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단 정치 리더십의 중요성
2002년 07월 09일 (화) 12:00:00 [조회수 : 1] 기독신문
우리 교단엔 지금 정치적 리더십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팽배돼 있다. 당회의 정치적 리더십은 그렇지 않으나 노회나 총회의 정치적 리더십은 기피 제 1호다. 심지어 노회에 참석하여 출석만 체크하고 얼굴을 감추는 것을 신령한 자세로 착각할 정도다. 당회의 정치적 리더십 발휘는 목사 자신의 삶과 직결되나 노회, 총회만해도 한 걸음 다음이라는 관념이 일반적인 현상이 되고 말았다. 개혁주의 교회의 큰 스승이었던 칼빈이나 카이퍼가 들으면 자다가 벌떡 일어날 일이다.
허나 이 같은 정치적 리더십의 불신은 비단 우리 교단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한국인의 전반적 기류인 것 같다. 한국인이 정치적 리더십에 대한 기대를 접은 지 오래다. 그것은 지난 600년간의 역사적 체험에 기인한다. 진정한 정치적 리더십을 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꼽아보면 정도전의 한국형 입헌군주제는 이방원의 강력한 왕권주의 추구에 희생되었고, 사육신의 정치적 순리는 수양대군의 세력주의 앞에 무릎을 꿇었으며, 조광조의 도학정치는 훈구파의 이권추구에 피를 보았고, 실학파의 실사구시적 산업부국 정책은 유교 관념론파의 탁상공론에 밀려났으며, 개화파의 열정은 수구파의 고집에 해프닝이 되고 말았다.
이렇게, 뜻 좋고 의기 가상하나 현실에서 성취의 예를 족히 제시하지 못했던 정치적 리더십을 보면서 한국인은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을 증폭시켜가야 했다. 즉 한국에서의 정치적 리더십이란 명문 있게 일어났다가 실천에서 쓰러지는 무기력과 허탈의 대명사였던 것이다. 세종조나 영·정조 때 잠깐 가능성을 경험했으나 그것은 특례에 불과했고 나머지 대부분의 세월은 정치적 좌절과 무능으로 채워져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또 현대에 와서 민주정치의 역정이 고달프게 전개된 데도 정치불신의 이유가 도사리고 있다. 이승만, 장면, 박정희·전두환·노태우, 김영삼·김대중을 정점으로 이어지는 한국 현대정치의 리더십은 현대 서양의 그것처럼 매끄럽지 못했다. 그러므로 서양적 기준을 가지고 평가할 때 불만스러운 것도 이해가 간다. 이에 더하여 한국기독교계, 특히 우리 교단 내부의 여러 정치적 역기능성 역시 정치불신에 한몫을 보탰다.
그러나 한국현대정치는 서양을 제외한 국가들 가운데 선두자리를 점한 민주정치로 평가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 교단 또한 다소의 아쉬움이 없지 않았으나 여러 면에서 장족의 발전을 이룩했음을 상기해야 한다. 이제부터가 정말 중요하다.
고도의 정치적 리더십을 필요로 하는 장로회제도 하에서 정치 원리상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 행위의 악례 때문에 정치 불신에 이르러 정치 기피로까지 나아간다면, 더욱이 그것이 경건함과 신사도의 진면목처럼 여겨진다면 우리는 크나큰 실책을 범하고 있는 셈이다. 칼빈주의의 현실적 구현에 정치적 리더십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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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목사 장로 기도회에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