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뽑기 이대로 좋다
작성자 : 권윤현 2007-08-31 20:32:09 조회: 25
총회를 앞두고 그 동안 잠복했던 불순한 의도들이 다시 고개를 바짝 세우는 듯해 심히 우려가 된다. 지난 8월27일 교단 중진 100여명이 모여 제92회 총회에 직접선거 실시를 촉구키로 의견을 모았다 한다. 그들이 제비뽑기 선거제도를 폐기하고 직접선거를 들고 나온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다.
1. 총회 지도력이 흐트러지고 인재배치의 난맥상이 가중되고 있다.
2. 총대들의 인식도 과거에 비해 높아져 금권선거 재연을 불식시킬만한 충분한 여건이 조
성되었다.
3. 제비뽑기 제도는 총회헌법에 명시되지 않은 위법일 뿐 만 아니라 금권선거 근절을 위
해 강구된 소극적 조치로서 만국장로교회의 민주공화정치 제도에 어긋난다.
4. 장자교단에 걸맞는 지도자가 배출되어야 하는데 제비뽑기의 소극적 방법으로는 '한
계'가 다.
그들이 내세운 이러한 이유들은 별로 타당성이 없는 듯하다.
첫 번째 이유에 대해서 살펴보면, 패거리 정치를 생각나게 한다. 같은 패끼리 모여서 정치를하겠다는 강력한 소망이 엿보인다. 같은 패끼리 공작을 펼치고 수작을 부려 총회장을 하고 임원들을 하겠다는 속셈이 드러난다.
총회임원들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구성되는 것이다. 그 중에는 성향이 다른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사람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어 하나님의 뜻을 이루려고 노력하는데서 진정한 정치가 나온다.
패거리들이 모여서 정치를 하면 일사천리로 일을 처리하고 전혀 갈등이 없겠지만 개혁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 '나물에 그 밥'인 사람들이 모여 무슨 개혁을 이루며 무슨 발전을 이루겠는가. 기득권이나 행사하려 하지 교단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제비뽑기 전까진 패거리 정치가 횡횡했다. 정치 목사, 장로들이 기득권을 잡고 총회를 좌지우지했다. 물론 아직도 그러한 경향들이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패거리 정치의 악순환이 많이 완화되었다. 그런 점에서 제비뽑기는 상당한 효과를 거둔 것이다.
모든 일을 하나님 중심으로, 교회와 교인들을 중심으로 처리하면 무슨 갈등이 생기고 불협화음이 생기겠는가. 협조가 안되고 화합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자기 중심적이고 사리사욕 에 젖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람은 지도자가 될 자격이 없다.
두 번째 이유는 너무 안이한 인식이 아닐 수 없다. 제비뽑기를 하는 지금도 금권문제로 말썽이 있다 하는데, 제도적으로 장치를 하지 않으면 금권선거는 불 보듯 뻔하다. 금권선거를 무슨 수로 막을 것인가.
후보자들이 아무리 서명을 해도, 지금까지 금권선거를 하지 않았다 해도 심성이 변하지 않는 한, 금권선거가 재발되지 않으리라고 믿는 것은 너무 순진한 생각이다. 우리 교회와 목사들과 장로들이 과거에 비해 더욱 순전해졌다고 보는가. 더욱 하나님의 뜻에 잘 순종한다고 보는가.
만일 그렇게 본다면 그것은 직접선거를 해도 금권이 개입되지 않으리라고 생각하는 그 생각보다 더 순진한 것이다. 그러므로 제도적 장치 없이 금권선거를 방지하겠다는 생각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도 괜찮을 것이라는 발상과 동일하다. 참 어리석은 착각이다.
더욱이 교단 선거 감시는 국가에서 하는 것처럼 철저하게 할 수도 없고 강제력도 없다. 금품을 살포해도 무엇으로 방지할 수 있겠는가. 순전히 후보자들의 양심에 의존해야 되는데 그 양심이 온전하다면 굳이 총회장이 되려고 그렇게 바둥거리지 않을 것이다.
제비뽑기의 일등 공적은 바로 금권선거를 퇴치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어찌하여 제비뽑기를 부정하려 드는가.
세 번째 이유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만일 문제가 되면 헌법을 개정하면 된다. 안 그래도 부적합한 헌법인데 이 참에 개정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개정할 때, 불평등 조항 즉, 전도목사의 차별조항도 개정해야 할 것이다.
교회는 민주공화정치가 아니다. 교회는 신권정치지 사람이 정치하는 곳이 아니다. 만일 만국장로교회의 정치 형태가 그렇게 되어 있다면 그것은 바꾸어야 한다. 민주주의는 인본주의이지 신본주의가 아니다.
교회의 주인은 교인이 아니요 회중이 아니다. 사람의 뜻을 묻기 이전에 하나님의 뜻을 묻고 하나님의 뜻대로 행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교회 재직을 뽑을 때도 제비뽑기로 하는 것이 성경적이다.
네 번째 이유는 총대들이 선호하는 사람을 뽑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교회와 총회의 지도자는 총대들이 원하는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원하는 사람을 뽑는 것이다. 사람이 원하는 사람을 지도자로 선발하겠다는 생각은 세속적인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과이다.
하나님이 뜻하는 사람을 선출하는 제도로써 제비뽑기만한 것이 어디 있는가. 그런데도 직선제를 주장하는 것은 하나님을 도외시하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제비뽑기를 시행한 지금까지 장자교단에 걸맞지 않는 지도자가 있었는가? 무난히 해 왔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직선 총회장이 더 훌륭했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총회장은 어차피 일년짜리 얼굴 마담과 같은 것이 아닌가.
일년 임기에 무슨 일을 하겠는가. 그러므로 그 사람이 그 사람이지 별다른 지도자가 어디 있겠는가. 그저 하나님께 순종 잘 하는 순수한 영혼을 가진 지도자이면 되지 권모술수를 부리고 패거리 정치에 능한 지도자는 필요가 없다.
굳이 더 유능한 지도자를 뽑겠다면 후보자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요건을 더욱 강화하고 엄정한 기준으로 선발하면 된다. 총회장과 임원 후보자를 선발할 때 노회별로 노회원들의 평가를 받게 하고 그 평가에서 최고 점수를 얻은 사람 혹은 일정한 커트라인 이상의 점수를 얻은 사람들 중에서 제비뽑기로 선발하면 될 것이다.
평가 방법은 노회 때, 지원한 후보자들의 정견을 듣고 인품과 지도력을 살펴 지도력, 인품, 영성, 개혁성 등 몇 가지 항목의 평가서를 노회원들에게 나누어 주고 평가하게 하면 될 것이다. 그러면 노회에서 이미 후보자가 상당히 걸러져 무능력한 사람이 총회장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설사 무능한 사람이 제비뽑기로 총회장이 된다해도 그것이 하나님의 뜻이라면 그대로 수용하면 되는 것이다.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이시므로 하나님의 깊으신 뜻이 있음을 믿으면 되는 것이다.
무엇을 그리 걱정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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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뽑기 선거제도에 대한 변증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