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감 감독 선거 제비뽑기 도입 초읽기... 장정 개정
신경하 감독회장 “제비뽑기 도입으로 금권선거 불식” 강조 [2007-09-17 00:09]
기독교대한감리회 장정개정위원회는 최근 제10차 입법회의에서 연회감독과 감독회장을 제비뽑기를 통해 선출하기로 결의했다. 제비뽑기안이 오는 10월 24일 인천계산중앙교회에서 열리는 장정개정 입법의회를 통과할 경우, 빠르면 내년 10월 감독회장 선거부터 제비뽑기제가 시행될 전망이다.
장정개정위에 따르면 이번 제비뽑기안에는 직접투표와 제비뽑기가 혼용돼 있다. 먼저 총대들이 직접투표로 상위 3명의 입후보자를 선출한 뒤 선출된 입후보자들이 제비를 뽑는 방식이다.
제비뽑기제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이 지난 2001년 처음 도입한 선거제도로서 총회임원 선출시 금권선거를 차단하기 위해 고안됐다. 실제로 제비뽑기제 실시 후 예장 합동 내에서는 금권선거가 사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감 신경하 감독회장과 김진호 장정개정위원장은 올해 반드시 제비뽑기제를 도입해서 기감 내 금권선거를 근절시킨다는 각오다. 신경하 감독회장은 지난 2004년 취임 당시 “감리교회가 더 이상 혼탁선거를 해서는 안된다”며 감독 선거제도를 개정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출한 바 있다. 그는 김진호 위원장이 추진 중인 제비뽑기제를 적극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장정개정위원장으로 선출된 김진호 위원장은 금년 회기 동안 시급히 개선해야 할 사안으로 ‘감독선거시 부조리 척결대책 수립’을 꼽을 정도로 금권선거 개선을 강력히 주장해 왔다. 김 위원장은 그 동안 전국을 순회하며 여론을 수렴한 뒤 지난 제10차 입법회의에서 제비뽑기제 시행을 도입키로 결의했다. 충분한 여론 수렴과 제비뽑기제의 도입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올해는 입법의회를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기감은 2003년과 2005년 25회, 26회 입법의회에서 제비뽑기제 시행을 제안했지만 고배를 마셔야 했다. 지난 2003년에는 35표라는 근소한 차이로 부결됐고, 2005년에는 과반수가 넘는 여론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일부 회원들의 정치적 움직임에 막혀 부결된 바 있다.
2년 전부터 여론의 지지를 얻기 시작한 제비뽑기제 도입은, 현재 과반수 이상의 목회자들이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권선거에 환멸을 느낀 기감 내 목회자들이 “선거제도를 바꿔 금권선거 풍토를 없애고 윤리적인 기강을 세워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제비뽑기제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을 품고 반대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대의민주주의 선거제도와 배치되고, 여론이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 금권선거를 막을 대안이라 보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지난 2005년 제25회 입법의회 당시 자료사진 ⓒ크리스천투데이 DB
오는 10월 입법의회에서는 제비뽑기제를 비롯해 권역별 감독제, 감독 4년 전임제, 감독 출마자격 변경 등 굵직한 안들이 다뤄진다. 장정개정위는 제10차 입법회의에서 제비뽑기제 도입 결의와 함께 기타 장정개정안들을 처리했다.
◇권역별 감독제=전국 10개 연회마다 감독을 선출하는 현행 감독제도를 1개 권역(2~3개 연회를 포함한 상위 개념)에서 1인의 감독을 선출하는 권역별 감독제로 변경키로 했다.
◇감독, 2년 겸임에서 4년 전임으로=현행 2년 겸임제 감독제도를 4년 전임제로 바꾸고 감독 수도 11명에서 5~6명으로 대폭 줄이기로 했다. 감독들이 너무 많이 양산되어 감독의 권위가 떨어지고 있다는 여론 때문이다.
◇감독 출마자격 변경=장정개정위는 감독 출마자격 요건을 ‘해당 연회에서 입교인 수와 1년 교회 결산액이 후보등록 3년 전부터 상위 15퍼센트 이내의 담임자’로 변경하기로 했다. 현행 상위 20퍼센트에서 5퍼센트 더 높아진 것으로 출마자격 요건은 더 까다로워졌다.
한편, 제10차 입법회의에서 관심을 모았던 ‘감독회장에 대한 연회감독의 피선거권’ 조항 신설과 감독 및 감독회장 자격규정상 ‘교회재판법이나 사회재판법에 의하여 처벌받은 사실이 없는 이’에 대한 조항 삭제는 입법의원들의 투표 결과 부결됐다. 박종배 기자 jbpark@ch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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