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뽑기 선거제도에 대한 소고
작성자 : 권윤현 2007-09-07 23:03:17 조회: 17
1. 들어가기
몹시 안타깝다. 지금 우리 교단은 비교적 원만하게 굴러가고 있는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려하고 있다. 반면에 다른 교단들은 제비뽑기를 향하여 매진하고 있다. 6년 동안 별탈 없이 시행해온 제비뽑기 선거제도를 우리 교단은 버리려고 하는데, 타 교단들이 시행하려고 노력하니 이 얼마나 아이러니컬한 일인가.
그 동안 지켜보고 있던 타 교단들이 우리가 버리려고 하는 쓰레기를 왜 주우려고 하는가?
그 이유는 금권, 학연, 지연 등에 의한 타락선거를 근절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선거제도로 제비뽑기 만한 것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의 제비뽑기 폐지론자들은 우리의 총회 지도자와 총대들이 금권, 학연, 지연 등의 4급수 선거문화와는 비교가 안 되는 1급수 선거문화에 6년 동안의 장구한 세월을 몸담아 관습화 되었기 때문에 4급수 선거문화로 돌아가라 해도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신앙 같은 확신에 차 있다. 그러나 본성을 바꾸지 않은 돼지는 여전히 돼지다.
현재의 지도자와 총대들이 과거 금권 타락선거를 휘두르고, 거기에 오염되었던 그들에 비해 본성이 더 순화되고 더 청결해졌다고는 믿지 않는다. 도저히.
그런 의미에서 폐지론자들의 철없는 낙관주의가 심히 우려되어 제비뽑기 선거제도에 대해 다시 한번 살펴보고, 그 제도가 현 시점에서 우리에게 왜 가장 적합한지, 그 이유를 규명해 보고자 한다.
2. 제비뽑기의 성경적 근거
제비뽑기는 성경에 나오는 성경적 제도이다. 제비뽑기는 구약에 약 60회, 신약에 약 6회 등장한다.
1)어떤 경우에 제비뽑기를 했는가?
(1)제물을 선택할 때(레16:8,9,10)
성경에서 최초의 제비뽑기다. 속죄제를 드릴 때, 제물이 될 두 염소를 두고 하나는 여호와를 위하여, 하나는 아사셀을 위하여 드릴 제물을 선택할 경우 제비뽑기를 했다.
(2)이스라엘 지파들이 땅과 기업(성읍)을 분배받을 때(민26:55,56,33:54, 대상6:61))
먼저 땅을 구획하여 나눈 후, 각 지파로 하여금 제비뽑기를 통해 분배하였다.
(3)범죄자를 색출할 때(수7:16-18,욘1:7))
하나님께 바친 물건 중에서 도적질한 범죄자를 색출할 때 지파별, 족속별, 가족별 제비뽑기 하여 아간을 적발하였다.
(4) 전쟁시 선발대를 선택할 때(삿20:9)
베냐민 족속 기브아 사람들이 악을 행했을 때 그들을 징벌하기 위한 선발대를 제비뽑기하여 정하였다. 유다 지파가 선발되었다.
(5)선택된 왕을 백성들에게 포고할 때(삼상10:20,21)
하나님이 사울을 왕으로 내정하시고 백성들 앞에서 제비뽑기로 사울을 뽑아 공식적으로 왕으로 세우셨다.
(6)직무와 직임을 선정할 때(대상24:5, 25:8)
아론 자손 중 성전의 일을 다스리는 자와 하나님의 일을 다스리는 자를 제비뽑기로 선정하였으며, 어디에서 일할 것인지에 대한 직임을 제비뽑기로 결정하였다.
(7)거주지를 정할 때(느11:1)
이스라엘 백성들을 예루살렘성과 다른 성읍에 나누어 거주하게 하려할 때 제비뽑기를 사용하였다.
(8)날짜를 정할 때(에3:7)
하만이 이스라엘 백성을 죽일 날을 정할 때 제비뽑기로 결정했다.
(9)대상을 선정할 때(욥6:27)
고아를 팔 때 그 대상자를 제비뽑기로 선정하였다.
(10) 물건을 선택할 때(시22:18, 마27:35)
속옷을 제비뽑기로 선택하였다. 군병들이 예수님의 옷을 선택할 때도 제비뽑기를 사용하였다.
(11)직무의 순서를 정할 때(눅1:9)
제사장들이 성전에 들어가 직무를 수행할 때 제비뽑기로 순서를 정하였다.
(12)지도자(제자)를 뽑을 때(행1:26)
가룟유다가 제자군에서 탈락되었을 때, 그 결원을 메꾸기 위해 제자들은 제비뽑기를 하여 맛디아를 선발했다.
2)제비뽑기의 방식
제비뽑기의 방식은 대략 세 가지인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자신이 직접 뽑는 경우이다.
대부분의 제비뽑기는 이 방식으로 행해졌다. 아간을 적발할 때도 그랬고, 이스라엘 지파들이 땅을 분배받을 때도 그랬다. 제사장이나 레위인들이 직무나 직임을 부여받을 때도 그랬다.
또 하나는, 타인이 뽑아주는 경우이다.(삼상10:20,21)
이 경우는 본인이 없을 경우에 해당한다. 백성들 앞에 이스라엘 왕을 선출할 때, 지파별로 나가 제비를 뽑고, 그 다음 족속별, 그 다음 가족별로 나가 제비를 뽑았다. 마침내 마드리의 가족이 뽑혔고 그 가족 중에 기스의 아들 사울이 뽑혔으나 사울이 거기에 없었다. 사울이 없었으므로 가족 중 한 사람이 대신 뽑아 주었을 것이다. 아니면 다른 사람이 모두 왕이 아닌 제비를 뽑아 자동으로 사울이 왕으로 결정되었는지도 모른다.
다른 하나는, 이름을 기록하여(대상24:6) 뽑는 경우다. 이 경우 아마도 제비뽑기 주관자가 뽑았을 것이다.
3)제비뽑기의 유형
우림과 둠밈은 하나님께 가부를 물을 때 사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제사장이 재판을 할 때 판결흉패에 우림과 둠밈을 넣고 그 중에 하나를 끄집어내어 하나님의 가부를 판별했다. 그러나 다수 중에서 선택할 때는 어떤 유형으로 제비뽑기를 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가령 범죄자를 색출할 때, 우림을 '가', 둠밈을 '부'라 보고, 지파 수만큼 우림 하나와 나머지 수만큼 둠밈을 넣은 후 제비뽑기를 했는지, 우리가 흔히 하듯 종이에 선을 그어 놓고 선택하게 했는지 알 수 없다.
아마도 우림과 둠밈을 사용했을 것이고, 이름을 써서 제비를 뽑을 경우에도 우림이나 둠밈에 기록해서 사용하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이건 학자들의 몫이다.
3. 제비뽑기 선거의 장점과 단점
제비뽑기는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1)선택의 주권을 하나님께 드린다.
교회는 하나님이 주인이시다. 세상과 우주도 모두 하나님이 주관하시지만 특히 교회는 더욱 그렇다. 그러므로 선택의 권한이 하나님께 있음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나님이 자신의 사역에 쓰실 종들을 선택하신다. 총회 지도자도 그러하고 교회의 지도자도 그러하다.
"제비는 사람이 뽑으나 모든 일을 작정하기는 여호와께 있느니라"(잠17:33)제비는 사람이 뽑지만 선택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다. 그런데도 인본주의의 맛을 본 자들은 그 선택권을 하나님께 드리려고 하지 않는다. 사람이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을 뽑으려고 한다.
교회는 국가와 사회와는 다르다. 교회는 하나님이 다스리는 곳이다. 교회는 민주주의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신본주의 방식으로 운영된다. 하나님이 사람을 통하여 다스리지만 키(key)는 하나님이 갖고 계신다. 그 통치의 키를 하나님께 드리지 않고 사람이 가지려 한다면 그 교회는 더 이상 하나님과 상관이 없다.
하나님이 주인이 아닌, 인간 중심의 사교장이나 집단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일꾼을 하나님이 선택하시도록 선택권을 하나님께 돌려드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하나님이 얼마나 기뻐하시겠는가.
선택의 주권이 하나님께 있음을 인정하고 하나님께 돌려드린다면 하나님이 역사하시고 책임지신다. 교단도 교회도 마찬가지다. 그런 면에서 우리 교단은 장자교단이라 할만 하다.
제비뽑기가 주권을 하나님께 돌리는 행위임을 알지 못하고 대부분 금권선거를 방지하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생각하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2) 타락 선거를 방지하는데 가장 접합하다.
우리 교단이 제비뽑기 선거제도를 도입한 후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금권, 학연, 지연 등의 타락선거가 거의 사라졌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10당 5락이라 할 정도로 금권선거가 횡횡했다. 돈이 없는 사람은 아무리 유능해도 총회장이 될 수 없었다.
제비뽑기를 하면 금권선거를 근본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 돈을 쓸 이유가 없어진다. 엄청나게 돈을 써도 소용이 없다. 물론 후보자의 대열에 돈을 써서 들어갈 수는 있겠지만 반드시 뽑힌다는 보장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돈의 위력이 사라지는 것이다. 이 얼마나 신명나는 일인가. 돈이 없어도 되는 선거, 이 얼마나 매력적인가. 그런데도 우리 교단 중진들은 왜 과거로 회귀하려 하는지 그 의도가 사뭇 궁금하다.
듣자하니 직선제를 선호하는 이유가 총대들이 대접을 못 받는다는 불만 때문이라 한다. 예전에는 후보자들이 총대들을 극진히 모시고 식사를 대접하고 교통비와 판공비도 찔러 주었는데, 지금은 그런 것이 전혀 없으니 총대할 맛이 안 생긴다는 것이다.
만일 이 소문이 맞다면 그런 사람들은 다시는 총대를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런 사람들 때문에 교회가 하나님과 멀어지고 세상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온몸에 받을 만큼 타락하는 것이다.
3)패거리 정치를 단절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지금 패거리 정치를 하던 정치꾼들은 죽을 맛일 것이다. 예전에는 자기 입맛에 맞게 자유자재로 총회를 요리했다. 패거리들이 모여 총회장을 하고 임원 자리를 독식했다. 마치 세상 나라의 정치 패거리처럼. 그렇기에 깨끗하고 신선한 인물이 등장할 수 없었다. '그 나물에 그 밥'인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해먹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세상 정치보다 훨씬 더 부패했던 것이다.
세상 나라는 그래도 국민들이 모두 선거에 참여하기 때문에 정치에 물들지 않은 의외의 사람이 가뭄에 콩 나듯 대통령에 당선될 수도 있었다. 선거인이 너무 많아 패거리 정치인이 다 손을 쓸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단 총회라는 곳은 선거인의 수가 소수여서 얼마든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의외의 변수가 일어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매번 자기들끼리 북치고 장구치는 형국이 악순환처럼 반복된다.
그러나 제비뽑기는 그러한 패거리 정치를 상당부분 일소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후보자격에 결격 사유가 없으면 누구나 등록할 수 있어 정치에 때묻지 않은 순수한 의외의 사람이 총회장에 당선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그런 사람이 당선되니까 기존의 정치꾼들은 상당히 괴로울 수밖에 없다.
우리가 제비뽑기를 존속시켜야 할 이유는 이러한 성과만으로도 충분하다.
4)선거 후유증이 없다.
제비뽑기는 사람이 뽑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뽑기 때문에 후유증이 없다. 선거 결과에 깨끗이 승복할 수 있다. 직선제는 성부조작이 가능하고, 선거부정, 개표착오로 인하여 심각한 다툼이 일어나고 폭력이 발생할 수 있다. 급기야 불승복을 선언할 수도 있다.
"제비뽑는 것은 다툼을 그치게 하여 강한 자 사이에 해결하게 하느니라"(잠18:18)
그러나 제비뽑기는 이러한 다툼을 유발하지 않으며 강한 자의 세력을 잠재울 수 있다.
제비뽑기의 단점은 무엇인가?
1)선호하는 사람을 선택할 수 없다.
제비뽑기를 하면 자신이 선택하고 싶은 사람을 선택할 수 없다. 학연이나 지연 혹은 인물 됨됨이를 보고 당선되기를 원하는 마음으로 밀어주고 싶은데 밀어줄 수 없다. 자신의 의사를 방영하고 싶고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싶은데 그것이 원천적으로 차단되어 버렸다.
그냥 하나님의 선택에 전적으로 맡겨야 하니 자신의 존재 가치가 초라해 보인다. 식물인간 같고 로봇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기에 제비뽑기에 참여할 의욕이 생기지 않고 제비뽑기에 의해 선발된 사람에게 관심이 가지 않는다.
사실 선거의 재미는 거기에 있는데, 그것을 못하니 전혀 재미가 없다. 그러기에 옛날 좋았던 시절을 그리워하고 그 시절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게 된다. 그러나 기독 지도자는 하나님이 선택하는 것이므로 굳이 사람이 선택하려고 할 필요가 없다.
2)시대에 맞지 않는 제도다.
어떤 사람들은 제비뽑기가 로또와 같다는 생각을 한다. 운에 맡기는 극히 사행성이 농후한 도박이라 생각한다. 현대의 선거제도와는 사뭇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은 자신의 의사가 반영되고 자신이 직접 뽑는 선거방식을 선호한다. 그러기에 직선제 선거방식이 가장 민주적이고 진화된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그래서 제비뽑기 선거방식을 낯설어하고 거부하고 기피한다.
그러나 교회나 기독단체들은 세상 나라들과 달리 하나님의 일을 하는 곳이고 하나님이 다스리는 신권정치의 장이다. 때문에 하나님의 일에 가장 적합한 사람을 하나님이 직접 고르는 방식이 성경적이다. 그런 점에서 제비뽑기는 하나님의 주권행사에 가장 적합한 선거제도이므로 가장 성경적이다.
4. 직접선거 제도는 완벽한가
사람들은 직접선거제도가 완벽한 줄로 안다. 결코 완벽하지 않다. 알고 보면 결점 투성이다. 직선제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1) 가장 적합한 사람을 선출하기 어렵다.
나라와 국민들에게 가장 적합한 인물이 대통령으로 선택되기보다는 힘있는 사람이 선택되기 쉽다. 정당에서부터 선택된 후보자는 대개 그 정당에서 힘이 있는 사람이다. 세력이 강한 사람이다. 요즘은 그래도 후보자 경선 때 국민들의 여론을 반영하기 때문에 많이 완화되었지만 예전에는 그야말로 그 정당에서 세력을 가진 자가 후보자로 당선되었다.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이 대표적인 예다.
그렇게 후보자로 나온 사람도 혈연, 지연에 의해 왜곡되어 선출된다. 김대중 대통령이 빈번히 대통령에 실패한 이유도 지역색에 왜곡되었기 때문이다. 설사 공정한 투표가 이행된다해도 반드시 나라에 합당한 사람이 선출된다는 보장이 없다. 대형 정당에서 선발한 후보가 다 유능하거나 나라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군소 정당에 훨씬 유능하고 적합한 인물이 있을 수 있고 정당 밖에 더 훌륭한 인물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나라에 적합한 사람이라 해도 군소 정당이라는 한계 때문에, 힘이 없고 조직력이 없다는 이유 때문에 대통령에 당선되지 못 한다. 이 얼마나 부적합한 제도인가.
직선제가 제대로 된 제도라면 조직이 없어도, 돈이 없어도, 세력이 없어도 훌륭하고 유능한 인물이 선출되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직선제가 어디 그런가?
오히려 직선제는 인기몰이와 조직력에 매우 취약하다. 거의 속수무책이다. 이번 노 대통령이 선출된 것도 노사모라는 조직력에 의해서다. 국민의 진정한 민의가 반영되었다고 볼 수 없다. 반면, 선거인들이 과연 적합한 인물을 선출할 능력이 있는 가도 회의적이다. 이처럼 직선제는 올바른 인재를 뽑는데 한계가 있음이 드러난다.
2)금권, 부정, 비방, 흑색선전 등과 같은 타락선거는 필연이다.
직선제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는 타락선거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자동차가 매연을 뿜어내는 것이 필연이듯이 직선제는 타락선거를 필연적으로 초래한다.
지금 정부에서 그토록 금권선거를 단속하고 흑색선전을 만류해도 근절되지 않는다. 아직도 검은 돈의 뒷거래는 암암리에 이루어지고 있다. 당선되었다가 무효되는 사람이 한 두 사람이 아니다. 이는 직선제가 금권선거, 부정선거 등 타락선거를 방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제도가 아님을 말해준다.
한 국가도 이런데 하물며 일개 교단이 무슨 수로 금권, 부정, 타락선거를 막겠는가.
3)패거리 정치를 차단할 수 없다.
정당 자체가 패거리 정치다. 정당에 소속되지 않으면 대통령이 될 수 없다. 지금까지 무소속이 대통령이 된 사례가 없다. 이것은 시대가 가면 갈수록 더욱 심해질 것이다. 조직력과 금권을 가진 패거리들만이 나라를 좌지우지한다는 얘기다.
이는 기독 교단도 예외는 아니다. 대부분의 교단들이 같은 실정일 것이다. 소위 말하는 정치꾼들에 의해 장악되어 있다. 산하 교회 교인들의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직선제를 선호하는 것은 직선제를 민주주의의 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직접 선거를 할 수 있다는데 매력을 느낀다. 나라에 필요한 올바른 인물이 선출되든 안되든 상관없이 한 표를 행사함으로써 자신의 존재가 인정받는다는데 만족한다.
교단 총회의 총대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직선제로 회귀하고 싶어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그러나 알아야 할 것은 교회와 교단은 민주주의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5. 총회 제비뽑기의 문제점과 보완점
현재 총회에서 시행하는 제비뽑기 선거방식은 직선제와 제비뽑기를 적당히 버무린 비빕밥과 같은 것이다. 말하자면 절충형이다.
제비뽑기의 본류는 당사자가 직접 뽑는 것이다. 타인이 뽑아주는 경우는 극히 예외적이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각 지파의 대표들이 제비뽑기를 하였으며 개인이 직접 할 때도 있었다. 직무와 직임, 혹은 직무의 순번을 정할 때는 개인이 직접 제비뽑기를 하였다. 그러므로 제비뽑기는 당사자가 직접 뽑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총회에서 하는 방식은 피동과 능동이 혼합되어 있다.
먼저 모든 총대들로 하여금 구슬을 제비뽑게 하고, 그 다음에 후보자들이 구슬의 종류를 제비뽑기로 선택하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을 취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흥행을 염두에 둔 포석이었을 것이다.
후보자들이 직접 제비뽑기를 하면 총대들은 할 일이 없어 흥미를 잃게 될 것이고, 선거는 주목을 끌지 못하는 천대의 항목이 되고 말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총대로 하여금 제비뽑기를 하게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물론 이것이 반드시 성경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으나 제비뽑기의 본류에서는 벗어난다. 많은 사람을 거치다 보면 하나님의 뜻이 반영되기 어렵다. 총대들 중에는 하나님이 역사하실 수 없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비뽑기는 후보자들이 직접 뽑는 것이 좋다. 내 생각에는 이스라엘 12지파처럼 열 두명의 후보를 선발하여 제비뽑기에 응하게 하면 어떨까 싶다. 그렇다고 구약시대로 돌아가자는 얘기는 아니다. 제비뽑기함에 우람과 둠밈 구슬을 14개 넣어 두고 후보자로 하여금 직접 뽑게 한다.
우림은 빨강색 구슬로 "가(可)"를 의미하고, 둠밈은 검은 색 구슬로 "부(否)"를 의미한다고 하자. 후보자 숫자보다 두 개를 더 넣는 것은 선택의 자유를 더 주고자 함이다. 14개의 구슬은 우림과 둠밈을 동수, 즉 7개씩 되게 한다.
이렇게 제비뽑기를 하면 최대 7명의 후보자가 "가"를 뽑아 2차 선거에 진출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최후에 한 명이 뽑힐 때까지 계속 한다. 마지막 결선 때 두 사람이 남았을 경우, 우림과 둠밈 각 1개씩의 구슬을 넣고 뽑게 하든지, 우림 1개, 둠밈 2개의 구슬을 넣어 뽑게 한다.
이 경우 둘 다 "부"를 뽑을 수 있는데 "가"를 뽑을 때까지 계속하든지 세 번 제비뽑기를 하여 그 중에 "가"를 많이 뽑은 사람을 적임자로 선정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흥행효과도 나고 하나님의 뜻도 명료하게 반영할 수 있어 여러모로 좋은 선거가 될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성격적이다. 아각을 색출할 때도 그랬고, 사울을 왕으로 선출할 때도 그랬다.
부총회장 혹은 여러 임원들의 후보자들은 각 노회에서 1차로 선발한다. 노회에서 선발할 경우, 자격조건을 갖춘 후보자의 정견을 듣고 평가를 해서 최고점수를 얻은 사람을 선발하거나 직접투표를 하여 선발한다. 한 노회에서 1명씩 선발하여 시도별로 모여 제비뽑기로 최종 후보자 1명을 선발한다.
전국을 12개 권역별로 나눌 경우 12명의 후보자가 총회 때 선거에 임하게 된다. 이렇게 하면 굳이 권역별 순번제로 부총회장을 선출하지 않아도 된다.
제비뽑기의 관건은 좋은 후보자를 선발하는데 있다. 좋은 후보자가 선발된다면 누가 되든 상관이 없다. 그저 하나님이 누구를 뽑는가 흥미진지하게 즐기면서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제자들이 결원된 제자를 선출할 때 철저히 자격요건을 따졌다. 제자가 될 수 있는 자격으로 첫째, 항상 제자들과 함께 다니던 사람, 둘째, 예수께서 부활하심을 증언할 사람이었다. 그들은 이 자격요건을 구비한 두 사람을 선발하여 하나님께 뽑아 달라고 맡겼다. 만일 그들이 자격도 안 되는 사람을 뽑아 하나님께 뽑아 달라고 맡겼다면 하나님은 어쩔 수 없이 자격 미달자라도 뽑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총회의 지도자가 되려면 적어도 초기 교회의 일곱 집사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들은 믿음과 성령이 충만한 사람들이었다.
8. 끝맺기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제비뽑기가 교회와 교단의 선거방식으로 가장 적합한 것으로 생각된다. 성경적일 뿐 아니라 타락 선거를 방지하고 하나님의 뜻을 반영하는 최고의 방법이 아닌가 한다. 제비뽑기를 단지 구약시대의 유물로 보고 배제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왜냐하면 신약시대에도 지도자를 선출하는 선거제도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초기 교회 때 사람을 선택하는 방식은 지도자가 직접 지명하는 방법(바나바가 마가 지명, 바울이 실라 지명) 과 회중이 선발하는 방법(일곱집사 선발, 직선제라는 근거 없음), 제비뽑기를 하는 방법이 있었다. 중요 지도자를 뽑을 때 제비뽑기를 사용하였다.
오늘날 교회나 교단이 왜 제비뽑기를 해야 하는가? 가장 큰 이유는 기독인들이 너무 타락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선택권을 전적으로 하나님께 위임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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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희안한 칼빈주의자들 다 보겠네 
