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회 총회 개회설교/원문] 개혁을 바로하자 (골3:5~11)
2007년 09월 10일 (월) 13:11:23 기독신문 ekd@kidok.com
우리나라 속담에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두 번이라 했는데 개혁이란 말도 정권 3대에 걸쳐 지겹도록 듣다 보니 그것이 좋은 말인 줄은 알면서도 모두들 의당 그러려니 하고 덤덤할 따름입니다.
사실 개혁은 기독교와 깊은 관련을 갖습니다. 구약에서 군왕의 이상적 모형은 다윗 왕으로서 왕하 18:3에 "히스기야가 그 조상 다윗의 모든 행위와 같이 여호와 보시기에 정직히 행하였다" 하였고 "요시야가 여호와 보시기에 정직히 행하여 그 조상 다윗의 모든 길로 행하고 좌우로 치우치지 아니하였더라"(왕하 22:2)고 하였습니다.
히스기야는 여호와의 종교를 개혁하되 여러 산당을 제하며 주상을 깨뜨리며 아세라 목상을 찍으며 모세가 만들었던 놋뱀을 이스라엘이 분향하므로 부수었습니다. 요시야는 여호와의 종교를 개혁하되 먼저 성전을 수리했고 이어 율법을 발견했으며 다음 율법의 말씀 듣고 왕이 통회했고 종교지도층과 예루살렘 거민들을 모아 책의 말씀을 읽어 듣게 하고 전심으로 여호와를 순종하고 책에 기록된 언약의 말씀을 이루기로 다짐 받았습니다.
신약에서는 예수님께서 오시므로 먹고 마시는 것과 씻는 것 등 구약의 번거롭고 까다로운 육체의 예법을 개혁하셨습니다. 히 9:10에 "이런 것은 먹고 마시는 것과 여러 가지 씻는 것과 함께 육체의 예법만 되어 개혁할 때까지 맡겨둔 것이니라"고 했습니다. 여기 '개혁할 때'라는 말은 이곳만 보이는 표현으로 문자 적으로는 '곧게 하는 '입니다. 이는 '새롭게 되는 때'와 비교할 수 있기에 그리스도의 재림 때 만물이 새롭게 되는 때를 가리킵니다. 그렇다면 그리스도께서 두 번 개혁을 하시되 초림 하셔서 구약을 개혁하사 신약을 주셨고 재림하실 때 현세를 개혁하셔서 영원한 세계를 만드십니다. 먼저는 영적 개혁, 나중은 영육을 겸한 완성된 개혁일 것입니다.
교회사적으로는 개신교의 출현을 종교개혁이라고 합니다. 마르틴 루터가 독일 비텐베르크에서 95개의 논제를 내건 1517년 10월 31일을 기점으로 하여 성경교훈을 왜곡하고 교회를 오도해온 가톨릭교회를 바로 잡고자 하다가 도리어 파문당하고 이에 굴하지 않은 채 계속 진리운동, 신앙운동을 전개했으며 이후 생겨난 여러 갈래의 교파가 개신교이기 때문입니다. 그 중에서도 개혁파교회와 장로파교회는 그 신학을 개혁주의라 일컬으며 개혁신앙을 표방합니다. 곧 성경은 불변이나 교회는 항상 개혁되고 신학도 부절히 개혁된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므로 개혁은 특히 개신교도, 그 중에서도 장로교도에겐 가장 익숙하고 핵심적인 단어입니다.
하지만 개혁은 혁명과 다릅니다. 혁명은 체제와 근본을 비합법적이며 초법적 수단과 방법으로 뒤엎는 것이지만 개혁이란 체제와 근본을 승인하며 합법적 질서의 틀 안에서 쇄신과 개변을 꾀함입니다. 그런데도 사람들 중에는 개혁이란 이름으로 혁명적 발상과 초법적 방식을 정당화합니다. 그러면 개혁이란 과연 무엇입니까?
개혁은 '변화'입니다.
예수님께서 가나의 혼인잔치에 가셨을 때, 포도주를 맛보게 하셨던 내용이 요한복음 2장에 나옵니다. 여기 물로 된 포도주는 변화를 보여줍니다. 맛이 변했고 빛깔이 변했습니다. 그런 변화가 없었다면 그것은 여전히 물일뿐 포도주라고 인정하여 칭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렇게 개혁이란 변화 인고로 계속 변화를 시도하고 추구하는 것이 개혁이고 그것이 없으면 개혁이 아닙니다. 그리고 개혁에서 온갖 것이다 그 대상일수 있겠으나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 개혁이고 자기 개혁이며 그것은 옛사람을 벗어버리고 새사람을 입는 것입니다. 곧 인성 변화, 자아 변화입니다. 고인 물과 흐르는 물의 차이는 한쪽이 정체되어 고정화된 상태라면 다른 쪽은 유동을 통해 새로워진 상태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새로워지고 활성화되는 변화가 개혁입니다.
개혁은 고치는 것입니다.
창 1장에 보면 하나님께서 6일 동안 천지만물을 창조하실 때 매번 '보시기에 좋았더라'고 나오며 마지막에는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고 나옵니다. 곧 하나님은 무한하시고 완전하시고 전능하신 분이시므로 그가 하시는 일에 수정이나 가감이 필요치 않습니다. 하지만 유한하고 모자라고 무능한 존재인 인생은 끊임없이 수정하고 고쳐나가야 합니다. 잘못되었다 싶으면 그때마다 회개하므로 이 같은 반복적 회개는 성화(聖化)의 과정에 끊임없는 자기 수정인 것입니다.
개혁은 대체입니다. 곧 바꾸는 것입니다.
기계 설비 중 어느 부품이 불량품이거나 기능이 쇠퇴하였으면 우량품과 새 부품으로 대체해야 합니다. 그런데도 일부 문제를 전부의 문제로 확대하여 그 기계 전체를 폐기 처분하고 새것으로 들이려 한다면 이것은 혁명적인 것이어서 개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것을 혁명으로 말아먹는 꼴이 됩니다. 물론 총체적 부실로 부분적 대체로는 불가능할 시엔 그렇게 할 수 있으나 아직도 대체로 가능할 일을 그렇게 해서는 안 됩니다.
개혁은 잘못된 것, 쓸모없는 것, 낡은 것, 썩은 것을 바꾸는 것입니다. 새것으로, 튼실한 것으로, 알맞은 것으로 대체 하는 게 개혁이란 말입니다.
개혁은 향상입니다. 잘 되는 것입니다.
개혁을 통해 막힌 것이 뚫리게 되고, 편중하든 것이 골고루 하게 되고, 후퇴하는 것이 전진하게 되고, 저하가 상승으로, 침잠이 활력으로, 한숨이 희망으로 기류가 바뀌어 져야 합니다. 개혁을 한다면서 오히려 국민 불신과 불안과 피로감만 증대하여 더는 못 참아 주겠다고 그동안의 불만과 분노가 분출하기 시작하면 그 폭발성은 엄청난 혼란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개혁은 나라 잘되고 국민 잘 살라고 하는 것이지 국민의 삶과 유리되어 겉돌라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좋은 약이 입에 쓰다는 말대로 개혁엔 불편과 고통이 따르게 마련이며 반발과 저항도 있게 됩니다.
그러므로 고통을 감수하며 참는 훈련도 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개혁을 요구하는 측에서 솔선수범해야 하고 그것이 나라와 국민을 위한 것이지 전략이 아님을 보여 주고 설득해야 합니다.
사랑하는 총회 지도자 여러분!
결론적으로 어떻게 해야 개혁이 효과를 거둘 수 있겠습니까? 원칙적 개혁이 되어야 합니다. 개혁은 이상과 목표가 분명하고 원칙과 명분이 살아 있어야 합니다. 그러할 때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고 일관성 있게 사명감에 불타서 전력투구할 수 있게 됩니다. 결코 즉흥적이거나 이벤트식 일과성이 되어서는 안 되고 여론에 둔감해서도 안 되지만 여론에 영합코자 우왕좌왕해서도 안 됩니다. 공적이며 법적인 기구는 선도 기능, 지도기능도 발휘해야 합니다.
실용적 개혁이 되어야 합니다. 결코 현실을 무시한 채 이념의 포로가 되거나 일방 통행식의 경직된 개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개혁의 성공은 민심의 협력을 얻어야 하므로 어떤 과제가 결정되기까지엔 여론수렴이란 여과 과정이 필요하되 결정되어 진행 중인 문제는 결정적 결함이 새로 발견되지 않는 한 그대로 시행해야 할 것입니다.
안정적 개혁이 되어야 합니다. 결코 내부 균열로 근본이 위태로워지는데도 밀어붙이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됩니다. 예컨대 이 나라에 80% 개혁할 것이 있으면 우선순위를 매겨 일차 얼마, 그것이 완료될 때쯤 2차 얼마, 또 그것이 완료될 때쯤 3차 얼마 하는 식으로 점진적이며 단계적 과정을 밟아야 합니다. 그리할 때 국민이 그것을 소화할 수 있고 나중에는 개혁의 효과가 보이므로 더욱 일체감을 조성하여 함께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무조건 내 재임 중에 다하려고 과욕을 부려서 안 되므로 통치적 지혜와 현실의 조건과 기회의 활용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오늘 우리는 교회든지, 사회든지 개혁의 열풍에 쌓여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개혁의 한계와 그 효과를 바로 이해하여 개혁의 장사가 아닌 진정한 개혁의 기수들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자면 먼저 자기를 돌아봄이 중요하며 개혁이란 변화요 수정이요 대체요 향상인줄 깨달아 우리 성도들은 오직 성경에 따른 바른 개혁에 늘 충실해야겠습니다.
개혁은 이 시대의 주요한 주제이나 자칫하면 오용되고 남발될 가능성이 큰 것입니다. 개혁은 정말로 필요하되 바로 하고 잘 해야 하는 것인 줄 아시기 바랍니다.
(2007. 9. 11 제92회 총회 개회 설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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