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신대 총장 선출은 '하늘의 별 따기'
운영이사회 8번 투표에도 불발...유재원vs정일웅 시소게임
입력 : 2008년 09월 05일 (금) 22:16:13 [조회수 : 2203] 김은석 ( 기자에게 메일보내기 )
▲ 총회신학원 운영이사회(이사장 안기영)는 9월 5일 총신대학교(총장 김인환) 신임 총장을 선출하기 위한 5번째 전체 이사회를 열고 8차례의 투표를 거듭했지만 끝내 총장을 선출하지 못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석
총신대학교 총장 선출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운 것 같다.
총회신학원 운영이사회(이사장 안기영)는 9월 5일 총신대학교(총장 김인환) 신임 총장을 선출하기 위한 5번째 전체 이사회를 열고 8차례의 투표를 거듭했지만 끝내 총장을 선출하지 못했다. 이번 회의에서 끝장 투표를 통해 반드시 총장을 선출하겠다는 운영이사들의 결의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이날 회의장에는 운영이사 122명이 모여 총장 선출에 대한 교단(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장 김용실)초미의 관심을 증명했다. 투표조차 치르지 못한 지난 회의에서 이사들은 정일웅 교수와 유재원 교수를 후보로 결정하고 총장이 선출될 때까지 끝장 투표를 전개하기로 결의했지만 투표를 거듭할수록 인내심에 바닥을 드러냈다.
1차 투표 결과 유재원교수가 66표, 정일웅 교수가 55표를 얻으며 2/3득표라는 총장 선출을 위한 유효득표수에 못 미치자 박충규 목사(우리교회)는 "두 교수를 만나 1차 투표에서 지는 사람이 사퇴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두 사람의 사퇴서를 갖고 있으며 진 사람이 와서 사퇴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며 이를 받아들일지 이사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그러나 운영이사회 부서기 김영우 목사(서천읍교회)는 "임원회의 결의가 아닌 개인 의사일 뿐이다"라고 말했으며 대부분의 이사들도 부정적인 의견을 보여 투표를 지속하기로 했다.
투표는 2차와 3차로 이어졌고 흥미롭게도 두 후보의 득표는 약간의 차이로 엎치락뒤치락 했다. 2차 투표에서는 정일웅 교수가 66표, 유재원 교수는 55표를 얻으며 1차 투표의 득표와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고, 3차 투표에서는 정일웅 교수가 59표, 유재원 교수가 60표를 득표했다.
한 쪽으로 기울지 않는 표심 속에 투표를 거듭하면서 이사들의 불만이 세어나오기 시작했다.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는 "이런 식으로는 두 사람 중 아무도 선출이 되지 않을 걸 알면서도 계속 하는 것은 요식행위"라며 총장 선출을 위한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길 제의했다. 그러나 이경원 목사(서대전교회)는 "큰 대사를 치루면서 벌써부터 지치면 안된다. 우리가 결의한 내용이기 때문에 그대로 가야한다. 나는 끝까지 '법이요'를 외칠 것이다"라며 투표를 계속할 것을 강경하게 주장했다.
5차까지 투표를 지속했으나 총장 선출은 되지 않았다. 4차 투표와 5차 투표에서는 정일웅 교수가 63표와 61표를 획득해 60표와 56표를 각각 얻은 유재원 교수에 간발의 차이로 앞섰다. 득표 차이가 계속해서 미미하게 벌어지자 일각에서는 "이사들이 과연 총장 선출을 하려는 의지가 있는가"라는 개탄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 총회신학원 운영이사회(이사장 안기영)는 9월 5일 총신대학교(총장 김인환) 신임 총장을 선출하기 위한 5번째 전체 이사회를 열고 8차례의 투표를 거듭했지만 끝내 총장을 선출하지 못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석
그러나 이사들의 인내심은 이미 바닥이 나있었다. 이대로는 총장 선출을 못한다는 의견이 중론으로 모이자 이사회는 임원회와 전 총회장들이 해법을 내놓기로 하고 30분간 정회했다.
임원회와 전총회장단이 내놓은 해법은 2차례의 투표 후 득표를 합산해 많은 표를 얻은 후보를 단독후보로 최종 투표를 하자는 것이었다. 이사회는 이를 받아들이고 투표를 진행했다. 2차례의 투표 결과 유재원 교수가 합산득표 107표로 101표를 얻은 정일웅 교수를 누르고 단독후보로 최종투표에 나섰다. 결과는 찬성 66표로 유효득표수인 69표에서 3표가 모자랐다. 122명이던 투표자 수는 103명으로 줄어있었다.
총장 선출에 실패한 이사회는 추석연휴가 지나고 총회가 시작되기 전 한 번 더 이사회를 열기로 했으며 △기존의 교수를 포함해 신망 받는 외부 인사까지 후보자 물망에 둘 것 △총장선거법 개정위원을 구성해 이번 총회 때 법 개정을 시도할 것 등을 결의했다.
총신대는 전통적으로 교수 출신의 총장을 세워왔으나, 일각에서는 정일웅 교수와 유재원 교수가 선거과정에서 금품을 살포하고 흑색선전을 벌임으로 이사들의 신뢰를 많이 잃었기 때문에 외부 인사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총장선거법에 대해서는 이미 오랫동안 제기된 개정안이 이번 계기를 통해 수면위로 올랐다.
주로 각 지방노회의 대표로 구성된 100명이 넘는 이사들에게서 2/3이상의 찬성을 받기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이경원 목사는 "총장선출 법령정비 하자고 진작부터 얘기해왔는데 안하고 있었다"라고 말했으며 안기영 이사장도 이번 선거과정을 거치면서 "빨리 고쳐져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는 의견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다른 사학들처럼 재단이사회를 통해 총장을 선출하도록 법을 개정해야한다는 의견도 강하게 일고 있다.
한편 이날 운영이사회가 열린 회의장 앞에는 총신대 신학대학원 원우회와 사생회, 대의원회 학생들이 "이번 회의에서 꼭 총장을 뽑아줄 것"을 이사들에게 호소하기도 했다. 총신대 신학대학원 원우회장 조윤하씨는 "이번만은 꼭 총장이 뽑히길 기대했는데 너무 안타깝다"며 고질병처럼 되풀이 되는 총장 선출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 대책은 "총장선출에관한 법령을 제정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늘까지 총장 선출 투표를 위해 쓴 돈만 약 6000만원에 달한다. 100명이 넘는 이사들은 지금까지 다섯 번이나 전국각지에서 올라와 반나절 이상의 시간을 할애했다. 전 총회장인 한 이사는 "이사회의 의지만 있었다면 처음 투표 당시부터 끝장 투표로가 총장을 선출할 수도 있었던 일'이라는 지적과 함께 "총회에 가서 총대들에게 탄핵받지는 않을까 걱정된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비상식적인 법 구조와 인물난, 지역주의, 그리고 이사들의 안이한 태도까지. 오랫동안 누구나 알고있지만 고치지 않은, 총신대 총장 선출이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는 이유들이다.
▲ 운영이사회가 열린 회의장 앞에는 총신대 신학대학원 원우회와 사생회, 대의원회 학생들이 "이번 회의에서 꼭 총장을 뽑아줄 것"을 이사들에게 호소하기도 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석
▲ 총회신학원 운영이사회(이사장 안기영)는 9월 5일 총신대학교(총장 김인환) 신임 총장을 선출하기 위한 5번째 전체 이사회를 열고 8차례의 투표를 거듭했지만 끝내 총장을 선출하지 못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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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08년 09월 06일 (토) 11: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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