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 많이 하는 교회, 욕 먹는 이유 알아야 한다"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 인터뷰
잇단 기독교인 공직자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
이성원 기자
작성 2017.09.26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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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손봉호 서울대학교 명예교수(기독교윤리실천운동 자문위원장)
"크리스천이라면 공직 제안이 들어왔을 때에 좋아할 일이 아니라 벌벌 떨면서 자기가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두려움을 가져야 한다. 기독교인 공직자는 신경과민적으로 자기관리를 해야 한다. 세상이 교회를 무시하는 건 한국교회가 타락한 결과이며, 세속적 가치를 붙든 것이 그 이유다."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종교관과 역사관 시비에 휘말려 사퇴하기까지 기독교계는 난감했다. ‘지구 나이 6000년을 믿느냐’는 논란은 엉뚱하게도 기독교 신앙의 근간인 창조론 자체가 미신처럼 조롱받는 결과를 낳았고, 급기야 ‘창조론을 믿는 사람은 장관이 될 수 없느냐’는 자조적인 반응도 불러일으켰다.
지난 박근혜 정권 당시 ‘하나님의 뜻’ 논란으로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이 총리 후보를 사퇴한 일과 맞닿아져, 공직사회에서 기독교인의 입지는 더욱 좁아진 형국이다. 게다가 ‘공관병 갑질’로 사회적 비난을 야기 시키고 최근 뇌물수수 혐의로 13년 만에 현역 대장이 구속되는 불명예를 낳은 박찬주 대장 역시 ‘독실한 기독교인’이어서, 최근 잇따른 기독교인의 공직자 관련 사태는 단순히 몇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교회 전반을 깊이 돌아봐야할 때라는 여론이 높다.
오랫동안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을 펼치며 한국교회의 자정에 앞장섰던 손봉호 서울대학교 명예교수(기아대책 이사장)에게 문제의 원인을 물었다. 그는 “현재 한국교회가 사회로부터 당하는 비난과 무시는 교회가 타락한 결과”이며 “그 책임은 상당 부분 큰 교회들에게 있다”고 밝혔다. 한국교회와 신자들이 사회적으로 선행과 봉사는 많이 하지만 그보다 우선되는 윤리, 즉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정직성에서는 비신자들보다 나을 것이 없기 때문에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는 지적이다.
교회는 무시할 걸 무시 못했다
- 박성진 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어떻게 봐야하는가?
“창조과학을 믿는 게 문제가 됐지만 사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업무와는 큰 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신념이라면 좀 더 단호히 대처해야 했다. 국회의 질문 태도도 저질스럽다고 느껴졌다. 그러나 크리스천이라면 공직 제안이 들어왔을 때 좋아할 게 아니라 벌벌 떨어야 한다. 그 엄청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 이번 일로 ‘창조론을 믿으면 장관도 될 수 없냐’는 자조적인 반응도 나온다.
“그 동안 기독교인 공직자 수는 일반 기독교인 수보다 퍼센티지가 항상 높았다. 그러나 기독교인 공직자들이 신자다운 차별성을 못 보여줬다. 그것은 교회가 타락해서 그렇다. 교회가 제 구실을 했다면 사회로부터 오늘날처럼 무시를 당하거나 비난 받지 않았을 것이다.”
- 교회가 제 역할을 못한 지점이 어디라고 생각하나?
“사회는 기독교 내부의 신앙적 내용에 대해선 별 관심이 없다. 다만 얼마나 정직하냐, 공정하냐, 희생을 많이 하냐, 여기에 관심이 더 많고, 이건 사실 기독교가 잘할 수 있는 것이다. 기독교가 본질에 충실했다면 욕먹을 이유가 없다. 기독교라서 무시당한 게 아니라 잘못된 기독교라서 무시당한 것이다.”
- 한국교회 문제점 중 가장 큰 부분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돈, 권력, 명예와 같은 세속적 가치에 사로잡혀 있다. 기독교는 이런 것들을 무시하는 종교다. 그런데 세상 사람들보다 더 좋아한다. 세상 사람들도 돈, 권력, 명예는 좋아한다. 그러나 자기들은 좋아하지만 교회가 좋아하는 건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러니까 자기들과 똑같은 교회를 비웃을 수밖에 없다.”
- 이같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나?
“교회들이 작아져야 한다. 나는 항상 ‘한국교회의 실패는 성공 때문’이라고 말해왔다. 너무 성장해서 타락한 것이다. 지금 한국교회가 지탄 받는 세습, 과세 거부, 성추문, 물질주의 같은 것들은 대개 큰 교회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큰 교회가 작은 교회들에게 폐를 끼치고 있다.”
- 규모의 인식과 민폐의 구체적 지점을 듣고싶다. 이유는 뭘까?
“그럴 수밖에 없다. 작은 교회는 유혹이 그리 많지 않다. 누가 10만원 줄 테니까 거짓말 하라면 쉽게 하겠나? 그러나 10억 생긴다고 하면 달라진다. 온갖 잔재주가 생겨난다. 9억 좋은데 쓰고 자기는 천만 원 밖에 안 먹었다고 한다. 그러면 도리어 좋은 사람 되는 거다. 큰 교회는 유혹도 크다. 옛날에 한경직 목사님, 옥한흠 목사님 같은 분들은 그걸 이겨냈다. 그 수준에 미달한 사람들 때문이다.”
신학을 전공한 손봉호 교수는 1976년 서울영동교회 개척 때부터 설교를 맡았다. 교회가 부흥하면서 예배당을 짓게 되었을 당시 성도들의 요청과 달리 "수백 명 규모로 작게 짓자"고 했고, 교회가 계속 성장하자 분립 개척을 했다. 손 교수는 “분립 개척 때마다 부목사님과 함께 했고, 이 교회에서 지금까지 총 12개 교회가 세워진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는 '교인이 1000명 이상 넘어가게 되면 담임목사가 교회의 주인이 예수님임을 말하기 너무 어렵다'는 스코틀랜드 한 신학자의 말을 소개하면서 "건강한 작은 교회가 많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현재 ‘다니엘새시대교회’를 섬기고 있다. 100여명 교인 중에서 4분의 1이 장애인인데 이 뜻에 동참한 교수들이 하나 둘 씩 늘어나면서 지금은 15명 정도 된다고 했다.
손 교수는 네덜란드 유학 시절 조교를 하고 있을 때 급한 일로 봉투 하나를 사적으로 쓰려다가 지적 당한 일을 기억하며, 동덕여대 총장 때는 사적인 일로 학교 물품을 쓰지 않으려고 신경과민적으로 애썼다고 한다.
봉사 많이 하면서 욕먹는 교회
- 사회통계를 보면 한국교회는 타종교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봉사와 구제를 많이 한다. 호감을 얻지 못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한국 기독교인의 윤리적 수준이 일반 시민보다 높지 않다. 다만 기독교인이 나은 점은 봉사는 좀 더 한다. 그러나 이건 윤리와는 다르다. 윤리는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윤리를 오해한다. 규범을 지키고 율법을 지키는 것이라고 착각한다. 아니다. 정직이 뭔가? 남을 속이지 않는 게 정직이다. 내가 속이면 그 사람이 손해를 본다. 남을 돕는 것보다 해를 안 끼치는 게 선행되어야 한다. 이게 기본이다. 그 다음에 봉사다.”
- 한국교회는 기본이 안 된 건가?
“그렇다. 이상하게 우리나라 신자들은 봉사는 많이 하면서도 남에게 해를 많이 끼친다. 십계명을 봐라. 살인하지 말라, 도둑질하지 말라, 탐내지 말라, 하지 말라는 게 더 많다.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말라는 것이다. 이게 본질적이고 우선이다. 탈세해서 좋은 일 하고 사기쳐서 헌금하고 도둑질해서 남을 도우면 그게 무슨 의미인가? 내가 정직하지 못하면 남에게 피해를 준다. 그래서 피해당한 사람은 당연히 화를 낸다. 도와주지 않는다고 화내는 게 아니다. 피해를 주니까 화를 낸다. 그래서 세상이 교회를 좋지 않게 보는 것이다.”
- 전도 방식은 어떻게 보는가? 전도 과정에서도 해를 끼친다고 보나.
“예의, 윤리, 법, 이 세 가지가 당위다. 법까지 가기 전에 예의에서 해결되는 게 좋다. 예의란 다른 사람을 기분 나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예의를 벗어나면서까지 전도하면 전도의 결실이 있을 수 없다. 상대방을 불쾌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 혹시 유일신적 교리상 특징을 원인으로 보는가?
“복합적일 수 있다. 기독교는 유대교, 이슬람교와 함께 배타적인 교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성경의 가르침대로 철저히 겸손하고 희생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또 하나, 기독교가 공감을 얻지 못하는 이유는 권력을 가진 종교가 됐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은 과거에 정치권력에 많이 시달려봐서 권력에 대한 경계심이 크다. 기독교는 그동안 많은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냈다. 사람들은 그런 기독교에 거부감을 갖게 된 것이다. 지배하는 자가 아니라 섬기는 자라는 느낌을 줬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 최근 갑질 논란을 빚은 박찬주 대장 경우도 그렇다.
“그분이 새벽기도회를 다닌다고 들었다. 그렇게 독실한 분이 왜 그랬는지 아쉽다. 교회가 잘못 가르쳐서 그렇다. 그저 믿기만 하면 된다고 가르쳤지 믿는 대로 사는 건 강조하지 않았다. 교인들이 떨어져나갈까 두려워한 것이다. 이건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손 교수는 "한국교회가 문제가 많다고 하더라도 교회를 나가지 않는 건 어떤 면에서 교만한 태도"라며 "좋은 교회를 찾아 나가서 공동체에 소속되어 제재도 받고 인내하며 신앙생활하는 것이 성경의 뜻"이라고 말했다.
정권도 교회도 교체가 필요하다
- 보수주의자인가, 진보주의자인가?
“양쪽 그룹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늘 애쓴다. 사람들이 ‘너는 어느 쪽이냐’고 종종 질문해 온다. 그러나 나는 ‘기독교적’이라고 답한다. 보수가 옳으면 보수 쪽, 진보가 옳으면 진보 쪽을 편든다. 예를 들어, 북한 인권 유린에는 반대하고 비판적이지만 최근 북한에 800만 불 지원은 잘했다고 본다. 굶은 사람은 먹이는 게 성경적이다. 진영이 아닌 진리가 우선하기 때문이다.”
- 정권 교체 직후 양 진영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그런 면도 있지만 정권교체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지난 정권에서 잘못된 건 드러내야 한다. 그래야 고치고 학습효과가 있다. 자꾸 바꾸어야 부패를 막는다. 그래서 외국 정치학자들은 정권교체가 이뤄진다는 면에서 일본보다 한국 민주주의를 높이 평가한다.”
- 교회는 어떤가?
“교회도 임기제를 두는 게 좋다. 어떤 목사님이 10년만 딱 하고 물러나겠다고 했는데 참 좋아보였다. 인간이란 게 별 수 없다. 유혹이 있으면 넘어간다. 유혹받지 않도록 모든 필요한 제도를 법제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부패하기 쉽다.”
손봉호 교수는 한국교회에 실망하여 교회 밖을 떠도는 ‘가나안 교인’들을 향해서도 “교회 안 나가는 것도 어떤 면에선 교만”이라고 쓴 소리를 냈다. 좋은 교회를 찾아가서 공동체에 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인간이란 별 수 없는 존재라서 자꾸 말씀을 들어야 하고 공동체의 제재를 받으며 눈치도 보며 신앙생활을 해야 한다”면서 “성경이 교회를 세운 이유가 거기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별 수 없는 인간’이란 책도 출간한 바 있다.
그는 또 “한국교회에서 좋은 일꾼들이 많이 나와 공직자가 되어 선한 영향력을 확산시키면 좋겠다”면서 “그렇게 되기 위해선 좀 신경과민적으로 공직자의 권한을 스스로 통제하는 청렴한 태도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이성원 기자 jos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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