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출구는 있는가? / 이성구 박사
생명목회 작성일 : 2009-11-16 16:33:34 조회 : 93 추천 : 0
한국교회 출구는 있는가?
- 한국교회의 역사를 통해보는 미래 전망 -
이성구 박사(고려신학대학원 구약학)
1. 현재 상황: 한국교회, 위기인가?
1.1 도전받는 한국교회
한국교회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지난여름 아프간 피랍 사태가 발생한 이후, 한국사회가 한국교회를 대하는 태도는 무서울 정도다. 엄청나게 도전적이다. 누구나 위기를 말하지 않을 수 없을 지경이다. 이 땅 곳곳에서 ‘Again 1907'을 외치던, 부흥을 소망하는 목소리는 순식간에 잦아들어 버렸다. 아프간에 단기 선교봉사단을 파송했던 샘물교회와 담임 목사는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교계 안팎으로부터 사퇴압력까지 느낀 박목사는 마침내 사의를 표명하게 되었고 재신임이라는 절차를 밟아야 했다.
한국교회에 대하여 일반 사회가 부정적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기실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인터넷 시대가 열리기 전부터 교계의 신문은 해마다 종교개혁주일이 다가오면 ‘제2의 종교개혁’이 필요하다는 기사를 내보내야 했다. 한국교회의 바람직하지 못한 모습이 끊임없이 세상에 노출되어 자주 우리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사회적 대형비리에는 꼭 기독교인들이 포함되어있어 문제가 발생하면 ‘또..’ 하는 생각에 겁이 날 정도였다. 그러던 것이 하필 평양부흥 100주년을 기념하는 금년에 아프간 피랍사태를 계기로 한국교회에 대한 비난이 폭발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동안 중앙 일간지와 방송들이 드러내는 교회의 부정적인 모습은 손가락질 받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대형교회를 세운 1세대 목회자들이 은퇴하기 시작하면서 불붙은 담임목사직의 세습 논쟁, 돈과 성추문에 얽힌 목회자들의 비윤리적 행위 논란, 사학법 개정을 위한 목회자들의 삭발 행위, 보수 기독교 단체의 반북 친미(親美) 논쟁 등이 벌어지면서 한국사회의 기독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더욱 높아져갔다.
근년 들어 인터넷매체가 활성화되면서 한국교회에 비판적인 ‘뉴스앤조이’ 같은 보수적 신학을 표방하면서도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언론을 비롯한 수많은 개인 카페나 블로그들이 때로 정제되지 않은 한국교회에 대한 비관적인 내용을 마구 쏟아내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한국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지속적으로 강화되었다.
여기에 2003년 11월 ‘반기독교 시민연합(반기련)’ 같은 본격적인 반기독교단체가 생겨나면서 한국교회, 나아가 기독교회 자체를 향한 대한 조직적이고 파괴적인 공격이 감행되고 있다. 반기련이 벌이고 있는 ‘악서 바이블 어린이 금서 제정운동 1000만 명 서명운동’에서 보는 대로 이들은 기독교회의 정경인 성경을 악서로 규정하고 금서로 제정하려는 오만하기 짝이 없는 행동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대담한 행동을 보이는 집단이 언제, 세계 어느 곳에 존재한 역사가 있었던가? 바야흐로 한국이 반기독교운동의 본산이 될 지경이다.
1.2 다수종교인 한국교회
한국교회가 도전을 받고 위기를 경험하고 있지만 여전히 기독교회는 이 땅의 다수 종교에 속한다. 불교가 제일 많은 신도수를 자랑하지만 명목상의 숫자가 많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국교회처럼 정기적으로 회집하며 신앙을 확인하고 결집력을 가진 종교가 없다. 특히 소위 사회의 상층부로 올라갈수록 기독교인의 숫자가 많다는 사실은 한국교회가 한국사회를 리드하는 입장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2005년 통계에 의하면 10년 전보다 신자수가 오히려 14만 4천명 감소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전체 인구의 20%에 가까운 수치를 보이고 있다. 결코 적지 않은 숫자임이 틀림없다.
상식적으로 경쟁관계에 있는 집단사이에 다수를 점하는 세력은 항상 경계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솔직히 종교 간에도 경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음을 감안하면 소수종교이던 때와는 달리 모든 면에서 다수가 된 지금 한국교회가 타종교나, 혹은 비기독교인들로부터 경계를 받는 것은 매우 당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다수가 된 지금, 다원화된 우리 사회 속에서, 한국교회가 세상과 역사에 대하여 가질 태도에 대하여 진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시점이라고 할 것이다. 한국교회, 특히 보수적인 교회는 복음전도, 교회 성장, 세계선교는 말하지만 ‘죄 많은 이 세상’에 대하여 어떤 태도를 지닐 것인가에 대해서는 그리 구체적이지 못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세상은 무시하거나 극복, 혹은 초월해야 할 대상인지, 아니면 세상은 세상의 방식으로 굴러가게 하고 우리는 우리가 이룰 새로운 나라를 바라보며 살아야 하는지 분명하지 않다. 요즘 흔히 말하는 대로 ‘세상을 섬기는 교회’로 나아가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에 대하여서도 일치된 견해가 없다.
사회의 다수를 차지하면 그 사회의 흐름과 역사에 일정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 한국교회에 대한 비판과 비난, 혹은 공격은 다수자에 대한 기대의 발로인지 모른다. 한 사회의 다수를 점한 세력이 과연 전체 사회를 위하여 무슨 공헌을 하고 있는지 물어보며 스스로 부정적인 대답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연 한국교회는 부정적인 모습뿐인 다수인가?
1.3 한국교회 위기의 원인
교회 안팎에서 한결같이 주장하는 한국교회의 문제는 결국 교회가 철저하게 자본주의 세계관에 지배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주장은 대개 이런 식으로 전개된다.
자본주의의 속성인 무한경쟁과 ‘성장과 성공이 곧 선이고 진리’라는 명제를 당연시하고 작은 교회, 약자들의 교회와 목사들을 멸시하고 있다.” “지난 30년간 축복, 다산, 건강, 번영, 성공 등의 화두가 ‘십자가 신앙’이라는 당의정(糖衣錠) 안에 담기어 도매산업처럼 흥행했다.
하나님의 나라를 추구하는 교회가 세상의 가치를 숭배해 세상의 한 집단이 되면서 한국 교회의 문제가 생겼다.
개신교가 자본주의화 과정에 편승함으로써 영성수련의 중요한 요소인 청빈 비움 겸손 절제 헌신 등이 설 자리를 얻지 못하고, 도리어 남보다 강해지는 법, 남을 이기고 성공하는 법을 가르치는 설교가 인기를 얻게 됐다.
교회가 세상과 다르지 않음이 결국 세상으로부터 내침을 당하는 결과를 빚었다는 것은 시사 하는 바가 적지 않다. 예수님도 일찍이 세상이 교회를 미워할 수밖에 없음을 고지하셨다(요17장). 그런데 예수께서 미움 받은 이유는 현재의 우리와 전혀 달랐다. 예수께서 미움을 받은 이유가 ‘세상과 같지 않음’에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교회가 세상에 속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즉 성도들은 세상과 전혀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살기 때문에 미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오늘 우리는 정반대의 이유로 미움을 받고 있으니 보통 문제가 아니다. 교회가 세상과 너무나 흡사해 세상은 교회를 미워하고 있다는 주장은 한국교회의 갈 길을 잘 말해주고 있다.
2. 역사 속의 한국교회
120년의 길지 않은 선교역사를 가진 한국교회는 독특한 선교역사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의 개화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말해져왔다. 성경번역을 통하여 한글보급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으며, 미신을 타파하고 근대정신을 갖도록 만들었고, 학교와 병원을 설립하여 새로운 문명에 눈뜨게 만든 공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이런 한국교회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무엇이 한국교회를 이렇게 만들었는가?
2.1 지역분할 선교로 인한 효과와 그에 따른 지역 간 분열
한국교회는 여느 피선교국과는 다르게 시작되었다. 대개 선교사가 먼저 입국하고 그런 다음 전도하고 교회를 세우면서 성경을 번역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지만 한국교회는 선교사가 입국하기 전 성경이 번역되는 진기한 경로를 밟았다. 그것도 일본과 중국 양국에서 한국인들이 번역에 참가하였고, 선교사보다 앞서 한국인 권서인들이 번역된 성경을 들고 입국하여 복음을 전하였고, 그 결과 1885년 장로교와 감리교 선교사가 공식으로 파송되기 전에 이미 소래교회가 세워지는 역사가 일어나기도 하였다. 일본에서 세례를 받은 이수정이 성경번역에 스스로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사실은 우리 민족에 대한 하나님의 기대가 남달랐던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자발적 선교의 시작은 선교지의 분할로 꽃을 피운다. 1888년 미 북장로교와 북감리교에 의해 선교지 분할 문제가 논의되기 시작하여 1892년에는 정식 계약을 체결하기에 이르렀다. 각 선교부가 한 곳에서 경쟁하는 모습을 버리고 미개척지를 맡아 복음을 효과적으로 전하자는 제안은 반대할 수 없는 성격의 것이었다. 일차적으로는 장로교와 감리교 사이에서 시작된 일이었지만 장로교 내부에서도 역시 같은 논의가 일어나 미국 북장로교회, 남장로교회, 호주장로교회, 캐나다 장로교회가 서로 선교지를 분할하기로 결정하기에 이른다. 서울 평양 원산등 인구 5000명 이상의 개항지와 대도시는 공동 선교구역으로 삼았으나 나머지 지역은 장로교 각 선교부 별로 지역을 할당하게 되었다. 대단히 효과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을 채택하였던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지혜로운 선교방법이 놀랍게도 향후 4개 장로교단으로 분열되는 단초가 되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한국 개신교인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장로교인과 감리교인으로 나누어졌다. 1890년대에 시작된 지역불할 정책은 1910년경에 마무리 되었고, 그런 연유로 장로교와 감리교가 선교지 분할에 합의한 다음에는 어느 날 갑자기 감리교인이 장로교인이 되고 장로교인이 감리교인이 되는 일이 실제로 발생하였다(이만열, 한국기독교수용사연구, 335). 한국의 교파에 따른 이념이나 신학은 사실상 타의에 의하여 주어진 것으로 초기에는 전혀 신학적 차이를 느끼지 못했음을 물론이다.
각기 다른 장로교 선교부의 휘하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이러한 과정이 마침내 해방 후 장로교회의 분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한다. 남장로교 지역인 호남은 기장교회로, 호주장로교 지역인 부산 경남은 고신교회가 주로 차지하게 되었다. 그 후 장로교회는 다시 이북파와 이남파, 호남파의 분열을 경험하였다. 지역 분할 선교 방법은 효과가 컸으나, 결국 분열의 단초를 제공한 셈이 되었다는 결론은 역사에 대한 평가가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분열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집단 간의 작은 차이를 필요이상으로 확대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장로교회는 일제의 신사참배 강요에 대한 신앙적 차이, 성경관에 대한 신학적 차이, 교회연합운동에 대한 정치적 차이로 분열한 것이 사실이지만 각 그룹의 지역적 연고로 인하여 작은 차이를 크게 확대하고 강조하여 분열을 용이하게 만든 결과를 빚었던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이러한 교회의 분열은 결국 교파간의 세력 경쟁을 유도하게 되고 마침내 성장지상주의에 빠져들어 자본주의적 세계관에 지배당하는 결과를 빚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효과적인 전도방법이 분열의 근거가 되었다는 분석은 아무리 좋은 방법을 택한다 할찌라도 그 본래의 정신이 전수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음을 알 수 있다.
2.2. 일제의 지배에 따른 민족교회 형성과 신앙의 변절
1890년대에 시작된 선교지 분배 작업이 1910년쯤에 끝이 나게 된다. 그런데 이 때부터 일제는 한국지배를 본격화하였다. 결국 1919년에는 한일합방에 대한 저항으로 삼일운동이 일어나게 된다. 이 때 한국교회의 지도자들 이름이 33인중 16명을 차지한다. 이들에 대한 구체적인 역사적 평가는 차치하더라도, 이때의 한국교회는 타종교와 민족문제에 힘을 합치는 열린 태도를 보였고, 목숨을 건 저항운동에 앞장을 섰으며, 민족의 문제를 교회의 문제로 받아들였다. 후일 친일로 돌아선 목사들이 있기도 하였지만 일제 초기 한국교회는 철저히 민족과 함께 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일제의 압박이 강도를 더하면서 교회를 본격적으로 탄압하기 시작하자, 신사참배를 가결하고 황국신민이 될 것을 서약하는 등 민족정신을 버리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 소수의 순교자와 투옥자 외에는 일제의 조선 식민지화와 한국교회 일본교단화에 거침없이 협력하였다.
선교사들이 심겨준 교파들을 따라 교파주의적 기독교인이 되었던 한국교회는 일본 제국주의 때문에 민족정신을 대변하는 종교가 되는가 하였더니 어느 새 일제에 굴복하여 신앙적 변절을 경험하는 부끄러움을 드러내게 되었다.
교회를 지킨다는 명분을 내세워, 죽지 않고 살아남기 위하여 공교회가 공적으로 신앙의 변절을 결정한 것은 이후 한국교회가 절대기준으로 제시하는 성경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고 시대의 흐름을 따라 적당히 변절할 수 있도록 만든 결정적인 사건이 되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한다.
2.3 교회 재건운동이 부른 교회 분열
해방과 더불어 교회재건 운동이 일어났다. 출옥성도들을 중심으로 한국교회가 새롭게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논란이 거세어졌다. 굴욕을 당하면서도 교회를 지킨 자들의 아픔을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일어났다. 신사참배행위를 둘러싼 논쟁은 결국 장로교회 최초의 분열을 가져왔다. 출옥자들의 참회 요구를 받아들여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아름다운 전통을 만들지 못하고 ‘고려신학파’를 축출하여 자신을 정당화함으로 말미암아 ‘정통신학의 보수’라는 명분으로 분열을 정당화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이 사건은, 향후 동일교파간의 또 다른 분열을 쉽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해방 되었으나 동족 간에 벌어진 6.25 전쟁을 치른 직후로 정치경제적으로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한 1950년대에 세 번에 걸쳐 장로교회가 분열되었다는 것은 교회의 관심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가늠하게 한다. 스스로의 힘으로 성경을 번역하고 교회를 세우고 처음부터 자립을 추구하였던 한국교회가 또 다른 한편으로는 쉽게 부정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마치 한국교회의 이중성을 드러내는 것 같아 유감이 아닐 수 없다.
2.4 한국 신학의 자립화가 부른 자유화와 분열
신사참배 반대로 말미암아 평양신학교가 폐교되고 난 다음인 1939년부터 설립이 추진된 조선신학교는 일제의 인가를 얻은 학교로서 시작부터 일제와 함께 갈 수밖에 없었다. 이사장, 교수요원 가운데 일본인들이 포함되어 있었으나 현재 한신은 그러한 역사를 숨기고 있다고 비판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설립의 시기와 운영방법 상에 문제가 있는 것과는 별개로 조선학교는 설립자 김대현 장로가 설립자금을 내 놓게 된 것이 선교사에 의하지 않는 자주적 신학수립의 목표가 있었음을 부인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평신도인 장로가 교회를 해를 끼치는 일을 하려 하지 않았을 것은 자명하다.
그렇다면 신학의 자립화 시도가 오히려 당시로서는 보수주의적 선교사들에 의하여 자제되어 온 자유주의로 매도당하는 진보주의 신학을 수입하는 결과를 빚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신학적 대립으로 교회는 다시 분열을 맞보게 된다. 언젠가는 한국 신학자들이 한국교회를 위한 신학을 주도해야 하는 것이 사실이고 그런 시도를 이미 40년대에 시작했다는 것은 대단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한국교회를 건전하게 세우는 데 일익을 담당하지 못하고 오히려 분열을 불렀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선한 의지가 분열로 결론 나는 일이 반복되었음을 알 수 있다.
2.5 한국교회의 국제적 연합시도로 인한 분열
1959년 연동측과 승동측으로 또다시 장로교회가 분열된 것은 돈 교권 지역성 등 여러 가지 다른 이유들이 내재하고 있지만 표면적으로 WCC 가입 문제로 인한 갈등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교회가 국제적인 연합을 추구하자고 한 것이 교회분열의 이유가 되었다는 것은 아이러니중의 아이러니다. 교회를 분열시키는 교회연합운동은 어불성설이다. 합의를 위하여 서로 인내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한국교회는 분열을 택하였다. 교회의 연합함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런데 그를 위하여 교회의 분열을 대가로 치른다는 것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용감한 일이다.
선한 의지가 불행한 결과를 빚은 또 하나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때의 한국교회는 아직 한국사회의 다수로 등장하지 않았으므로 교회의 분열이 주는 파장이 그리 주목을 받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일반 미디어가 한국교회의 내부분열에 그리 큰 관심을 가질 정도도 아니었다.
2.6 군사 독재 정권 수립과 교회 간의 역할 분화
한국교회의 분열과 대립은 교회 내부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5.16 군사혁명과 12.12사태를 통한 군사독재 정권의 수립과 유지는 교회를 필요이상으로 분리시켜 버렸다. 한국정치구조의 변화로 인하여 한국교회가 본격적으로 보수와 진보로 나누어지고 말았다.
그런데 사회참여에 대한 논쟁으로 한국교회가 첨예한 대립을 하게 되던 때에 보수교회는 전도운동에 집중했다. 1972년 빌리그래함 전도대회, 엑스플로 74, 84년 한국교회 100주년 대회 등으로 한국교회는 한꺼번에 100만 명 이상 모이는 대형집회를 주도하면서 폭발적인 숫적 증가를 경험하였다.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문제에 직면한 때에 개인전도와 교회부흥에 집중하므로 정치를 교회의 관심의 대상에서 밀어내는 전략이었던 셈이다. 이러한 적극적 전도운동은 소위 미국 발(發) ‘번영신학’의 영향을 받은 것을 부인할 수 없고, 그 번영신학은 ‘잘살아보세’라는 시대정신을 뒷받침하는 형태를 띠었다. 군사독재정부와 교회가 나란히 발을 맞추는 인상을 지우기 어려웠다.
바로 이 시대에 여의도 순복음교회와 같은 대형교회들이 생겨나기 시작하였고 300~500명의 교인들을 표준으로 생각하던 목회의 표준이 대형교회 만들기로 바꾸어지는 계기를 만들었다.
어쩌면 몰역사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이런 상황 속에서 진보적 교회들은 정치개혁, 사회개혁에 힘을 기울였다. 마침내 민주화의 과제를 이루어내는 데 한국교회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게 만들었다.
정치는 독재로 치닫고 사회 각 계층은 격렬하게 충돌하고 교회는 이 틈에서 분열하는 양상을 보였으나 결과적으로 교회는 양 날개로 전도와 봉사의 일을 동시에 수행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게 되었다.
3. 민주화 이후 한국역사 앞의 한국교회
한국교회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는 느낌을 받고 있으나, 그렇다고 한국교회가 쉽게 무너지거나 할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한국교회의 현재 위기는 놀라운 속도로 다수종교가 된 위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치러야 하는 대가일 수 있다. JMS의 정명석이나 다른 이단들이 엄청난 과오를 저질러도 사회는 별로 반응이 없다. 이미 정상이 아니라고 판명이 나 있을 뿐 아니라 소수이기 때문이다.
한국교회는 이제 사회의 모든 문제에 책임을 크게 느껴야 하는 다수 종교에 속한다. 한국교회나 기독교인들이 사회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생각보다 엄청나다. 북한 돕기, 국내외 통일 운동, 사회봉사활동 등에 한국교회가 쏟는 힘이 실제로 적지 않다.
한국교회가 사회로부터 눈에 보이게 지탄을 받게 된 것은 그리 오래 된 일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70년대 이후 신학적으로 ‘고난의 신학’이 사라지고 ‘번영의 신학’이 목회자나 교회의 중심신학이 되었을 때만 해도 군사정부가 가는 길에 거침이 되지 않았으므로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80년대 이후 교회의 대형화가 본격화되고, 90년대 이후 사회의 민주화가 급격하게 진행되면서, 군사정권을 거치며 일어났던 사회적 현상에 대한 검토가 시작되고 비판이 이루어지면서 한국교회가 비난의 화살을 맞게 되었다.
지금 한국교회는 냉혹한 역사적 비판을 받고 있다. 유난히 엘리트 집단과 돈과 권력을 가진 집단에 기독교인이 많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한국교회는 더욱 날카로운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결론
이와 같은 상황에서 한국교회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대형화되고 힘있는 집단이 된 한국교회를 향하여 우리 사회는 지금 낮은 자세, 사랑과 헌신, 나눔과 섬김을 말하는 교회의 본질적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 무엇보다 교회의 지도자들인 목회자들의 겸손과 희생과 섬김을 보고 싶어 한다.
한국교회의 위기는 결코 넘어설 수 없는 위기가 아니다. 한국교회의 역사는 시대마다 언제나 공과(功過)를 함께 보여주고 있다. 한국교회에 주신 모든 것이 과를 드러내는 수단으로 그칠 이유가 없다. 위기는 기회라고 말할 것이 아니라 교회는 항상 위기 앞에 서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세상에 살고 있다는 이유로 지나치게 세상을 주시할 때 교회는 위기를 만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싶다. 오직 주님만 바라보아야 한다는 말의 의미가 무엇이겠는가.
Posted by 생명목회 at 2009-11-16 16:33:34 | read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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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로다 망하게 되었도다 / 김지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