 그래도 2011년 내내 금권 선거 꼬리표가 따라붙었는데, '97년 가을의 돈 봉투 사건'이 다시 회자되면 길 목사에게 좋을 것이 없다. 97년 예장합동 임원 선거는 그만큼 혼탁했다.
선거는 일찍부터 과열 양상을 띠었다. 총회 임원회와 선거관리위원회는 임원 선거 후보들에게 "선거를 공정하게 치르겠다"는 합의 각서를 받아 7월 <기독신문>에 공고했다. 그러나 한번 불붙은 경쟁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보다 못해 교회갱신을위한목회자협의회(교갱협)가 나섰다. "모 후보가 선거 직전 총대 300명에게 돈을 뿌릴 것"이라는 구체적 이야기가 교갱협 임원회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교갱협은 부정선거감시단을 꾸리고, 부총회장 후보 길자연·이종일 목사를 만나 "부정 선거 운동을 계속하면 교갱협이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고 경고했다.
교갱협의 노력에도 금권 선거는 막을 수 없었다. 그해 <기독신문>이 총대 852명 중 403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선거 공영제는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이번 총회 선거와 관련, 접대 등을 권유받은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66%인 265명이 "그렇다"고 답했다. "없다"고 답한 총대 132명의 2배에 달하는 숫자다. 총대 190명은 금권 선거 운동을 총회 선거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아는 사람은 다 알았던 금권 선거 행태는 다음 해 한 전도사의 고백으로 만천하에 드러났다. 그의 양심선언은 '나는 고발한다: 어느 교단 금권 선거에 대한 양심선언'이라는 제목으로 1998년 9월 <복음과 상황>에 실렸다. 당시에는 필자와 돈을 돌린 목사가 익명으로 처리됐지만, 이후 금권 선거 주인공은 왕성교회 길자연 목사이고 글쓴이는 왕성교회에서 전도사로 일했던 지강유철 양화진문화원 선임연구원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지강유철 선임연구원이 폭로한 금권 선거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조직적이고 치밀하게 계획, 진행됐다. 길자연 목사는 97년 2월 부총회장 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교회에서 선거대책팀을 조직했다. 이후 왕성교회에는 외부 강사 초빙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총회에 총대로 참석하는 사람들을 강사로 불러 돈을 준 것이다. 선거대책팀은 강사 접대를 맡았다. 강사료는 100만 원씩 건네졌다고 했다. 선거 한 달 전에는 선거대책팀이 호텔에 캠프를 치고 전국의 표 관리를 했다. 노출을 피하려고 호텔을 계속 옮겼다.
총회 기간에는 길자연 목사를 지지하는 총대 방을 가명으로 예약해 주었다. 선거대책팀은 총대들을 예약한 숙소로 안내했다. 길 목사가 머무는 숙소에 있는 선거대책팀은 밤늦게까지 총대 숙소를 돌면서 선거 자금을 주며 인사했다.
선거 당일 아침에는 3000만 원을 현금으로 준비했다. 이 돈을 20·30·50만 원씩 나누어 흰 봉투에 넣었다. 가끔 특별하게 100만 원이 든 돈 봉투도 마련했다. 총대들은 길자연 목사가 있는 방으로 안내됐고, 길 목사는 부총회장으로 당선됐다.
길자연 목사도 자신의 금권 선거를 시인한 적이 있다. 2008년 <기독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금권 선거의 피해자이자 가해자라고 자책한다. 당시 용기가 있었더라면 그런 관행에 협력하지 않았을 텐데 후회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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